1. 사회
[2448호] 201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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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窓 | 교사의 窓] 산행을 다녀온 학생들이 하는 말

오봉학  서울 동성중학교 상담교사 bonghack@chol.com 

학생들과 오래전부터 함께 산행을 해왔다. 학기 중에는 주말이나 공휴일을 이용해 주변 산을 오르고 방학이면 설악산, 지리산 등 먼 산으로 산행을 하곤 했다. 서울에는 남산, 인왕산(仁王山), 북한산, 관악산, 수락산, 도봉산 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산이 많아서 좋다.
   
   졸업한 학생들이 종종 찾아오면 “중학생 때 산행이 자신의 삶에 큰 도움을 준다”는 말을 많이 한다. 사회생활하면서 힘들 때나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 산에 오르던 생각을 하면 위로와 위안을 받고 힘이 났다는 것이다. 청소년기의 산행은 학생의 성장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인 면에서 많은 도움을 준다. 당시에는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이를 극복하고 느낀 보람과 긍지가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만들어준다.
   
   학부모들도 내가 학생들과 함께하는 산행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부모들은 아이들과 산을 오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청소년기의 중학생들은 굳이 부모님과 함께 긴 시간 땀흘리며 몸을 힘들게(?) 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다. 혹 마음이 있어도 함께할 여건이 여의치 않은 경우도 많다. 그래서인지 내가 주도하는 산행을 부모님들은 기뻐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학생들도 친구들과 함께 산을 오르고 싶은 마음에 많이들 자원한다. 산에 오를 체력을 만들기 위해 수업이 끝난 후 함께 운동장을 뛰고 체력단련도 해둔다.
   
   큰 산이건 작은 산이건 산을 오르다 보면 학생들의 속도와 스타일은 천차만별이다. 쉽게 산을 오르는 학생도 있고, 빨리 올라가 다른 학생을 기다리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주변의 경치를 살피며 여유 있게 오르는 학생, 가끔은 뒤로 돌아 자신이 걸어온 길을 보는 학생, 주변의 경관에 빠져 대오를 이탈하는 학생, 힘에 부쳐 점점 처지는 학생, 불평불만이 많은 학생, 포기하려는 학생, 다른 학생을 돕기 위해 뒤에서 밀어주고 가방을 대신 들어주는 학생도 있다.
   
   미리 체력단련을 했어도 많은 학생들과 산을 오르면 선두와 꼴찌의 거리는 점점 벌어진다. 출발 전에 뒤처지지 말라고 주의를 주고 뒤처지는 학생에게 격려도 해보지만 간격은 더 벌어진다. 쉼터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다 보면 대다수의 학생들은 심호흡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산이 주는 기쁨을 즐기지만 체력이 달리는 학생은 자리에 앉아서 꼼짝 않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필요 이상의 물을 마신다. 적당량만 마시고 가볍게 몸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고 알려줘도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하산할 때 다음에는 절대로 산에 오르지 않겠다고 한 학생들이 다음번 산행을 공지하면 꼭 먼저 따라나선다. 산을 오르면서 어려움을 느꼈던 학생일수록 다음 산을 찾을 때까지 체력단련에 더 열심이다. 산행의 출발선에서는 모두 한마음으로 기뻐하며 즐거이 출발을 기다린다. 출발점에서는 모두 같다. 힘든 것은 아직 오지 않았고 오를 산에 대한 기대와 상상, 희망만 있기 때문이다. 새 학년이 시작됐다. 학생들과 새로운 산행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 학년을 맞는다. 기대와 상상과 희망으로 힘차게 출발한다.
   
오봉학
   
   서울 동성중학교 상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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