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1년 중 가장 불안해하고 예민해지는 달이 3월이다. 개학을 하면 교사 가족들도 집안에서 ‘쌤’ 눈치를 보고 말 섞기를 꺼려 한다. 물론 학생들도 새로운 학교, 새로운 담임, 새로운 친구들이 부담스럽고 변화된 상황 속에서 긴장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3월 2일 개학을 앞두고 가장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은 단연코 교사들이다. 특히 전근을 가서 완전히 낯선 학교로 출근해야 하거나, 생소한 학교 일을 맡게 되어 업무 파악도 못한 상태로 학교를 가야 하는 교사들은 불안하여 뜬눈으로 새 학년을 맞기도 한다.

스트레스 최고는 역시 담임을 맡은 교사들이다. 자신이 맡게 될 학생들과 학부모에 따라 1년이 달라지므로 걱정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1년이 아이들에 따라 보람되고 소중한 시간이 될 수도 있고, 하루하루가 마음 상하고 상처받는 끔찍한 시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수업 준비와 공문처리 등으로 종종 늦게 퇴근하거나 주말에도 학교에 나가 일을 하기도 한다. 못 끝낸 업무는 내 시간을 더 쓰면 해결된다. 그러나 폭력이나 왕따 문제에 자기 반 학생이 관여되거나 아무때나 학교에서 도망가는 학생이 있으면 퇴근 후에도 일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사춘기 반항아들을 다루면서 심신이 지치고 피폐해지는 것은 그 또래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안다. 사춘기 아이 하나만 집에 있어도 예전의 화목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대화는 점점 험악해진다. 분위기가 살벌해져서 가족들끼리도 서로 피하고 멀어지게 된다. 특히 학교에서는 사춘기 증상이 심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담임의 역할과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세상 자체를 적대시하고 반항심이 통제 불능의 상태까지 가면 담임에게는 끔찍한 상황들이 종업식이나 졸업식까지 이어진다.

교사 초임 때만 해도 좀 달랐다. 학생들이 교사나 친구들의 성향과 분위기를 탐색하느라 조심하는 편이었고 수업하기에도 가장 좋은 시기였다. 아이들이 너무 조용하고 반응이 없어 답답하다는 교사들까지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개학한 지 2주만 지나도 아이들이 너도나도 본 모습을 마구 드러낸다. 학생 인권이 중요하다며 느슨하게 풀린 학교 생활규칙을 파고들면서 개학식 첫날부터 연예인처럼 꾸미고 학교에 오는 아이들도 있다. “색조화장을 못 하고 와서 교실에 들어갈 수 없다”며 담임과 언쟁을 벌이기 일쑤다. 학생의 학습권은 보장해야 하므로 교무실에서 마스카라로 눈화장을 하고 풀메이크업을 하는 것을 허락할 수밖에 없다.

어떤 학생들은 학년 초부터 수업 중 배가 아프다며 선생님을 속이고 화장실에 모여 게임을 하거나 놀고 있다. 들킬 것 같으면 화장실을 옮겨 다니면서 숨어 있기도 한다. 학부모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면 “학교에서는 무엇을 하느라 애를 방치했냐”며 오히려 교사를 원망한다. 수업 하다 말고 화장실이나 보건실로 숨은 아이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일도 빈번하다. 아이들이나 학부모나 처음 만난 선생님들에 대한 존중이나 어려움 같은 것은 이제 없다. 이래저래 봄은 힘들다.

강재남

서울 중계중학교 교사

강재남 서울 중계중학교 교사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