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생 동욱(가명)이는 6세 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다. 또래에 비해 산만하고 주의집중력이 짧다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병원에서 받은 진단이었다. 지금 동욱이는 6년째 약을 복용 중이다. 동욱이의 학습능력은 우수한 편이지만 수업 중에 멍때리거나 주어진 과제를 하지 않는 등 수업 태도가 좋지 않고, 또래에 비해 체구가 왜소하며 잠을 못 잔 것처럼 늘 피곤해 보인다. 그런가 하면 성격이 예민해 사소한 일도 친구들과 곧잘 다투고 급식시간에는 밥을 안 먹으려고 몰래 바닥에 버리다가 혼나기 일쑤다. 친구들은 이런 동욱이를 멀리하고 싶어한다. 담임선생님은 이런 문제로 동욱이 부모님과 상담했고, 동욱이 부모님은 또다시 병원으로 가서 더 강도가 높은 ADHD 약을 처방받았다.

ADHD는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장애로, 주의력이 부족하여 산만하고 과다활동과 충동성을 보인다. 미국에서 실시한 MTA 연구(ADHD 환아에 대한 다형치료연구)에 따르면 ADHD의 약물치료 효과는 핵심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효과가 좋다고 한다.

ADHD 아동들은 대부분 리탈린(ritalin)이라는 약을 복용한다. 중추신경을 자극해서 두뇌 활동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고등학생들이 잠을 안 자고 공부하기 위해 각성제를 복용하는 것처럼, 리탈린은 뇌의 신경을 자극하여 수업시간에는 필요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돕는다. 하지만 10여년간 교육현장에서 경험한 바에 따르면 ADHD 약물을 복용하는 학생들에게는 몇 가지 안타까운 특성이 있다. 첫 번째는 수면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이다. 키가 작고 체구가 왜소한 편이며, 늘 피곤해 보인다. 이 상태에서 또 약을 복용하니 뇌는 깨어 있지만 신체는 피곤해 몸의 밸런스가 깨져서 예민하고 의욕이 없어 보인다. 두 번째는 식욕부진이다. 급식이든 뭐든 잘 먹지 않으려 한다.

4세에서 9세까지의 아동은 대부분 주의집중 시간이 짧고 주변의 자극에 쉽게 반응하며, 관심거리가 자주 바뀐다. 이런 특성은 자연스러운 행동발달 단계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이 부모님의 욕심과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ADHD로 의심을 하고 섣불리 병원을 찾아 약을 처방받는다. 부모는 아동을 병원에 데려가서 약을 먹였으니 부모로서 할 도리를 다했다고 여기고, 치료자는 진단기준에 부합해 중독성 각성제를 처방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여기며, 학교 교사들은 수십 명의 단체 생활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약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할 수도 있다.

하지만 ADHD 아동에 대한 처방은 신중해야 한다. 한창 성장해야 할 아이의 뇌신경을 각성시키는 약이 과연 정상적 신체발달과 정신심리에 좋을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실제로 동욱이 부모님은 나와 상담 후 올 5월 연휴를 활용해서 동욱이의 ADHD 약을 끊었다.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지만 이후 변화는 긍정적이었다. 잠도 잘 자고, 식욕이 돋아 밥도 잘 먹고, 살도 제법 올랐다. 학교생활에 있어서도 약물을 끊었다고 문제적 행동을 더 심하게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동욱이는 이전보다 더 건강하고 밝은 모습을 보였다.

허정환

경남 창원 웅천초등학교 교사

허정환 경남 창원 웅천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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