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469호] 2017.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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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이 부른 사형제 논란

사형수는 왜 자살했나

김민희  차장대우 minikim@chosun.com 

어딜 가나 그 얘기다. 최근 학부모들은 모이기만 하면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얘기를 꺼낸다. 열일곱 살 미성년자인 김양이 저지른 범죄의 잔혹성, 베일에 싸인 공범 박양의 정체 등 사건 자체만으로도 화젯거리가 무궁무진하지만, 대화의 마무리는 비슷하다. “세상이 너무 무섭다.” “저 아이들과 우리 아이가 같은 공간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학부모 한모씨는 “이 사건 이후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 자리에 누가 있어도 똑같이 당했을 것 아닌가. 자녀교육 철학도 달라진 걸 느낀다. 과잉보호가 싫어서 아이가 혼자 동네를 누비고 다녀도 그냥 뒀다. 하지만 이젠 절대 못 다니게 한다.” 한씨뿐 아니다. 최근 놀이터에 가 보면 어른과 아이 수가 엇비슷하다. 불안해서 자녀 곁에 부모가 딱 붙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2일 인천 초등생 살인범 재판정은 눈물바다였다.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딸과의 추억을 담담히 회고했다. 담담해서 더 슬펐다.
   
   “아이 얼굴이 그럴 줄은 몰랐어요. (경찰이) ‘얼굴은 남았다’ ‘괜찮다’고 해서 보러 갔는데. 눈도 못 감고, 얼굴의 반이 검붉은 시반으로… 예쁜 옷 입히고 싶었는데 그럴 상태가 아니어서 옷을 조각조각 잘라서 입혔어요. 그 예쁜 애가, 누구나 같이 따라 웃게 만들던 그런 애가 그런 모습으로 있는 게 마지막이었어요.”
   
   재판정뿐 아니다. 기사를 읽으면서 눈이 벌개지도록 운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아무 죄 없는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건 자체에도 분개했지만, 더 큰 분노를 유발한 건 가해자 김양의 태도였다. 김양은 아이를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끔찍하게 훼손하고 유기하는 과정에서 죄책감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성년자보호법의 폐단?
   
   이 사건 이후 두 가지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소년범과 사형제 폐지 논란. 여기저기서 “소년범 연령을 하향 조정하라” “사형제를 부활하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온라인 공간에서 들끓는 여론 몇 개만 들어보자.
   
   “너무 많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었다.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 수 없을 것 같다. 나이에 맞게가 아니라, 죄에 맞게 벌을 받길 원한다.”
   
   “휴면상태인 사형을 집행해서 강력범죄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하지 않나.”
   
   “지금 지켜줘야 할 인권이 누구인지. 인권이 올바르게 서기 위해서 사형은 집행돼야 한다.”
   
   “미성년자보호법의 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호받을 대상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입니다. 처벌 수위도 20년이 아니라 무기징역, 사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합니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은 범죄의 잔혹성 면에서 변호사까지 치를 떨었다. 특히 변호사 입에서 ‘사형’이라는 중형이 튀어나와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지난 7월 4일 김양의 변호사는 재판 법정에서 변론 아닌 변론을 했다. “성인과 달리 피고인의 경우 만 18세 미만이어서 가장 무거운 형은 징역 20년을 받을 것 같다. 사형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 변호인이 해줄 게 없다.”
   
   아무리 죄질이 나빠도 소년범이 받는 최고 형벌은 15년이다. 무기징역과 사형선고는 불가능하다. 소년법에 따르면 범죄를 저지를 당시 만 18세 미만이면 최고 15년의 유기징역을 선고한다. 이 경우 초등생 유족이 재판부에 탄원하면 특례법에 따라 특정강력범죄의 경우 5년을 더해 최고 20년을 선고할 수 있다.
   
   소년법의 취지는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통해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미성숙한 아이에게 ‘아직 덜 자라서’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는 셈이다. ‘과연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미성년자에 대해 처벌 감형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비판의 여론이 커지고 있다. 미성년자에게 당했든, 성인에게 당했든 피해자가 당한 피해는 같다. 미성년자가 저지른 폭행이라고 덜 아플 리 없고, 미성년자에게 당한 살인이라고 살아 돌아올 리 없다. 이런 이유로 소년법은 피해자보다 가해자 인권 위주의 법이라는 시선을 면키 어렵다.
   
   소년법의 대상 연령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소년법상 보호 대상인 소년의 연령을 현행 19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점점 흉포화되는 청소년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또한 요즘 아이들은 조숙하다. 신체적·정신적으로 성숙해 초등학교 고학년은 중학생과 구별이 어렵고, 성인과 구별이 어려운 고등학생도 많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한 해씩 앞당기고, 졸업 연령 또한 앞당기자는 대대적인 학제개편안이 제기되고,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정책이 추진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하나, 평균수명 증가도 고려돼야 한다. 징역 20년의 의미는 과거와 다르다. 현재 형법은 평균수명이 50세 정도에 불과하던 1953년에 제정됐다. 18세 소년이 20년형을 살고 나오면 38세. 남아 있는 수명이 평균 12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기대수명 90세를 바라보는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38세는 아직 창창한 나이이자,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더 많은 시간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런 댓글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나도 죽도록 미운 놈 하나 죽이고 한 20년 살다 나오면 되겠네.”
   
   

   문 대통령은 폐지론자
   
   사형제 폐지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은 어떨까? 늘 폐지 반대가 강했다.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사형제도 찬성 대 반대가 6:4 내지 7:3 정도다. 그러다가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등 연쇄살인마들의 흉악범죄가 기승을 부리면 9:1로 높아진다. 한국법제연구원이 발표한 ‘2015년 국민 법의식 조사’에 따르면 사형제 폐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23.2%, 사형제 폐지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65.2%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형제 폐지론자다. 대통령 후보 시절 사형제 존치를 묻는 질문에 “사형제가 억제효과가 없다고 드러나니 160개국에서 폐지한 것”이라며 폐지론자 쪽에 손을 들어줬다.
   
   한편 박상기 신임 법무부 장관은 전향한 폐지론자로 보인다. 그는 원래 사형제 존치론자에 가까웠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던 2008년, 한 매체에 기고한 글을 보자. ‘사형제 폐지론을 폐하라’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사형의 범죄 예방 효과를 부인하는 견해도 있지만, 교활한 살인범은 체포되더라도 자기는 죽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경우 범행에 대한 주저함도 없을 것이다. 사형제도에 대한 시각을 재점검해야 한다.”
   
   사이코패스의 교화 가능 여부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박 장관은 사이코패스에 대해 같은 글에서 이렇게 피력했다.
   
   “자기 범행으로 인해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 대해 동정심이 전혀 없다. 또한 다중인격을 지녔기 때문에 상대방을 교활하게 속일 수 있으며, 죄의식이 없으므로 범행을 연쇄적으로 저지른다. 이들에 대한 교정과 치료는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재범률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며 “이러한 인간 유형의 등장은 형사정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형사정책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썼다. “형사정책은 흉악범죄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사형제도에 대한 시각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러다가 톤이 바뀌었다. 박 장관은 지난 7월 13일에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사형제 폐지를 묻는 질문에 “우리나라가 인권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점진적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폐지되어야 할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형제 폐지 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실질적 사형 폐지국에 속한다. 사형제는 있으나 사형 집행을 안 한 지 딱 20년째다. 마지막 사형 집행은 1997년 12월 30일. 지존파 등 23명에 대한 사형이 한꺼번에 행해진 이후 단 한 건의 집행도 하지 않았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사형제가 있으면서도 10년간 사형집행을 하지 않으면 ‘사형제 폐지국’으로 지정한다. 대한민국은 2007년 134번째 실질적 사형 폐지국이 됐다.
   
   대체로 보수우파 정권은 사형제를 옹호하고, 진보좌파 정권은 사형제 폐지를 시도한다. 2007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사형 폐지국가 선포식에서 사형 확정자 52명 중 13명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6명을 추가로 감형했다.
   
   사형제 폐지는 세계적 추세다. 국제엠네스티에 따르면 전 세계 3분의 2 이상이 사형 폐지국에 속한다. 2016년 말 기준, 사형제 폐지국은 142개국, 집행국은 59개국이다. 폐지국에는 우리나라처럼 사형제도는 존재하나 10년 이상 집행하지 않는 32개국도 포함돼 있다. 인권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사형 폐지국이다.
   
   한편 일본과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여전히 사형을 집행한다. 일본의 경우 지난 7월 13일 2명의 사형수를 사형 집행했다. 아베 내각에서만 19번째다. 그런가하면 사형제를 폐지했다가 흉악범죄가 급증하자 다시 부활시킨 나라들도 있다. 감비아,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은 모두 2010년대 들어 사형제를 부활시켰다.
   
   현재 한국의 미집행 사형수는 총 62명. 과거에는 숱한 정치범들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지고 사형이 집행됐으나 점점 사형판결 기준이 엄격하고 신중하게 적용되고 있다. 최근엔 군 총기난사로 5명을 살해한 임모 병장에게 사형선고가 확정됐고, 옛 여자친구 부모를 잔인한 수법으로 살인한 스토킹 범죄자 장모씨, 연쇄살인범 유영철과 강호순에게 사형이 확정됐다.
   
   사형선고가 엄격해지는 추세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다. 정치사범에게는 아예 사형이 선고되지 않는다. 죄질이 극도로 흉악한 경우에만 신중하게 선고된다. 연쇄살인범이거나 3명 이상을 잔혹하게 살해했거나 피해자가 아동이거나 성폭력 혹은 묻지마 살인 같은 경우에 해당한다.
   
   
▲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피의자 김양 photo 이준우 조선일보 기자

   폐지안 15년간 7차례 발의됐지만
   
   사형제 폐지 관련 법안은 꾸준히 발의돼왔다. 사형집행이 된 2년 후인 1999년부터 무려 7차례나 발의됐다. 15대 국회에서는 유재건 의원, 16대는 정대철 의원, 17대에는 유인태 의원이 발의했고, 18대에는 박선영·김부겸·주성영 의원이 각각 사형제 폐지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그런가 하면 19대 들어서는 다시 유인태 의원이 발의했는데, 이 법률에 관해서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당시 이 법안은 새누리당 의원 44명, 새정치민주연합 124명, 정의당 5명이 공동발의됐다. 사형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이를 감형 또는 사면 없는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법안을 발의하면서 여야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사형제도는 더 이상 지구상에서 존재해서는 안 되는 형벌이며, 사형제도 폐지의 전 세계적인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그 어떠한 순간에도 국민의 생명을 함부로 여기지 않는 대한민국을 꿈꾼다.”
   
   그러나 사형제 폐지법안은 매 회기마다 폐기를 반복해왔다. 20대 국회에는 아직 발의되지 않은 상태다. 국민의 법 감정과 전 세계적 흐름의 괴리가 적지 않아 이를 통과시키는 문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형제 존치론에 관한 법률가들의 생각은 어떨까. 대한변호사협회조차 사형제 찬반에 대한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다. 2000년대 후반에는 사형제폐지특별위원회를 만들 정도로 폐지에 적극적이었지만, 19대에서 유인태 의원이 발의한 ‘사형제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검토 의견을 냈다. 의견서의 골자는 이렇다.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며, 인간의 생명은 그 자체가 절대적 가치를 갖는 소중한 것으로 다른 가치와 비교하여 희생되거나 수단이 되어서도 안 된다는 측면에서 사형 폐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는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 법 감정, 그리고 날로 증가하고 있는 흉악범죄 및 사회의 성숙 정도 등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것도 현실이다. 따라서 사형 폐지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적 합의가 마련될 때 비로소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변협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사형제 존치 쪽으로 약간 기울어졌다. 존치 의견이 53%(752명)로 폐지 의견(47%)보다 6%포인트 많았다. 존치 이유로는 흉악범에 대한 사형은 정의에 부합하는 점(42%), 가장 유효한 흉악범죄 억제 수단인 점(37%), 국민이 사형제도를 지지하고 있는 점(17%)이 꼽혔다. 다만 존치할 경우 개선책으로 구형과 선고의 신중함(40%), 재심 여지가 있는 사형수에 대한 일정 기간의 집행유예(37%), 법정형으로 정해진 사형대상범죄를 축소(13%)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됐다.
   
   대한변호사협회 임원인 이모 변호사는 사형제를 바라보는 국민 법 감정이 흉악범죄 발생 시기에 따라 크게 영향받는 현실을 우려했다. “사형제 폐지 여부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지, 흉악범죄가 발생했다고 일희일비해서는 안 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건 가해자의 인권을 떠나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서 세계적으로 없어지는 추세다. 몇백 년 무기징역을 내리더라도 말이다. 차라리 무기징역이 더 가혹할 수 있다.”
   
   사형제 폐지론자와 존치론자는 각각 근거가 명확하다. 우선 폐지론자들은 사형제가 △생명존중을 본질로 하는 인도주의에 반하는 반문명적 형벌이고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생명권을 국가가 직접 박탈하는 반헌법적 제도이며 △범죄자의 반성과 회개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해버리고 △오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정치적으로 남용 및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 희생당한 초등생이 살던 아파트에 붙어 있는 추모 메시지들. photo 이준우 조선일보 기자

   누구의 인권이 더 중한가
   
   실제로 한국의 사형집행 중 30% 가까이가 정치적인 이유로 행해졌다. 인혁당 사건이 대표적. 1974년 인민혁명당 재건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8명은 사형선고를 받고 선고 다음 날 바로 사형이 집행됐다. 그러나 재심을 거쳐 무죄선고가 내려졌다. 죽은 자에게 내려진 무죄선고였다.
   
   사형제 존치는 외교적 관점에서도 부담이다. 사형 존치국은 인권 후진국이라는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한·EU FTA 당시 한국이 사형 존치국이라는 점에 대해 EU 측의 문제제기가 있었다.
   
   한편 존치론자들은 폐지론자들의 이유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식의, 본질을 왜곡한 근거라고 반박한다. 법의 존재 목적은 정의구현이라는 점에서 △사형은 정의가 이루어지기 위한 수단으로 가장 강력한 징벌적 성격을 지녔고 △국민세금으로 흉악범을 먹이고 재우는 것은 세금 낭비이며 △사형제 존치 자체로 범죄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인권 얘기가 나오면 존치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진다. 존치론자들은 “누구의 인권이 더 중한가”를 묻는다. 가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피해자의 인권이 유린당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이후 밤잠을 설친다는 학부모 임모씨는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법이 너무 관대하다. 안 지키는 범죄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든다”며 “인천 살인사건 특별법이라도 만들어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요한 것은 사형제가 과연 범죄예방에 효과가 있는지 여부다. 과연 사형제 존치가 강력범죄의 억제 효과가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존치론자들과 폐지론자들은 각각 자신들에게 유리한 통계자료만 인용해 범죄예방 억제 효과가 있다, 없다고 주장한다.
   
   폐지론자들은 사형제 폐지 후 살인율이 44%나 감소했다는 캐나다의 예를 들고, 존치론자들은 미국 내에서 살인범죄율이 가장 높은 텍사스주가 사형집행을 부활한 후 63%나 살인범죄가 감소한 예를 드는 식이다.
   
   UN은 사형제의 존치 여부가 살인율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단정한다. 사형제 유무가 미치는 영향은 나라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캐나다와 미국의 일부 주는 사형제 폐지 후 살인사건이 증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관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살인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는 좀 다르다. 영국은 1966년 사형제 폐지 이후 살인사건 급증했다. 영국처럼 급격한 사회변화가 없는 곳에서의 지표는 유의미하게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마지막 사형이 집행된 1997년 이후 살인 범죄율 추이를 보자. 2000년 2.05명이었던 인구 10만명당 살인 범죄율은 2010년에는 2.58명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2.0명에서 1.12명으로, 일본은 0.65명으로, 독일은 1.25명에서 0.86명, 프랑스는 1.74명으로 확 줄었다. 그렇다고 사형 미집행이 살인 범죄율을 높였다고 잘라 말하긴 어렵다. 2010년대 들어서는 추이가 달라졌다. 2011년 2.4명이었던 살인 범죄율은 2015년에는 1.8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한 사형수의 자살 이유
   
   한 사람의 목숨은 우주보다 중하다. 사형제 역시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형제는 최악의 인권침해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형제가 지닌 살인범죄 억제력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형제를 무턱대고 폐지할 수만은 없다.
   
   연쇄살인범 정남규. 그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2년간 약 13명의 여성을 무참히 살해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라이벌 의식까지 느꼈다고 한다. 정씨에게는 죄책감도 두려움도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범행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살인을 게임하듯 즐겼다. 다음은 정씨의 면담록 중 일부다.
   
   “피해자들에게 미안하지 않은가?”
   “죄책감 말인가요. 다 잘 안 드니까요.”
   “절도, 강간, 살인 중 어떤 게 제일 짜릿한가?”
   “살인이 제일 짜릿하다.”
   “어떤 방법으로 사람을 죽이는가?”
   “집에 들어갔을 때는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길에서는 찍은 한 사람만 죽여요.”
   
   그런 그가 구치소에서 자살했다. 2009년 11월 22일, 목을 매 자살을 시도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결국 사망했다. 언론에 보도된 자살 이유는 “사형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그가 남긴 노트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현재 사형제도를 폐지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인생은 구름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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