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사랑과 칭찬을 받고 자란다. 초등학교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영재’라는 이름으로 특별 교육과 대우를 받는다. 학원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수준의 영어와 수학을 다 끝마쳐준다. 중학교에 입학하여 내 아이가 이른바 ‘전교권’ 성적을 받을 것으로 굳게 믿고 있는 부모들의 콧대는 하늘을 찌른다. 2학년 학부모들이 다소 겸손해지는 것은 1학년 성적표의 영향이 크다.

지금의 학부모들 역시 ‘둘만 낳아 잘 키우자’던 1970~1980년대 태어난 세대들이다. 형제가 많아 늘 경쟁하고 다투고 부모에게 혼나면서 자란 이전 세대와는 성장배경이 다르다. 지금의 아이들은 물론이고 학부모 역시 핀잔을 듣거나 혼나지 않고 자란 세대여서인지 교사가 자기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싫은 소리를 하면 참지 못하고 공격하는 성향을 보인다.

평소에 굉장히 이지적이고 교양 있어 보이던 어느 여학생이 수업 중 큰소리로 계속 “푸하하, 꺅꺅” 웃어서 여러 번 지적을 하고 벌점을 준 적이 있다. 그랬더니 “웃음소리가 이상한 것이 왜 벌점 대상이냐”고 따진다. 공적인 장소에서 계속되는 소음으로 남에게 피해를 준 점은 전혀 생각을 못 하는 것이다.

어떤 남학생은 싸움 중 이성을 잃고 상대방의 급소를 공격하여 반 친구를 위험에 빠뜨린 적이 있었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자 그런 공격성이 아이의 습관으로 고착될까봐 걱정하고 있는데 정작 그 부모는 “남자 아이들은 다 그렇게 자라는 것”이라며 오히려 학교에서 자기 아이를 범죄자 취급한다면서 억지를 부렸다.

많은 학생들은 선생님이 자신을 칭찬하지 않고 좀 더 잘하라고 지도하거나 선생님의 평가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매우 불쾌해한다. 객관식 시험의 점수는 인정하면서도 미술이나 음악 같은 수행점수는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수행과제를 성의 없이 대충 끝내고도 교사에게 묻는 질문은 한결같다. “선생님 저 잘했죠?” 교사가 칭찬 대신 “아이디어는 참 좋은데 완성도가 부족하니 조금 더 해보렴” 하고 대답해 주면 입술을 삐죽이고 투덜거린다. “뭘 더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 마음에 들면 되지, 귀찮아 죽겠네” 등등.

교칙을 어겨서 담임교사에게 휴대폰을 뺏기고 주의를 들은 아이가 교무실 앞 의자에서 큰소리로 교사를 욕하면서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학교 교칙을 어긴 자신의 불찰에 대해서는 전혀 후회나 반성이 없어 보였다. 이런 아이들은 집에 가서 자기의 잘못은 쏙 빼고 부모에게 억울함만 이야기한다. 그러면 부모는 앞뒤 사정 알아보지도 않고 “교육자 자질” 운운하면서 교육청에 민원 넣는다고 난리다.

아주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일에서도 학부모의 간섭과 이기적인 민원, 그에 따른 교권침해는 끊임없이 목격된다. 칭찬이 고래도 춤추게 하는 좋은 교육 도구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옳지 못한 행동을 했을 때 아이들은 꾸중도 듣고 혼도 나면서 자신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겸허한 자세도 배워야 한다. 모두가 “내가 최고인데, 내 자식이 최고인데, 감히 누가?”라고 한다면 정말 모두가 힘들어지는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강재남

서울 중계중학교 교사

강재남 서울 중계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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