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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490호] 20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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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窓 | 교사의 窓] 엄마 품에 5분 안기기

오봉학  서울 동성중학교 상담교사 bonghack@chol.com

추위가 매서운 계절이다. 잔뜩 찡그린 얼굴로 오리털 외투를 덮어쓰고 책상에 딱 달라붙어 있는 아이들, 세상의 온갖 아픔은 죄다 짊어진 듯한 얼굴로 추위를 타는 학생들을 보면 ‘추위는 차가운 바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허한 마음에서 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민구(가명)가 요즘 책상에 달라붙어 움직일 줄 모른다. 친구들과 이야기도 하지 않고 점심도 자주 거르려 한다. 점심시간에 빈 교실에 혼자 엎드려 있는 것을 겨우 달래서 식당에 보내는 일이 잦다. 수업에도 전혀 의욕이 없다.
   
   민구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최근에 부모님이 자주 다투시는데 자신의 성적 때문인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단다. 부모님이 이혼할까 봐 불안해서 잠도 잘 안 오고 자다가도 깜짝 놀라 깨면 불안감이 엄습해온다고 한다. 죄책감에 부모님과 눈도 잘 마주치지 않고 밥 먹기도 힘들어했다. 민구의 이야기에 공감해주면서 기분을 풀어주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민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었다.
   
   민구 어머니께 전화했더니 민구의 마음을 몰랐다며 당황해하셨다. 민구의 이상행동을 보고 ‘사춘기라서 그런가?’라고 생각하셨다면서. 나는 민구 어머니께 몇 가지 가족 과제를 제안했고 어머니도 적극 돕겠다고 하셨다. 다음 날 민구에게 ‘엄마 품에 5분 안기기’를 비롯한 가족 과제를 몇 개 내주었다. 민구는 처음에는 조금 당황한 듯 망설이더니 해오겠다고 약속했다. 가정에서의 노력 덕분일까? 민구의 학교생활이 조금씩 활기를 찾아갔다. 얼마 후 민구는 쑥스러워하면서도 ‘엄마 품에 5분 안기기’를 실천하고 쓴 글을 제출했다.
   
   “오늘 선생님께서 내주신 ‘엄마 품에 5분 안기기’라는 숙제를 했다. 처음에는 쑥스러워서 못 할 것 같았는데 한번 안기고 나니 쑥스러운 마음이 없어졌다. 안길 때의 느낌은 정말 포근했고, ‘옛날 내가 이렇게 해서 컸구나’ 하고 느껴진다. 5분이란 시간이 별로 길지는 않았지만 그 5분 동안 엄마와 나의 마음이 오고 간 것 같다. 요새 학원을 다니느라 엄마와 함께할 시간이 없는데 이렇게 엄마 품에 안기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주변의 시선과 쑥스러움 때문에 피하지만 중학교 남학생들도 가끔은 엄마 품에 안기고 싶어한다. 나는 종종 엄마들의 적극적인 사랑 표현이 필요해 보이는 학생들에게 이 과제를 내주곤 하는데, 처음에는 부끄럽고 쑥스러워하지만 실천하면서 기분이 좋았다는 의견이 많다. 가족 과제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민구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행복지수까지 높아졌다. 마음의 안정감을 찾자 공부에 대한 열의도 생겼다.
   
   ‘사춘기’란 말처럼 쉽게 써먹을 수 있는 말도 드물다. 학생들이 이해받지 못하고 사랑받고 싶어서 하는 모든 행동에 대해 부모님들은 그저 ‘사춘기니까 그렇지’ 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사춘기 행동’으로 보이는 행동들은 “엄마, 아빠! 나 지금 무척 힘들어요. 도와주세요. 관심받고 싶어요. 사랑받고 싶어요” 하는 외침인지 모른다.
   
오봉학
   
   서울 동성중학교 상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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