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491호] 2018.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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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통영 욕지도 참다랑어 양식장엔

‘스마트 양식’의 미래가 크고 있다

▲ 욕지도 참다랑어 양식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고등어를 먹이로 주고 있다. 직원 중 한 명은 수면으로 올라온 다랑어를 잡기 위해 낚시를 던졌다.
경남의 최남단에 위치한 섬 ‘욕지도(欲知島)’는 39개의 섬으로 이뤄진 통영시 욕지면의 본섬이다. 주변에 크고 작은 섬들이 울타리처럼 욕지도를 에워싸고 있어 물살이 잔잔해 물고기 서식에 유리하다.
   
   지난 1월 6일 오후 통영 삼덕항에서 욕지도로 향하는 여객선에 오른 건 욕지도 명물인 참다랑어를 보기 위해서였다. 뭍에서 뱃길로 32㎞가량 떨어진 욕지도에 1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이곳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참다랑어 양식장을 운영하는 홍진영어조합법인과 남평수산이 있다. 두 업체 소유의 외해(外海) 가두리 양식장에는 각각 3000여마리의 참다랑어가 자라고 있다. 흔히 다랑어는 참치캔의 원료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참치캔에 쓰이는 재료는 대개 가다랑어류다. 욕지도에서 양식하는 참다랑어는 가다랑어에 비해 최소 10배 이상 비싼 ‘귀한 몸’이다.
   
   욕지도는 예전부터 참다랑어가 지나는 어도(魚道) 중 하나였다. 한때 “우리 근해에는 대형 참다랑어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욕지도 인근 선망어선에서는 5㎏ 안팎의 참다랑어가 지금도 잡히고 있다. 작은 섬에 둘러싸인 욕지도 해상은 조금만 나가도 수심이 30~40m를 넘어 대형 어종인 참다랑어 생식에 부합한다는 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겨울철 수온이다. 주로 따뜻한 바다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참다랑어가 겨울철 남해의 수온(12도 안팎)을 견딜 수 있느냐가 양식 성공의 관건이었다. 홍진영어조합법인 측이 지난 10여년간 참다랑어를 양식한 결과 일정한 크기 이상 성장한 참다랑어의 경우 낮은 수온에서도 양식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오히려 낮은 수온에서 자란 참다랑어는 육질이 쫄깃해 상품성이 높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말 서울의 유명 일식당에 욕지도산(産) 참다랑어가 처음 납품돼 화제를 모았다. 홍진 측이 양식한 참다랑어 6마리(각 30㎏)를 시범 출하한 것인데, 시장에서 뛰어난 식감을 인정받아 1㎏당 5만원에 팔렸다. 욕지도산 참다랑어는 일본산 다랑어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온에서 양식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참다랑어가 많이 잡히는 후쿠오카 인근의 겨울철 수온은 최소 13도 이상이다. 반면 욕지도는 겨울철 수온이 10~12도 수준이다.
   
   일본에서 참다랑어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매년 연초가 되면 도쿄 최대 수산물시장인 쓰키지(築地) 시장에서 참다랑어 첫 경매가 열린다. 올해의 경우 지난 1월 5일 실시한 경매에서 405㎏짜리 참다랑어가 3645만엔(3억4318만원)에 낙찰됐다. 1㎏당 가격이 9만엔(85만원)인 셈이다.
   
   참다랑어 양식이 성공을 거두면 향후 영세한 국내 양식업계도 변화가 예상된다.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이 양식산업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오는 2030년에는 식용수산물에서 양식수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62%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참다랑어는 주로 수심 35m 이상의 외해에서 양식한다. 투자와 규모 면에서 기존 연근해 양식업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 50㎏짜리 1마리의 가격이 250만원을 호가한다.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등 해외 수출에서도 효자가 될 수 있다. 기존 가두리양식은 넙치, 우럭, 참돔, 숭어 등의 어종에 국한되어 있어 부가가치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마창모 양식어촌연구실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해양수산자원 개발과 연관된 기술을 개발·도입함으로써 수산업이 국가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시대를 맞았다. 참다랑어 양식처럼 민간에서 시도하는 사업에 신기술이 뒷받침된다면 경쟁력이 배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다랑어 양식 사업은 2000년대 초만 해도 ‘무모한 도전’으로 인식됐다. 참다랑어가 자라기에는 해수 온도 등 여건이 적합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 결과 국내에서 기업형 수산업은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었다. 홍진영어조합법인의 경우 지난 10년간 참다랑어 양식을 위해 100억원 이상을 투입했고 이제 시범 출하 단계에 이르렀다.
   
   
▲ 지난 1월 6일 낚시로 잡은 30㎏ 크기의 참다랑어.

   고등어 15㎏ 먹으면 1㎏ 성장
   
   참다랑어는 식성이 좋아 하루 2~3차례씩 먹이를 줘야 한다. 일반적으로 잡은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싱싱한 고등어를 먹이로 준다. 지난 1월 6일 오후 욕지도에 도착해 차량으로 10여분을 이동해 도착한 덕동해수욕장. 홍진영어조합법인이 있는 이곳에서 다시 고깃배를 타고 해상으로 10여분을 나가면 ‘U자형’ 만에 둘러싸인 가두리양식장이 나온다. 수십 개의 가두리가 부유(浮遊)해 있는 이곳을 소위 바다목장이라 부른다.
   
   직원들은 출항하기 전에 참다랑어 먹이로 수백㎏의 고등어를 배에 실었다. 가두리양식장에 도착한 직원들이 가두리 안으로 고등어를 던져주자 길이 1m 안팎의 참다랑어가 하얀 뱃살을 드러내며 수면 근처로 치고 올라와 고등어를 낚아챘다. 고등어 찌꺼기라도 주워먹겠다고 몰려든 갈매기들은 덩달아 신이 났다. 3000여마리의 참다랑어를 위한 고등어 배식은 2시간쯤 소요됐다. 통상 참다랑어는 고등어 15㎏을 먹고 1㎏가량 성장한다고 한다.
   
   이날 홍진 측은 납품용 참다랑어를 잡는 모습을 직접 시연했다. 물고기 표면에 상처가 생기면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참다랑어는 낚시로만 잡는다. 이날 수온이 낮아 참다랑어의 활동성이 떨어진 탓인지, 참다랑어 1마리를 낚아 올리는 데 2시간이 소요됐다. 세찬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참다랑어를 잡아올린 홍승표 부장은 “참다랑어는 지능이 높아 낚시 미끼로 사용하는 고등어를 구별하기도 한다”면서 “오늘은 낮은 수온 탓에 유독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했다.
   
   이날 직원들이 잡은 참다랑어는 30㎏에 육박했다. 성인이 혼자서 들어올리기 힘들 정도의 크기였다. 직원들은 선상에서 참다랑어의 급소를 찔러 급사시킨 뒤 아가미와 내장을 제거하고 얼음물에 담가 뭍으로 옮겼다. 참다랑어는 하루이틀 냉동 보관한 뒤 먹어야 최상의 육질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지난 10년간의 참다랑어 양식 과정에 홍진 측은 크고 작은 사고로 손실을 입었다. 2012년 태풍 볼라벤이 욕지도를 관통했을 때 어망이 찢어져 그동안 키운 참다랑어가 모두 소실됐다. 태풍 피해를 입고 난 뒤 어망을 더 강한 재질로 바꾸고 부방파제(물 위에 띄워두는 방파제)도 설치했다. 그러나 이듬해에는 적조로 기존 참다랑어 치어들이 모두 폐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홍진 측은 이와 관련 외해 가두리업체가 보험적용을 받도록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해주길 고대한다고 했다. 홍진영어조합법인 홍석남 사장의 말이다. “양식재해보험에 참다랑어는 포함되지 않는다. 외해 가두리 양식의 개척자들은 이처럼 보험혜택을 받지 못해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시행착오를 겪다가 여력이 없으면 문을 닫을 수도 있다. 특혜시비를 이유로 보험을 허가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외해 양식을 개척할 수 없다.”
   
▲ 홍진영어조합법인이 양식하는 참다랑어는 고등어를 먹고 자란다.

   외해 양식업계 종사자들은 정부가 참다랑어 양식의 최적지를 선정해 여러 업체가 한곳에 모일 수 있도록 하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정부가 허가한 외해 가두리양식 업체는 모두 11곳. 정부 지원이 분산돼 경쟁력 확보가 더딘 측면이 있다.
   
   참다랑어 양식을 지속하고 있는 곳은 제주도 1곳과 욕지도 2곳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업체들은 투자여력 부족 등으로 인해 참다랑어 양식을 중단했거나 일반 어종 양식으로 방향을 선회한 곳도 있다고 한다. 참다랑어 양식에 투입되는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정치망을 설치해 물고기를 잡아 운영자금을 마련하기도 한다.
   
   홍진 측 유통 책임자인 서인바이오 유병서 대표는 “일본은 마을 조합 단위로 외해 가두리 양식을 허가하는 등 대단위로 투자가 이루어져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다. 우리도 참다랑어 양식을 단지화해 진행한다면 일본보다 상업화에 앞설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과제 중 하나로 ‘스마트 양식’을 육성·지원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해양수산부도 최근 참다랑어 양식을 지원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홍석남 사장의 말이다. “부가가치가 월등히 높은 참다랑어 양식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양식산업에 접목하면 향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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