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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515호] 201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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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반난민 정서 뒤의 오해 무슬림을 위한 변명

노석조  조선일보 국제부 기자, 전 조선일보 카이로 특파원 

▲ 인도네시아의 무슬림 소녀들. photo 뉴시스
‘이슬람 사람들은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애 낳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성범죄는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6월 12일 올라온 글의 일부다. 이 글은 이런 주장 등을 근거로 제주도에 예멘 사람들을 난민으로 받으면 안 된다고 청원했다. 청와대는 나흘 뒤인 16일 “부적절한 표현이 있다”며 이 글을 삭제했다.
   
   하지만 ‘부적절한’ 소문은 ‘삭제’되지 않고 말·활자·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직장동료 간 점심식사 자리, 육아 정보교환 인터넷 카페, 유튜브·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SNS) 등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제주 예멘 난민 문제를 계기로 예멘 사람들의 종교인 이슬람이 루머의 단골 소재가 되고 있다. 편견은 오해를, 오해는 증오를, 증오는 분열을 낳는다고 하지 않나. 이슬람, 무슬림(이슬람 신자)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짚어봤다.
   
   
   “무슬림은 잠재적 테러리스트다?”
   
   알카에다·이슬람국가(IS)·보코하람 등 악명 높은 테러단체는 하나같이 “진정한 이슬람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대원은 자폭 테러를 ‘거행’하기 직전 거의 예외 없이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시다)”라고 외친다. 자신이 하는 행위가 신을 위해서라고 믿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다 보면 실제로 무슬림이 위험한 존재로 여겨지고 더 나아가 이슬람은 테러를 조장하는 종교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알아야 할 것은 IS 같은 테러단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무슬림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테러가 사라지길 제일 간절히 바라는 사람도 무슬림이라 할 수 있다. 사실 IS의 범행 가운데 미국·유럽인이 희생된 사건이 크게 알려져서 그렇지, 피해 규모를 보면 무슬림이 최대 희생자다. 이집트 한 시골 마을 사원에서 평화롭게 기도를 드리다 자폭 테러에 목숨을 잃은 무슬림들도 많다.
   
   이에 절대다수의 무슬림 공동체는 한목소리로 “IS·알카에다 등은 이슬람을 테러에 악용하는 범죄 집단”이라며 퇴치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생겨난 범죄조직이라고 해서 그 문화권에 사는 사람마저 범죄조직원으로 싸잡아 매도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인신매매·살해 등 각종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마피아 조직이 이탈리아 특유의 정치·사회적 배경에서 생겨났다고 해서 ‘이탈리아 문화는 조직범죄를 조장한다’ ‘이탈리아인은 잠재적 마피아다’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자가 스물여섯이던 2008년 12월 겨울, 배낭 하나를 메고 시리아를 여행할 때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진 않았지만 겨울이라 바람이 차고 매서웠다. 다들 목도리를 두툼하게 둘러 모래바람을 피했다. 캄캄한 밤, 수도 다마스쿠스로 가는 차인 줄 알고 탔는데, 아니었다. 중간에 무작정 내려야 했다. 왕복 2차선의 지방도로 주위는 황량했다. 어쩌다 지나가는 차량 불빛 말곤 의지할 게 없었다. 캄캄했다. 막막했다. 이때 차에서 같이 내린 덥수룩하게 턱수염이 난 30대 시리아 남성이 “걱정 말고 따라오라”고 손짓을 했다. 차에서 대화를 몇 번 나눈 사이였다. 살짝 걱정이 됐지만 따라가기로 했다. 늦은 겨울밤 지방도로 옆 흙길에 멀뚱이 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자신의 집으로 안내했다. 얼룩진 페인트칠의 콘크리트 집은 허름했지만 바닥에 깔린 카펫이나 베개·이불은 깨끗했다. 그렇게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집을 둘러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기자(당시엔 학생이었다)에게 내놓은 방은 그 집에서 가장 크고 깨끗한 곳이었다. 차에서 우연히 만난 허름한 옷차림의 젊은 한국 사내에게 대가 없이 자신의 안방을 내놓았던 것이다. 까만 히잡(이슬람식 머리 스카프)과 아바야(전신을 가리는 무슬림 여성 의복) 차림의 그의 아내는 빵과 함께 12개의 접시에 홈무스(으깬 콩), 가지샐러드, 올리브, 치즈, 삶은 계란, 무화과잼, 요구르트 등을 담아 아침식사로 내놨다. 식사를 마치자 그는 같이 집을 나서 차비까지 대주며 버스를 타고 다마스쿠스 시내까지 데려다줬다. 이방인에 대한 친절이 그의 종교 때문인지 타고난 성품 때문인지 딴 꿍꿍이가 있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는 무슬림이었고, 비무슬림이자 언제 다시 만날지도 모를 이방인에게 참 따뜻하게 대해줬다는 사실이다.
   
   
   “이슬람은 여성에게 할례를 강요한다?”
   
   할례(割禮)는 성기 일부를 자르고 일부를 꿰매는 의식이다. 주로 유대교 남성이 종교적 이유로 하는데, 종교와 무관하게 위생 등 여기저기에 좋다며 일부 비유대인 남성도 한다. 한국에선 포경(包莖)수술이란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다.
   
   여성도 한다. 문제는 여성 할례는 부작용으로 평생 불편과 고통을 겪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걸 하는 이유가 “여성은 조신해야 해서” “불필요한 성욕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점도 큰 문제다. 이에 국제사회는 여성 할례를 반인권적 행위라며 근절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도 거의 이견 없이 여성 할례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여성 할례는 주로 이집트·소말리아 등 이슬람을 주요 종교로 하는 국가들이 포함된 아프리카 대륙에서 행해지고 있다. 따라서 ‘일부’ 무슬림 여성이 할례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슬람이 여성에게 할례를 강요한다” “할례는 이슬람 문화”라는 건 틀렸다. 이들이 할례를 하는 건 무슬림이라서가 아니고, 이슬람이 7세기 창시되기 훨씬 이전부터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서 내려오는 관습과 풍습 때문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 할례와 이슬람은 무관한 것이다. 좋은 예는 사우디아라비아다. 이슬람 종주국이자 최대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가 있지만, 이곳 사람들은 할례를 안 한다. 이슬람이 본고장인 아랍 지역을 넘어서 크게 흥한 곳이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가 있는 동남아시아인데 여기서도 할례는 찾아볼 수 없다. 아프리카 토착문화인 것이다.
   
   2016년 여름 카이로 특파원으로 있으면서 이집트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때다. 어느날 수도 카이로의 북부 쇼브라에 갔다. 이 지역엔 이집트 전체인구 9000만명의 10~15%를 차지하는 이집트 정교회 기독교인이 많이 몰려 산다. 초승달 모양의 조형물을 단 모스크(이슬람사원)뿐 아니라 십자가를 단 교회가 많다. 친구와 함께 쇼브라 한 거리를 걷다가 큰 벽보 하나를 보고 멈춰 섰다. ‘카텐을 하지 맙시다’란 문구가 있었다. 친구에게 ‘카텐’이 뭔지 물었더니 잠시 주저하다 아랍어로 ‘여성 할례’를 의미한다고 알려줬다. 친구는 “2008년 카텐이 법적으로 금지돼 실제로 그 건수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집트 부모들이 종교와 상관없이 자신의 딸에게 카텐을 한다”고 말했다. 최신 자료에 따르면, 이집트의 기독교인 여성 약 74%가 여전히 카텐을 하고 있다. 무슬림 카텐 비율(90%)보다 적지만 기독교인 사이에서도 성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밀집지인 쇼브라에도 카텐 금지 벽보가 곳곳에 붙어 있었던 것이다. 친구는 “이집트에선 무슬림이든 기독교인이든 상관없이 카텐을 하지 않은 여성은 결혼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면서 “카텐 하지 않은 여성은 성욕이 과다하고 조신하지 않다는 잘못된 정보를 믿고 그릇된 여성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 파키스탄의 한 무슬림 남성이 라마단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무슬림 남성은 여아(女兒)와 결혼한다?”
   
   2013년 예멘에서 8세 여아가 부모의 강요로 40세 남성에게 시집을 갔다가 첫날밤에 심한 장기손상과 출혈로 숨졌다. 충격적인 사건에 예멘 여성들을 중심으로 조혼(早婚)을 근절시키자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이러한 소식은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을 통해 크게 알려졌다. 조선시대에나 있었던 조혼이 오늘날에도 인도·서남아시아를 비롯해 무슬림이 많이 사는 아랍 지역에 존재한다.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조혼이 무슬림 사회의 일반적인 결혼 문화는 아니다. 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 등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을 이룬 나라에선 조혼 문화가 사라진 지 오래다. 예멘·아프가니탄같이 가난한 나라에서 경제적 이유로 부모가 어린 딸을 돈 많은 중년 남성에게 지참금을 받고 시집보내는 일이 벌어지지만 이것도 그 사회에서 드문 현상이다. 지난 4월 예멘에서 제주도에 와 난민 신청을 한 사미(31)·아파크(26) 부부도 무슬림 사회에 조혼이 흔치 않은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2013년 이집트 유력 일간지 알아크바르 기자가 한국언론재단 초청으로 한국에 단기 연수를 온 적이 있다. 조선일보 편집국에서 일주일간 견학도 해 그와 친해질 수 있었다. 그는 두 달의 연수를 마치며 “한국 연수기를 바탕으로 칼럼을 하나 썼다”며 칼럼이 실린 신문 지면 한쪽을 사진 찍어 보냈다. 이런 내용이었다.
   
   “외국인이 한국에 처음 도착하면 가장 궁금한 건 ‘한국인은 정말 개고기를 그렇게 많이 먹는가’이다. 나를 포함해 많은 아랍인들은 여기저기서 ‘개고기 먹는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를 수없이 들어왔다. 그런데 이번에 직접 내가 한국에 가서 보니 그동안 듣던 이야기와는 정반대였다. 실상은 한국인은 개고기를 즐기기보다는 개에 가지각색의 옷을 입히고 승용차에 ‘개 전용’ 좌석을 마련해 개를 앉힐 정도로 ‘개 돌보기’를 더 즐겼다. 한국 거리엔 개고기가 널려 있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부엌에서 개를 도살해 시도 때도 없이 먹는다는 얘기는 틀렸다는 것이다.” 그는 이 칼럼을 통해 한 사회의 일부 현상을 확대·과장해 마치 모든 사람이 그럴 것이라 인식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201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아이 셋을 둔 예멘의 서른두 살 여성 타와쿨 카르만이었다. 그는 인권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며 표현의 자유 등 인권과 민주주의 증진에 힘썼고, 그해 예멘 독재자 살레를 축출하는 데 기여해 노벨상을 받았다. 조혼이 아직 존재하는 예멘이지만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될 만큼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활발하다.
   
   이집트·요르단만 가도 도심에서 떳떳하게 젊은 남녀 커플이 팔짱을 끼고 연애를 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랍권 영화관에선 끊이지 않고 애절한 러브스토리가 절찬리에 상영된다. 애틋하고 풋풋한 연애·결혼을 다들 꿈꾸는 것이다.
   
   무슬림 인구는 18억명으로 세계 전체인구 76억명의 약 24%를 차지한다. 세계 4명 중 1명이 무슬림인 셈이다. 그런데 이들 무슬림은 수많은 나라와 지역에 흩어져 있다. 당장 소말리아 무슬림과 두바이 무슬림을 생각해봐도 둘이 얼마나 다를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몇 가지 사실과 기준만 가지고 이렇다저렇다 일반화했다간 거짓된 정보로 채워진 편견의 틀에 갇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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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이병곤  ( 2018-07-31 )    수정   삭제
다른 종교보다 생활을 지배하는 경향이 강해, 다른 종교집단 사이에 들어가면 문제를 야기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종교자유란 면에서도 다른 종교나 문화집단과 갈등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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