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1일 위성으로 찍은 허리케인 레인. 한때 5등급까지 올라갔던 강력 허리케인 레인은 하와이에 물폭탄을 안겼다. ⓒphoto 뉴시스
지난 8월 21일 위성으로 찍은 허리케인 레인. 한때 5등급까지 올라갔던 강력 허리케인 레인은 하와이에 물폭탄을 안겼다. ⓒphoto 뉴시스

기후변화로 지구촌이 기상이변을 앓고 있다. ‘기상이변’이 더 이상 ‘이변’이 아닌 ‘일상사’가 되고 있는 형편이다. 21세기 전까지는 인류에게 가장 큰 문제가 자원고갈이었다면 21세기 중반부터는 지구온난화가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과학자들은 2060년까지 기상 질서가 더욱 교란돼 태풍, 허리케인 등 막대한 피해를 유발하는 열대저기압이 심해질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그 피해 규모까지 구체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후과학자들에 따르면, 현재의 지구 평균온도는 19세기 산업혁명 때보다 0.9도 정도 높아진 상태다. 1〜2도 혹은 2〜3도 상승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될지 모르지만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이미 상승한 약 1도의 영향으로도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더위가 심해지고, 기상 이변이 발생하고 있다. 또 해수면은 19세기에 비해 59㎝ 상승했고, 강수량은 20%나 증가했다.

이는 곧 홍수 피해로 나타난다. 높아진 기온, 따뜻한 바닷물, 그리고 낮은 기압은 수퍼태풍과 폭우, 홍수가 발생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한편으론 높아진 기온으로 증발하는 수증기의 양이 많아지면서 가뭄 발생 빈도도 빈번해졌다. 홍수와 가뭄의 위험성이 공존하는 것이다.

2060년 10억명이 대홍수 위험 노출

이런 가혹한 날씨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는 1차적으로 자연현상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는 산업에 영향을 미치며, 궁극적으론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에 상이한 파급효과를 유발한다. 미국 상무부의 보고서에 의하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산업 분야 중 70% 이상이 날씨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 역시 기후변화로 재난을 당할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태풍과 홍수로 인한 피해가 점점 심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영국의 비영리단체인 크리스천에이드는 ‘기후변화 여파로 몇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규모의 홍수가 빈번하게 일어나 2060년 무렵에는 대홍수 위험에 노출된 인구가 최소 10억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이에 대처하지 못한 개발도상국, 특히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의 가난한 나라들은 더 많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경고다.

이러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 아래로 유지하되 1.5도를 넘지 않게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2도’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2도 상승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 아크기후과학전문센터의 앤디 피트먼 소장은 파리기후변화협정이 목표로 제시한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 상승’은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2도 상승의 압박이 지구에 가해진 지 이미 오래되었다고 진단했다. 현재 발생하는 기후의 기록 경신 강도를 볼 때 ‘모든 것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의 미세한 온도 변화가 자연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2060년에는 열대지방의 동물과 식물이 멸종하는 규모가 지금보다 10배쯤 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전망한다. 그렇다면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계속될 경우 사회·경제적으론 얼마나 많은 비용이 초래될까.

지난 8월 20일자 ‘네이처 기후변화’는 프란체스코 도토리 유럽합동연구센터 연구원팀이 분석한 ‘지구의 평균기온의 변화에 따른 피해액 예측’ 결과를 게재했다. 21세기 말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2도, 3도 오르는 3가지 경우를 가정하고 각각의 피해액을 계산한 것. 연구팀은 각국의 도시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인구 변동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 여부와 도시 주변 강 유역의 범람 특성을 고려해 피해액을 산출했다고 밝혔다.

위험국가 인도·이집트·아일랜드·한국

먼저 지구 평균기온이 1.5도 상승했을 때의 경제적 피해액을 살펴보자. 기상학자들은 지구 평균온도가 1.5도 상승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에 따르면 현재 탄소배출량을 신속하고 과감히 줄이지 않는다면, 2040년에 기온 상승이 1.5도를 넘으리라 전망했다. 이때 홍수로 인한 사망자 수는 지금보다 1.7〜1.83배(9700〜1만400명), 재산 피해는 2.6〜3.4배(연간 약 143조원에서 최대 487조원) 늘어날 것으로 유럽합동연구센터 연구원팀은 예측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이렇게 홍수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에 인도, 이집트, 아일랜드와 함께 한국이 지목되었다는 것이다. 한반도 지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온난화 속도를 기록 중이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현재 0.9도 상승한 것에 비해 북반구 고위도로 갈수록 상승세가 심화돼 한반도 일대는 무려 1.5도가 올랐다. 현재의 속도라면 21세기 한반도 기온은 3도 이상 올라가고, 특히 태풍 솔릭처럼 움직임은 느리면서 강한 수퍼급 태풍이 한반도를 자주 강타할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태풍 솔릭 영향권에 든 지난 8월 23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기상센터. ⓒphoto 환경부
태풍 솔릭 영향권에 든 지난 8월 23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기상센터. ⓒphoto 환경부

지구 평균온도가 1.5도 상승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연구팀에 따르면 물 부족으로 식수난을 겪는 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1억 내지 2억명이나 증가한다. 이미 지중해 연안과 아프리카 대륙, 중앙아시아 지역은 강수량이 증발량보다 적은 건조지대로 변해가고 있다.

지구 평균온도가 2도 오르면 어떻게 될까.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2050년에는 지구의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도의 상승은 인류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끔찍한 세상을 펼칠 수도 있다.

시베리아와 북미의 영구동토층이 녹고, 남극 및 그린란드 빙하의 해빙이 빠른 속도로 진행돼 더 이상 기후변화를 예측하고 제어하기 어려워진다. 또 여러 지역에서 산호가 사라지고, 생물종 4분의 1이 멸종 위기를 맞고, 아프리카 주민 4000만〜5000만명이 말라리아에 노출된다. 또 온대계절풍이 바뀌며, 해안 주민 1000만명이 해마다 홍수 피해를 입게 된다. 홍수로 인한 인명 피해는 지금보다 2.3배(1만3100명), 경제적 피해는 4.2〜6.2배(연간 약 229조원에서 최대 515조원) 높아질 것으로 연구팀은 예측했다.

전라남북도와 강원도에 피해 집중

그렇다면 파리기후변화협정의 목표치를 훨씬 넘어선 3도 상승했을 때는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유엔기구인 유엔환경계획(UNEP)은 ‘2015 배출량 격차 보고서’를 통해 만약 지금까지 각 나라에서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대로라면 21세기 말까지 지구 기온이 3~3.5도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구 평균기온이 3도 이상 따뜻해지면 지구 인구 중 5억5000만명이 기근으로 고통받고, 대서양 순환 변화와 아마존 열대우림이 붕괴하기 시작하며, 생물종의 최대 50%가 멸종한다. 대서양 해류는 열대 지역의 따뜻한 바닷물을 유럽 쪽으로 이끈다. 그래서 겨울철에 북위 37.4도의 서울보다 고위도에 위치한 북위 51.5도의 런던이 더 따뜻하다. 이 거대한 대서양 해류 흐름이 변화되면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발생하게 된다.

유럽합동연구센터 연구원팀은 지구 평균기온이 3도 상승할 경우 사망자 수는 지금보다 2.8〜3.7배, 경제 피해는 무려 7.2〜11배로 늘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현재 집중적으로 홍수 피해를 받고 있는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베트남 순으로 사망자 수나 경제 피해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의 경제학자 니콜라스 스턴 경은 2006년 ‘기후변화의 경제학’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매년 세계 GDP의 5% 이상, 많으면 20% 이상을 기후변화 피해로 잃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구 평균기온 1〜2도가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이 태풍과 홍수로 인한 피해 비중이 급격히 커질 것이라는 점은 국내 전문가들의 연구에서도 예측됐다. 이미연 국회예산정책처 분석관과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김광열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팀이 직접 만든 ‘자연재해 피해액 예측 모델’을 통해 제시된 바로는 2060년까지 한국도 태풍 피해가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국내 16개 시·도의 예상 강수량과 재정자립도, 토지 불투수층(수분의 침투가 어려운 지층) 비율 등의 각종 데이터를 이용해 연간 최대 피해액을 계산하고, 처음으로 미래 재난 피해액을 예측했다.

그 결과 2060년 무렵 태풍과 홍수로 인한 피해액이 연간 23조원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 GDP의 1.03%에 해당하는 액수다. 지금까지 가장 큰 피해를 입혔던 2002년 태풍 루사 때(피해액 6조원)보다 거의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불투수층이 많은 전라남북도와 강원도에서는 지역적 특성으로 한 해 지역총생산(GRDP)의 7%가 넘는 약 5조6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피해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내추럴해저드리뷰’ 2017년 11월호에 게재됐다.

이제는 전쟁에 버금가는 현실이 된 기후재앙. 우리는 기후변화에 과연 얼마나 대비하고 있을까.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상황이 되지 않도록 각국은 물론 전 세계적인 대비가 절실하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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