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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526호] 20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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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모든 정권이 꺼내 들었지만… 임대주택 딜레마

하주희  기자 

▲ 올해 12월부터 분양전환이 시작되는 경기 판교신도시 ‘10년임대 아파트 단지’. 이들 단지 세입자들은 입주 10년이 되는 시점에 최대 10억원을 내고 집을 사든지 이사를 가야 한다. photo 이진한 조선일보 기자
이 정부도 결국 ‘공공임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추석 직전 국토교통부는 두 건의 부동산 대책을 연이어 내놨다. 지난 9월 21일에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은 제목 그대로 수도권 신규 공급 확대가 골자다. 공공택지 17곳에 3만5000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에선 옛 성동구치소 자리 등 11곳, 경기도에선 광명 하안 등 5곳, 인천에선 검암 역세권이다. 여기서 공급되는 주택은 서울 1만282호, 경기도 1만7160호, 인천 7800호다. ‘3기 신도시’도 조성한다. 남은 택지 13곳 중 4~5곳에 ‘미니 신도시’를 조성해 20만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9월 23일엔 공공임대주택 건설안이 좀 더 구체적으로 나왔다. 수도권에 330만㎡(100만평) 규모로 조성하는 미니 신도시 내 공공택지의 35% 이상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공공임대는 무주택 서민에게 정부가 비교적 저렴하게 빌려주는 주택 형태다. 흔히 ‘임대아파트’라 부른다. 영구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 매입·전세임대주택, 5년·10년·50년임대주택, 보금자리주택, 행복주택 등 줄잡아도 10종류 이상의 공공임대주택이 있다.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이나 임대기간, 임대료 등 입주 조건이 각각 다르다. 공공임대가 종류별로 난립한 이유는 각 정권별로 새로운 유형의 공공임대주택을 만들어내서다. 보금자리는 이명박 정권 시절 탄생했고, 행복주택은 박근혜 정권의 작품이다. 문재인 정부도 세 종류의 임대주택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29일 주거복지 로드맵으로 발표한 청년주택, 신혼희망타운, 어르신 공공임대다.
   
   처음 공공임대주택을 지은 건 노태우 정권 시절이다. 1988년부터 공급됐다. 노태우 정부는 주택 200만가구 건설계획의 일환으로 임대주택 50만가구 건설계획을 세웠고, 평생 거주할 수 있는 영구임대주택 19만가구를 건설했다. 김영삼 정부 때는 5년, 50년 거주 가능한 임대주택을 공급했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김대중 정권은 국민임대주택을 도입했다. 영구임대보다 입주자격을 완화한 국민임대주택은 현재 국내 공공임대주택 재고의 52% 정도를 차지한다. 가장 큰 비중이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임대주택 100만가구 건설계획을 구체화하면서 임대주택 종류를 다가구 매입임대, 전세임대 등으로 다양화했다.
   
   
   노태우 정권 때 첫 공급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150만가구 공급 정책을 추진했다. 김영삼 정권 때 중단된 영구임대주택 공급을 재개하고 저소득 대학생, 쪽방 거주자 등에 대한 특별공급을 늘리기도 했다.
   
   박근혜 정권의 임대주택 정책은 행복주택과 뉴스테이로 압축된다. 행복주택은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젊은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됐다. 철도 부지 등 국·공유지를 활용해 토지 매입비용을 절약해 반값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역 주민의 반발로 공급계획이 축소(20만가구에서 15만가구)되기도 했다. 그러나 행복주택은 임대료가 저렴한 데다 도심에 들어서 반응이 좋았다. 지난해 LH가 입주자를 모집한 행복주택의 평균 경쟁률은 6.6 대 1이었다.
   
   뉴스테이는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임대주택이다. 주거 취약층만을 대상으로 한 기존 임대주택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데 의미가 있다. 최장 8년까지 쫓겨날 걱정 없이 살 수 있고, 임대료 상승률은 연 5% 미만으로 묶었다. 건설사 등 민간이 공급주체로 나설 수 있게 정부가 독려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뉴스테이도 반응이 좋다. 지난해 8월 GS건설이 분양한 동탄 레이크자이 더 테라스는 평균 경쟁률 26.35 대 1을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11월 29일 주거복지 로드맵을 내놓으면서 선보인 청년주택, 신혼희망타운, 어르신 공공임대 등 3종 임대주택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공공임대는 영구임대, 국민임대, 장기전세, 분양전환임대로 나뉜다. 흔히 ‘주공아파트’라 부르는 게 영구임대나 국민임대주택이다. 영구임대는 소득분위 기준 1분위가 입주할 수 있다. 영구임대주택과 50년임대주택이 있다. 임대료는 시중 시세의 30% 선이다. 2016년 기준으로 주택 재고는 약 30만호다. 국민임대는 2분위에서 4분위에 입주 자격이 있다. 최장 30년 거주할 수 있다. 임대료는 시중 시세의 60~80% 선이다. 2016년 기준 주택 재고는 약 51만호다.
   
   장기전세는 SH공사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의 한 종류다. ‘시프트’란 명칭으로도 불렸다. 무주택 세대주에 한해 주변 전세 시세의 80% 이하의 가격으로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다. 2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는데 보증금 인상률이 연 5%로 제한되어 있다.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한 게 장점이다. 2016년 기준 주택 재고는 약 3만호다.
   
   분양전환 아파트는 입주자가 일정 기간 임차해서 살다가 향후 분양전환 시 분양받을 수 있는 아파트를 말한다. 정부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또는 민간 건설사에 공공택지와 기금 등을 지원해 아파트를 지으면, 주택 구입 희망자는 일단 시세보다 싼 임대료를 내고 세 들어 살다가 10년 뒤 우선적으로 분양받을 수 있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과 점진적 자가(自家) 소유를 촉진한다는 목적으로 설계된 임대주택이다. 2016년 기준 주택 재고는 22만호다. ‘5년’과 ‘10년’ 두 가지가 있다.
   
   최근 경기도 판교에서 논란이 된 게 10년임대다. 판교에는 10년임대 아파트가 2008년 371가구를 시작으로 2014년까지 총 1만1441가구 규모가 공급됐다. 올해를 시작으로 2024년까지 모두 분양 전환될 예정이다. 임대주택법상 5년 임대 분양 전환가는 ‘건설 원가와 감정평가액의 중간값’으로 정해져 있다. 10년임대의 분양 전환가는 ‘감정평가 금액 이하’로만 정해져 있다. 감정평가액은 대개 실제 가격의 90~95% 수준이다. 아파트값이 완만히 상승한 상황이라면 입주자와 건설사 사이에 분쟁이 날 가능성이 적겠지만, 문제는 10년 사이에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는 사실이다. 분양가를 두고 지금까지도 분쟁 중이다.
   
   이외에도 임대주택의 건설 형태에 따라서도 나뉜다. 같은 단지에 임대아파트를 몰아서 짓는 방식이 있고, 일반분양과 섞어서 공급하는 방식이 있다. 후자를 소셜믹스(Social Mix)라 부른다.
   
   

   임대주택 짓는다고 집값 내리지 않아
   
   소셜믹스란 일반분양 가구와 장기전세 가구, 임대 가구가 한 아파트 내에 있는 주택단지로, 주거공간 차별을 막고자 1980년대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정책이다. 2003년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장기전세주택을 선보이며 한국에 처음 도입됐다. 은평뉴타운이 소셜믹스 첫 사례였다. 이후 점차 확대돼 현재 서울시내 200개 단지를 넘어섰다.
   
   역대 정권마다 꺼내든 임대주택 카드는 부동산 시장 선진화, 안정화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어느 정권이나 임대주택 짓기에 골몰해왔지만 사실 임대주택 건설은 정책적으로 양날의 칼이다. 짓지 않을 수 없지만 딜레마가 있다는 얘기다.
   
   이번 문재인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 발표를 보자.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주거복지로 접근해야 하는데 정부가 주택시장 가격 조절의 수단으로 전급하고 있다는 우려다. 수도권, 특히 서울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면 아파트값을 잡을 수 있는 것처럼 정부가 발표하자 당장 이런 내용의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왔다. ‘성동구치소 신규 택지 100% 영구임대주택 지어주세요. 젊은 세대, 집 없는 서민을 위해서 임대주택으로 해야 합니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되고 전 국민이 잘살 수 있습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의 말이다. “임대주택 공급은 정부 정책으로 반드시 해야 하는 주거복지 정책이다. 임대주택을 공급해도 집값 안정 효과는 없다.”
   
   실제 지난해 SH공사와 LH가 임대주택과 주변 아파트 가격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공공임대주택은 주변 지역의 주택가격 하락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우선 SH공사 도시연구원은 2006년 이후 서울에 공급된 재개발임대·국민임대·장기전세(시프트) 주택 주변 아파트의 실거래가(2015년 7월~2016년 6월)를 분석했다. 결과를 보면 재개발임대, 국민임대, 시프트, 국민임대·시프트 혼합단지의 반경 500m 안에 있는 주택가격이 임대주택 건설 이후 평균 7.3% 상승했다. LH의 분석 결과도 같았다. 삼전·내곡·천왕·강일 등 행복주택 4개 단지와 250m 이내 거리에 있는 아파트 가격을 분석한 결과 행복주택 사업 승인 이후 외부 지역의 아파트에 비해 6.5% 상승했다. 500m 이내로 범위를 넓힐 경우 4.3%로 상승폭이 줄었다.
   
   다만 전체 부동산 시세를 보면 임대주택이 집값을 내리진 않고 올라갈 수 있는 여력을 줄이는 효과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방경직성이다. 서울 강동구의 고덕리엔파크가 그 예다. 임대가구 비율이 높은 고덕리엔파크는 인근 민영아파트인 고덕아이파크에 비해 30%가량 시세가 낮다. 입지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10%가량은 영향을 받는 걸로 보인다. 서울의 대단위 신축 아파트 지구인 마곡지구는 절반이 임대가구다. 마곡지구의 시세가 저평가되어 있는 이유도 그중 하나라고 현장에선 말한다.
   
   김주영 상지대 법부동산학부 교수는 더 나아가 “정부의 인위적인 부동산 정책만으로 서울 집값을 안정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말이다. “집값은 복합적인 거다. 일례로 지방 대학들은 정원을 감축하는데 서울 소재 대학들은 안 줄지 않나. 부동산 정책만으로 강남 집값 못 잡는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다주택자는 투기꾼이니 투기꾼 잡자’ 여기에만 매몰되어 있다.”
   
   
   미·영·일은 주거비 보조로
   
   둘째, 공공부문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게 과연 취약계층을 위하는 결과를 낳을지에 대한 숙고가 없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지적 사항이다. 심 교수의 말이다. “용산에 임대주택 단지를 넣자는 말까지 나왔다. 예를 들면 100조원을 얻을 수 있는 땅에 임대주택을 넣어서 소수만이 혜택을 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차라리 최대한의 수익을 올려서 서민들에게 지원해주는 게 낫다. 성동구치소도 같은 맥락이다. 돈을 더 벌어서 서민들에게 주거비 지원을 해주는 게 나을 수 있다.”
   
   국민임대나 장기전세주택도 마찬가지다. 20년이나 30년간 저렴한 비용을 내고 거주한다 해도 만기 후엔 어디로 옮겨가야 하는 우려가 생긴다.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다양한 요인으로 20~30년 후에는 전체적인 집값이 상승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대별, 생애주기별 수요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임대주택의 장기적 방향에 대한 숙고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임대주택 정책의 일환으로 주택바우처 제도가 운영 중이다. 민간임대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에 소득에 따라 임대료의 전액 혹은 일부분을 정부가 보조하는 제도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4월 1일 발표한 부동산종합대책에서 제안된 이후 실행됐다. 서울시의 경우 지자체 차원에서 2010년부터 서울형 주택바우처 제도를 시행했다.
   
   우리보다 임대주택 정책을 먼저 경험한 외국의 경우 공공임대주택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재정위기를 겪은 이후인 1980년대부터는 주거비 보조제도를 도입했다. 주택바우처 제도를 실행하는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행 중인 주택바우처 제도의 정책 효과를 분석해가면서 임대주택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주영 교수의 말이다. “한국의 임대주택 재고가 OECD 평균보단 적은 건 사실이다. 임대주택의 재고를 늘리는 방향 자체는 옳겠지만 지금 주택바우처 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지 않나. 대안적 제도의 편익을 평가해야 하는데 큰 틀 없이 하고 있다. 단순히 지금 임대주택 재고가 없으니 지어야 한다, 이런 식은 곤란하다.”
   
   김 교수는 미국의 예를 들었다. “미국도 1970년대부터 대규모 임대주택 건설을 중단했다. 그러면서 주택바우처 제도를 시작했다. 사실 모든 지역에 만병통치약인 제도는 없다. 지역에 따라 임대주택 공급이 효과적인 곳이 있고, 바우처가 효과적인 곳이 있다. 그런 고민을 해야 한다. 주택 공급을 하더라도 재원이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는지 평가를 해야 하는데 다분히 감정적으로 정책을 발표하는 듯하다.”
   
   심 교수는 주택바우처 제도를 아예 임대주택의 대안으로 들었다. “대단지 임대주택을 정부가 직접 공급하는 형태는 부작용이 많다는 결론이 났다. 낙인효과, 거주지 제한 효과다. 흔히 한국이 OECD 국가 평균보다 공공임대 비율이 낮다고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 일본보다는 높다. 이 나라들은 직접 짓는 것보다 현금으로 지급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유럽은 임대주택 비율이 높다. 북유럽 국가들의 시스템은 또 다르다. 어중간하게 임대주택 비율을 늘리는 건 무리다. 우리는 영·미 계열에 가깝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제는 한국적인 부동산 정책을 만들 때”라고 말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의 말이다. “우리나라의 공동주택 문화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홍콩, 싱가포르도 공동주택 문화고 주택가격이 상승했지만, 우리나라는 여기에 신분가치가 더해졌다. 비싼 아파트는 선망의 대상이란 얘기다.”
   
   김주영 교수는 부동산 제도를 무조건 수입하지 말고 ‘한국적 제도’를 더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06년부터 싱가포르나 홍콩 부동산에 대한 얘기가 계속 나왔다. 그런데 우리는 그 나라들과 다르다. 싱가포르에서 성공한 정책이라고 우리나라에서 통하는 게 아니란 얘기다. 소셜믹스도 마찬가지다. 싱가포르, 홍콩에서 한다고 들여오지 않았나. 막상 한 단지 안에 소셜믹스를 해놓으면 주민들이 서로 잘 안 섞인다. 단순히 물리적인 거주 위치를 혼합해놓는다고 화학적으로 섞이진 않는단 얘기다. 지속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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