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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59호] 2019.05.27

영세 버스업체 딜레마 ‘코레일 버스’가 대안?

▲ 서울 사당역과 경기도 광명역 간을 운행하는 8507 KTX 셔틀버스.
한고비 넘긴 버스 파업사태로 드러난 것은 국내 버스업체들의 영세성이다. 서울의 경우 354개 노선에 다니는 시내버스업체만 65곳이다. 인가받은 버스는 7405대로, 65개 버스업체가 보유한 평균 버스보유대수는 114대에 그친다. 200대 이상을 갖춘 대형 업체는 선진운수(293대), 동아운수(210대), 한성운수(205대), 대원여객(203대) 4개 업체에 불과하다. 버스가 50대가 채 안 되는 업체도 5곳이나 된다. 이들 버스업체를 위해 서울시가 지난해 세금으로 보조한 돈만 5402억원. 올해도 2915억원이 버스회사에 보조될 예정이다.
   
   서울시 버스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는 누적부채를 갚기 위해 추경을 받은 사항”이라며 “올해는 본 예산으로 2915억원을 배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경우 버스요금을 안 올렸다고 좋아했지만, 실제로 그만큼의 돈이 서울시민들이 낸 세금에서 나가고 있는 셈이다. 일종의 조삼모사(朝三暮四)다.
   
   버스업체의 영세성은 운영비 절감은 물론 버스 서비스 개선에도 걸림돌이다. 업체가 워낙 많아 제대로 된 관리감독도 안 된다. 운송수입 부족분을 보조해주는 준공영제의 취지를 악용해 회사에 출근도 안 한 사장 가족에게 월급을 주는 등 지원금을 빼돌리는 사례도 드러났다. 버스업체의 영세성 개선 없이는 각 업체가 손을 벌리고 총파업으로 위협하면 요금을 인상하거나 지원금을 늘리는 등의 ‘연례행사’를 차단하기 어렵다. 서울시 교통정책을 총괄한 윤준병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자신의 저서에서 “서울 시내버스업체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서울 시내에서 30여개의 업체가 6000대 내외의 버스를 운영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기 노선 8507과 6770 버스
   
   이에 교통공기업이나 대기업의 버스시장 진출 길을 터줘서 버스업계의 대형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버스업계 대형화를 통해 운송원가를 낮추는 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자는 얘기다. 버스업체가 대형화하면 대당 1억원이 족히 넘는 버스 차량 구매 시 가격협상력을 발휘해 버스 매입 단가를 낮출 수 있다. 각종 연료비를 절감하고 정비비, 세차비까지 아낄 수 있다. 공동구매를 하면 가격이 저렴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버스기사들이 큰 회사에 소속됨으로써 고용안정성이 증대돼 장기적으로 버스 서비스 개선까지 도모할 수 있다.
   
   국내 최대 교통공기업 중 하나인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운영하는 8507 버스와 6770 버스는 덩치 큰 기업이 버스를 운영할 때 버스 서비스가 어떻게 개선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8507 버스는 서울 사당역과 경기도 광명역 간을 운행하는 광역버스고, 6770 버스는 경기도 광명역과 인천공항 사이를 다니는 공항버스다. 모두 코레일의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에서 운영하고 있다.
   
   일반면허인 시내버스와 달리 ‘일정 시기’에 국한한 한정면허 버스로 시작했지만, 시내버스보다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요즘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노선버스들이다. 공기업인 코레일도 서비스 수준 자체가 그리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영세한 기존 버스에 비해서는 월등한 서비스 수준을 보여준다.
   
   지난 5월 17일 서울 사당역 4번출구 옆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한 8507 버스는 약 15분 만에 경기도 광명역에 도착했다. 이 버스는 4열로 배열돼 모두 36석의 좌석을 갖췄는데 실내에는 각종 여행정보를 전해주는 대형스크린이 달려 있었고, 좌석 앞에는 코레일이 발행하는 KTX 매거진이 비치돼 있었다.
   
   사당역과 광명역 간 약 17㎞ 구간을 달리는 이 버스의 요금은 교통카드 기준 2400원(현금 2500원)으로 수도권 환승할인 혜택도 적용된다. 서울과 경기도 간을 오가는 광역버스(빨간버스)와 동일한 수준으로, 광역급행버스(M버스·2800원)에 비해서는 저렴하다. 기사들은 셔츠에 넥타이까지 착용하고, 하차 시에는 승객들을 향해 인사까지 했다.
   
   사실 8507 버스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2월, 철도 경쟁체제 도입에 따라 서울 수서역발 고속철 SRT 출범에 즈음해 서울 남부 지역 고객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코레일이 궁여지책 끝에 만들어낸 버스다. 서울 남부 지역 고객을 지키기 위해서 서울 남부 교통요지인 사당역과 가까운 KTX역인 광명역 간을 연결한 것이다.
   
   마침 2016년 7월 광명에서 과천까지를 동서로 관통하는 도시고속도로인 강남순환로가 개통돼 이 구간을 이용하면 사당에서 광명역까지 불과 15~2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었다. 덕분에 지금은 광명역 이용객뿐만 아니라 역사 인근 아파트 주민들도 많이 이용하는 인기 노선이 됐다.
   
   8507 버스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코레일은 2018년부터 광명역과 인천공항 간에 6770 버스도 운영하고 있다. 코레일이 사업권을 가지고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에 위탁운영을 맡긴 방식이다. 36석의 버스가 투입되는 8507 버스와 달리 6770 버스는 공항리무진과 같은 3열 27석의 버스를 사용해 좀 더 안락하고 쾌적한 점이 특징이다.
   
   6770 버스 역시 8507 버스처럼 최근 해외여행객 증가와 광명역 활성화에 따른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중이다. 노선 개통과 함께 인천공항행 KTX가 폐지되면서 지방에서 올라온 승객들은 광명역 도심공항터미널에서 출국수속을 마친 뒤 이 버스를 이용해 대거 인천공항으로 간다.
   
   지난 5월 17일 광명역에서 출발한 6770 버스는 27석 전석을 가득 채우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이날 오후 4시50분 출발한 버스는 제2경인고속도로를 따라 인천대교를 건너 45분 만에 인천공항 1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기사는 와이셔츠에 넥타이까지 매고 가슴에 코레일 명찰까지 단 비교적 젊은 기사였다. 출발 전에는 승객들에게 안전벨트를 매주십사 하는 당부와 함께 허리를 숙여 인사까지 했다.
   
   광명역에서 인천공항까지 버스운임은 1만5000원으로 일반 공항버스와 비슷했지만, KTX 탑승권을 제시할 경우 3000원을 할인해주는 등 연계 할인이 잘 되어 있었다. 버스 탑승 전 반드시 지정장소에서 머물러야 하는 코레일 특유의 관료주의적 운영만 아니었다면, 어지간한 공항버스보다 쾌적했다. 코레일 언론홍보처의 한 관계자는 “지난 4월 기준으로 개통 이후 누적 이용인원만 51만여명”이라며 “성수기나 주요 피크시간에 이용객들이 많다”고 했다.
   
   
▲ 경기도 광명역과 인천공항을 운행하는 6770 KTX 공항리무진버스.

   일본철도는 버스와 선박까지 운영
   
   코레일이 직접 운영하는 버스는 사실 본업인 철도보다 교통수요에 훨씬 탄력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과거 인천공항까지 KTX를 직결하기 위해 약 2.2㎞의 연결선을 새로 설치하는 데 3031억원을 들였다. 980명을 태우고 다니는 20량 KTX를 인천공항까지 밀어넣기 위해서였다. 인천공항 2터미널 개장 이후에는 기존 1터미널에서 2터미널까지 공항철도와 KTX가 다닐 수 있는 연결철도 6.4㎞를 부설하는 데 또다시 4284억원이 들었다.
   
   하지만 철도 연결에도 불구하고 서울역~인천공항 구간은 선로용량 부족으로 KTX를 자주 편성하기 어려웠고, 지방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데 서울 시내를 빙 둘러가는 노선상의 문제도 있었다. 결국 인천공항행 KTX는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러낸 후 폐지됐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신설된 것이 광명역~인천공항 간 6770 버스다.
   
   1대 정원이 27석에 불과한 6770 버스는 980명을 태워야 하는 20량 KTX에 비해 승객을 태우는 일이 식은 죽 먹기다. 현재 배차간격은 대략 시간당 3회, 20분에 1대꼴이지만, 오전 비행기 승객들이 몰리는 8시에서 10시 사이에는 시간당 4회, 승객이 적은 21시 이후에는 1회 등으로 탄력 편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수천억원을 들여서 새로 철도를 부설하고 유지보수할 필요가 없는 것은 가장 큰 장점이다.
   
   철도와 버스의 연계노선 구축에도 유리하다. 모두 광명역을 기종점으로 하는 8507 버스나 6770 버스는 모두 원래 고속철 시발역으로 지어진 광명역의 너른 공간을 이용한 전용정차장을 사용한다. 승객들은 악천후에 상관없이 안전하게 승하차할 수 있다.
   
   물론 기차역과 공항을 끼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고정적인 수요처가 있어도 운영 기업의 영세성, 경험 부족으로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8507 버스와 같은 광명역 셔틀버스 개념으로 경기도 부천 송내역과 광명역 간을 잇는 셔틀버스로 태어난 8808 버스는 코레일네트웍스가 아닌 ‘넷버스여행사’란 민간업체가 운영을 맡았다. 하지만 2017년 12월 운행을 시작한 지 1년도 안 돼 두 손을 들고 나가면서 노선 자체가 폐지돼버렸다. 버스 노선도 일정 규모 이상의 공기업이나 대기업이 운영하면 좀 더 안착이 쉽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실 이웃 일본만 해도 민영화된 JR(일본철도)의 각 지역 회사들이 철도는 물론 버스, 심지어 선박까지 운영하는 등 종합교통 서비스기업으로 변모한 지 오래다. JR의 각 지역 회사들은 줄잡아 수백 대의 버스를 거느리고 있다.
   
   아직도 국내는 코레일과 SR은 철도, 각 지역 교통공사는 지하철, 버스는 버스, 택시는 택시 등으로 각자의 영역이 철저히 칸막이로 나뉘어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버스의 경우 불필요한 노선도 많고, 지하철과 잘 연계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코레일 언론홍보처의 한 관계자는 “2010년 코레일 정관 개정으로 철도 이외에 버스 사업을 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다만 버스 경험 부족으로 코레일네트웍스에 맡기고 있다”고 했다.
   
   철도나 버스는 교통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동권을 보장해주는 수단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일정 규모 이상의 공기업이나 대기업이 운영할 경우 노선 사정에 맞게 가장 적절한 이동수단을 취사선택해서 투입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버스기사들의 고용안정성도 강화된다. 준공영제 도입 이후에도 버스기사 채용에 뒷돈이 오간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서울 시내버스인 ‘대원여객’을 거느린 국내 최대 버스업체 KD운송그룹의 경우 홈페이지에 “승무원 채용과 관련해 어떤 형태의 금품도 요구하지 않고 받지도 않는다”며 “취업 알선업자의 농간이나 사기에 절대 속지 말라”고 써붙이고 있을 정도다.
   
   이원목 서울시 교통기획관은 “서울시에서도 코레일이나 서울교통공사가 버스업에 진출하는 것을 검토는 해봤다”며 “다만 현재 버스를 감차하는 기조에서 코레일이나 교통공사 등에 신규 면허를 내주면 반발이 있을 수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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