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요즘은 유튜브로도 수영을 배운다. 단체강습이 일반적인 수영장 환경에서 개인적인 궁금증을 풀기란 오히려 쉽지 않다. 그럴 때 수영 동호인들은 유튜브에서 검색한다. ‘접영 웨이브’ ‘자유형 발차기’ 같은 검색어를 입력해보면 수많은 수영 강습 동영상이 뜬다. 갖가지 상황에 대한 다양한 대답이 유튜브 속에 가득하다.

수영 유튜브 크리에이터 중 가장 많은 구독자를 가진 채널은 ‘LOVELY SWIMMER(LUS)’다. 구독자 19만여명은 수영 관련 채널 중 압도적으로 많은 수다. 전체 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4551만회나 된다. 콘텐츠 중에 가장 인기가 많은 ‘How to(어떻게 할까)’ 시리즈 영상은 각각 20만~100만 조회수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동호인 사이에서는 채널 이름보다 ‘이현진’이라는 채널 운영자의 이름이 더 익숙하기도 하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3만5000명이 넘는 그는 수영계의 ‘셀러브리티’라고 할 만하다.

이현진씨의 현재 직업은 수영강사다. ‘팀 LUS’를 이끌며 다양한 사람에게 수영을 강습하는 그를 전문 수영강사라고 불러도 된다. 경기도 성남종합스포츠센터로 이현진씨를 만나러 간 날에도 인터뷰 후 강습 일정이 잡혀 있다고 했다.

동시에 이현진씨는 한국에는 거의 최초인 ‘수영 종합 유튜브 크리에이터’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수영 강습 영상을 업로드하기 시작한 것은 4년 전. 수영을 유튜브로 공부한다는 인식이 아예 없을 때의 일이다.

“수영을 가르치면서 효과를 많이 봤던 강습 방법 중에 ‘영상 강습’이 있었어요. 수영하는 모습을 찍어서 수강생들에게 보여주면 자신의 단점을 얼른 파악하고 금세 고치더라고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수영은 하는 것만큼 올바른 자세를 보고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요. 그래서 처음 영상을 찍어 업로드하게 됐지요.”

동작을 궁금해하는 사람에게 이현진씨의 영상은 하나같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활기차고 또박또박한 그의 목소리와 발음은 깔끔하게 편집된 영상을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마치 개인 강습을 받듯이 기초부터 하나하나 짚어가는 강습 영상을 보고 자신의 단점을 고쳐 수영장에 들어서는 수영 동호인들이 늘어났다.

영상만 보면 이현진씨의 유튜브 콘텐츠는 매우 전문적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 영상들은 모두 ‘가내수공업’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수영 영상의 특성상 누군가가 촬영을 해줘야 하는데 보통 제 친구들이 해줍니다. ‘너 오늘 시간 있어? 그럼 좀 도와줘’ 이렇게 해서 촬영해주는데 친구들이 매번 바뀌기도 해요. 카메라는 누구나 다 쓸 수 있는 ‘고프로’를 쓰고, 마이크도 이어폰 마이크를 씁니다. 편집도 제가 배워가며 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강조하고 중요하게 편집해야 하는지 저 자신이 제일 잘 알거든요.”

구독자 19만여명, ‘가내수공업’으로 영상 제작

이현진씨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는 편이다. 지금 주로 하는 수영강사라는 직업도 처음부터 의도하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대학에 진학하며 그만둔 수영선수 일이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계기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

“어릴 때 사실 많이 통통했거든요. 살을 빼려고 수영을 시작했는데 우연히 대회에 나가고 메달을 따게 됐습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라는 직업도 마찬가지다. 영상을 처음 올릴 때는 구독자 1000명, 조회수 1만회에 기뻐하던 그였지만 점차 그를 모델로 삼는 수영 동호인들이 늘어나면서 고민에 빠졌다.

“제가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강사인지, 수영 동호인으로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인지 혼란이 생기기도 했어요. 강사로서 저는 수영 영법에 대한 강의를 계속해야 하고 때때로 구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해소해줘야 하죠. 그러나 거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수영 유튜브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어떻게 차별화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에게 영감을 준 것은 ‘뷰티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다.

“뷰티 크리에이터들은 ‘뷰티’라는 틀 안의 모든 것에 대해 얘기하거든요. 세안법, 화장법 같은 것은 물론 화장품도 가감 없이 리뷰하죠. 그런데 수영이야말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기에 딱 좋은 분야예요.”

보통 수영은 맨몸으로 하는 운동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수영은 거대한 소비시장을 구성하는 분야다. 전 세계 수영복 시장 규모만 189억달러(약 23조원)에 달한다. 수영복뿐 아니라 수경, 수모, 스마트워치 같은 부속품부터 수영장 딸린 리조트, 해변이 있는 관광지 같은 것에 이르기까지 수영과 관련된 ‘모든 것’은 범위가 매우 넓다.

“저는 수영을 정말 사랑하거든요. 그래서 수영과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요. 요즘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세계의 수영장에 대한 것이에요. 호주 시드니의 올림픽 수영장, 영국 런던의 야외수영장을 다니면서 다른 나라의 수영장은 어떤지 직접 보여주는 것이 재미있어요. 그러면서 조금씩 해외 인맥을 쌓고 있지요. 언젠가는 해외 수영인들과 교류하는 영상도 찍고 싶어요.”

여성 수영 동호인들에게 이현진씨는 ‘롤모델’에 가까운 셀러브리티이기도 하다. 그는 여러 수영복 브랜드의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돼 있는데 섭외가 들어올 때부터 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제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제가 하는 말을 많이 믿어주세요. 그런데 좋지 않은 것을 좋다고 말할 수는 없거든요. 나이키 수영복의 홍보대사이기도 하지만 나이키 수영복에 대해 비판할 때도 있어요. 다른 브랜드의 수영복과 서로 비교할 때도 있죠.”

수영의 모든 것을 리뷰한다

마치 가감 없는 리뷰(후기) 영상으로 유명해진 뷰티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처럼 이현진씨 역시 수영용품에 대해 리뷰한다. 어떤 수영용품을 쓰는지, 건강하게 수영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종합적인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한국에는 이제까지 없었던 수영 종합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때로는 ‘강사가 왜 수영복 리뷰를 하느냐’며 날 선 소리를 들을 때도 있지만 수영의 모든 것을 얘기하고 싶어하는 이현진씨의 꿈은 굳건하다.

“저는 수영 분야로 나가고 있지만 테니스, 탁구 같은 다양한 분야가 있잖아요. 아직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의 진입장벽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별다른 장비 없이도 시작할 수 있어요. 저만 해도 전문적인 장비는 쓰지 않는 걸요. 대신 무엇을 들려주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한다면, 누구나 좋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그가 준비하고 있는 영상은 수영을 하면서 지켜야 할 건강수칙에 관련된 것이다.

“제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요즘은 날이 갈수록 수영장에 오는 것이 더 즐거워져요. 단 한번도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 없죠. 매일매일 수영이 더 사랑스러워지기 때문에 앞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얘기 또한 더욱 많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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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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