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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76호]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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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함박도’에 北 레이더가 들어선 이유

▲ 지난 9월 24일 오전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에서 바라본 함박도에 북한의 군시설과 인공기가 보인다. photo 사진공동취재단
국방부는 지난 9월 24일 출입기자단과 함께 ‘함박도’ 현장 참관을 진행하며 뒤늦게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이날 국방부는 함박도에서 약 9㎞ 떨어진 우리 섬 ‘말도’에서 관련 브리핑을 하며 “함박도에 설치된 북한 레이더는 군사용이 아니라 항해용” “중국 불법 어선을 단속하기 위한 용도일 가능성” “지형이 울퉁불퉁해 해안포는 들어설 수 없는 섬”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9월 20일 국방부는 “민관 합동검증팀의 활동 결과 함박도는 정전협정상 황해도-경기도 도경계선 북쪽 약 1㎞에 위치하고 있고, 북방한계선(NLL) 북쪽 약 700m에 있으므로 북한 관할 도서인 것을 현장 확인했다”고 밝혔다.
   
   주간조선은 지난 6월과 7월에 걸쳐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 주소로 등록되어 있는 섬 함박도에 2017년 이후 북한군 시설이 들어섰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함박도 논란이 커진 이후에는 “1960년대까지 함박도는 북파 공작원들의 귀환 루트로 사용된 우리 땅”이라는 당시 공작원들의 증언이 나오기도 했고, 1965년 10월 함박도에서 발생한 조개잡이 어민 집단 납북 사건 당시 우리 언론 보도에는 함박도가 휴전선 이남으로 표기돼 있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국방부는 함박도가 북한 땅이며, 북한 군 시설이 들어선 것이 군사적으로 별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함박도 레이더, 북한 고속정도 사용 중
   
   현재 북한군이 함박도에 설치한 레이더는 일제(日製) 상용 ‘후루노(FURUNO)레이더’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 레이더의 대체적인 탐지거리는 약 40㎞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자장비 기술이 부족한 북한은 해군 고속정에도 이 ‘후루노레이더’를 운용하고 있다. 레이더 자체가 군사용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북한은 이를 군사적으로 전용(轉用)해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미 해군 함정에서도 이 후루노레이더를 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함박도에 레이더를 설치한 목적을 두고 “중국 불법 어선 단속용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군사전문가들은 항해용 레이더와 군함용 레이더의 기능상 차이가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항해용 레이더 역시 표적을 탐지하는 용도로 충분히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선임분석관은 “과거 연평도 포격 도발에서 드러난 점이 북한 포 사격의 낮은 정확성”이라며 “포를 쐈으면 어디에 맞았는지 알아야 하는데 북한은 이걸 할 수 있는 포병 관측 시설이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함박도에 설치된 레이더 시설이 북한의 포 관측소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항해용 레이더 역시 인근 바다에 떠 있는 군함의 위치 등은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이 포 공격 의도를 가지고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어선 잡으려 무인도에 군시설 공사?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9월 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나와 “함박도와 관련해 언제 보고를 받았느냐”는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의 질의에 “2015년부터 NLL 인근 무인도서 두 곳에 북한 감시장비가 설치되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북이 서해 NLL 일대에서 함박도 이외의 다른 무인도서에 감시장비 설치를 시작한 시점이 2015년이므로, 함박도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뜻이다. 이는 현 정권의 출범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해명으로 풀이된다. 정 장관은 “함박도에 군사시설이 들어선 시점이 현 정부 출범 이후가 맞느냐”는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의 질의에 “2017년 5월 이후인 것은 맞는다”면서도 “설계는 그 이전부터 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 북한은 2015년 서해 연평도에서 전방 4.5㎞ 떨어진 섬 ‘갈도’에 122㎜ 방사포 6문을 설치했다. 당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해당 부대를 방문해 시찰하기도 했다. 이어 북은 같은 해 갈도에서 20㎞ 떨어진 무인도 ‘아리도’에 레이더와 20여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아리도는 연평도에서 서북쪽으로 12㎞ 떨어져 있다. 이러한 북의 서해 ‘요새화’ 작업이 이어지자 2016년 6월 당시 우리 군은 갈도와 아리도를 통한 북의 도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인근 지역의 감시 태세를 강화했다.
   
   정경두 국방장관의 설명대로면 북은 2015년부터 갈도-아리도-함박도(2017년 5월)에 군사시설을 배치함으로써 서해 NLL 일대에 대한 감시기지화 작업을 진행한 셈이다. 국방부 당국자 역시 “함박도의 군사시설이 들어선 것도 이 서해 감시기지화 작업의 연장선상이라고 보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그런데 이러한 입장은 군이 밝힌 “함박도의 레이더는 중국 불법 어선 단속용일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과는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사포가 설치된 갈도에서 아리도, 함박도로 이어지는 북의 ‘서해 감시기지화 추진’은 인정하면서도, 함박도에 설치된 레이더는 ‘어선 단속용’이라는 군의 설명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센터장은 “후루노레이더는 북한군이 군사용으로도 자주 쓰는 레이더”라며 “우리 함정의 움직임을 관측하고 감시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센터장은 또 “군대에서 설치한 시설이 군사용이 아니라는 건 납득이 안 가는 설명”이라며 “북한도 나름의 탐지 장비를 갖출 수 있는 일인데, 굳이 우리 국방부가 나서서 ‘군사용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는 건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덧붙였다.
   
   군의 설명대로라면, 북한은 ‘중국 불법 어선 단속을 위해’ 함박도라는 무인도에 막사와 태양광 시설을 짓고 북한군 병력(30여명)을 주둔시켜 레이더로 감시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서해 5도 인근 주민들은 북한군이 나서서 중국 어선을 단속한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고 입을 모은다. 박태원 서해5도평화수역운동본부 대표는 통화에서 “연평도에 34년 동안 살면서 북한군이 중국 어선을 단속한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북한은 2016년 서해안 일대 조업권을 3000만달러를 받고 중국에 판매했다. 당시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달러 확보를 위해 서해 일대 조업권을 중국에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 조업권 판매는 2017년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지만, 북한은 최근까지도 제3국을 통해 서·동해안 조업권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에 돈 주고 조업권을 산 중국 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불법 조업 선박도 상당히 많다”며 “특히 함박도 인근 해역이 한강 하구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보니 중국 어선이 거기까지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중국 어선뿐만 아니라 우리 선박도 감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월 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로부터 함박도 관련 질문을 받고 있다. photo 연합

   북한 민간 항공기 GPS 교란 행위 벌여
   
   군사전문가들은 함박도에 대한 국방부의 태도가 지나치게 유약하다고 지적한다. 전직 국방부 장관은 전화 통화에서 “서해 NLL 인근은 자그마한 변화가 생겨도 안보상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지역인데, 이를 철저히 대비해야 할 군이 ‘별거 아니다’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건 옳지 않다”고 평가했다. 육군 예비역 대장 A씨 역시 “과거 갈도와 아리도에 북한 군시설이 들어섰을 때 군이 직접 나서서 브리핑했던 것처럼, 함박도와 관련해서도 국민들에게 미리 설명했다면 논란이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또 “대한민국 주소 등록 문제를 비롯해 현 정부의 대북 기조 때문에 군이 눈치를 보다 스스로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가령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경우, 서해 NLL 일대에 작은 어선 하나가 떠내려와도 상황실로 즉각 뛰어와 상황을 살폈다고 김 전 장관의 측근들은 전했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 역시 함박도의 군사적 위협을 두고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미 언론 VOA를 통해 “함박도는 NLL 이북의 북한 관할 섬이 맞지만 위치 자체가 위협적인 곳”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역시 “누구의 땅이 맞느냐 틀리느냐를 떠나 중요한 사실은 북한이 함박도를 점령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금 공격용 무기가 없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없을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또 “총 같은 화력 무기가 아니더라도 섬에 있을 수 있는 전자전(電子戰) 기능에 대해 염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이 거론한 ‘전자전 가능성’은 2016년 3월 실제로 일어난 적이 있다. 당시 북한은 항공기의 항법장비를 교란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매일 GPS 교란 활동을 일으켰다고 정부 당국자가 밝힌 바 있다. GPS 교란 전파를 남측으로 발사할 경우 항공기의 항법장치에 장애가 생긴다는 분석이었다. 이로 인한 민간 항공기의 GPS 수신 장애는 2010년, 2011년, 2012년에 걸쳐 계속해서 일어나기도 했다.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가 함박도의 북 레이더 탐지거리(40㎞)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자전 가능성’은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방부는 함박도의 정확한 위치, 대한민국 주소지 등록 경위 등에 대한 사실 확인을 목적으로 국방부를 비롯한 유관 부처 관계자 및 민간 전문가와 현지 주민을 포함시킨 ‘민관합동검증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합동검증팀에 소속된 국토부 관계자는 “함박도가 북한 땅이라는 국방부 발표에 대해 현재 다른 부처가 이견을 제시하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함박도는 북한 땅”이라는 국방부의 발표에 다른 정부 부처들도 동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주소 말소는 헌법에 위배
   
   하지만 함박도의 ‘대한민국 주소’ 말소와 관련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행 법령상 행정 주소의 말소는 해당 토지가 없어진 경우, 또는 주소가 이중 등록되어 있어 하나의 주소를 삭제해야 하는 때만 가능하다. 함박도의 경우 섬이 바다에 잠겨 아예 없어지지도 않았고, 다른 주소가 이중 등록되어 있지도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주소를 말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그런 법적 내용들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또 대한민국 주소지로 등록되어 있는 섬을 ‘북한 땅’으로 인정하고 주소를 삭제하는 것 자체가 헌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가 근거다. 북한이 한반도를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북한의 땅’을 인정해주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3조에 따르면 북한도 사실상 대한민국의 영토이기 때문에 (함박도의 우리 주소를 삭제할 경우) 정부가 북한의 한반도 불법 점거를 인정해주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차 교수는 “헌법 4조의 경우 사실상 북한과의 분단을 인정하고 평화적 논의를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는 이러한 논리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을 전제로 하는 한 북한 지역에 대한 우리의 관할권 행사는 확대하는 것이 더 옳은 방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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