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플랫폼 노동자로 꼽히는 오토바이 배달원 연대모임인 라이더유니온의 박정훈 위원장이 지난 1월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에서 열린 ‘2020 배민을 바꾸자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근무조건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대표적 플랫폼 노동자로 꼽히는 오토바이 배달원 연대모임인 라이더유니온의 박정훈 위원장이 지난 1월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에서 열린 ‘2020 배민을 바꾸자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근무조건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요기요’ 배달기사들이 근로자로 인정됐다.”

작년 말, ‘요기요’ 배달기사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면서 그 파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사건은 ‘요기요’ 배달기사들이 고용노동부에 ‘요기요’(엄밀히는 플라이앤컴퍼니) 측의 임금체불을 이유로 진정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배달기사들은 자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므로, 근로기준법에 따라 회사로부터 주휴수당, 연장근로수당을 지급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요기요’ 측이 이를 체불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러한 진정에 대해 고용노동부 서울북부지청은 ‘요기요’ 배달기사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주휴수당, 연장근로수당 등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요기요’ 측이 실제 체불한 금품이 없어 근로기준법상 문제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지었다.

고용노동부는 ‘요기요’ 측이 (1)배달기사의 임금을 시급으로 지급한다는 점 (2)회사 소유 오토바이를 배달기사에게 무상으로 대여하면서 유류비 등을 회사가 부담했다는 점 (3)근무시간, 근무장소 등을 회사에서 지정하고, 출퇴근 보고를 받았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배달기사들을 근로자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만약 ‘요기요’ 배달기사들이 근로자가 아니라면 근로기준법에 따른 주휴수당, 연장근로수당 등을 회사에 청구할 수 없다. 그 결과 당연하게도 체불한 금품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살펴볼 필요가 없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배달기사들이 근로자로 인정되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이외에도 근로자로서 당연히 받을 수 있는 퇴직금, 연차수당 등도 개인사업자에 불과하다면 받을 수 없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주 52시간, 최저임금 또한 근로자에게 적용될 뿐 개인사업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도급계약, 위탁계약인데도 근로자?

고용노동부에서는 다른 업체 배달기사들에게까지 이번 사안을 일반화하여 적용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번 사건의 결론이 새로운 사회적·경제적 현상이라 할 수 있는 ‘플랫폼 경제’ ‘플랫폼 노동’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하다. 어느 범위까지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인지, 근로자와 사업자 경계에 있는 사람은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이들의 계약관계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등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거리들이 적지 않다.

이제는 인식이 많이 바뀌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근로계약만 체결하지 않으면 근로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법을 좀 안다는 사람들은 계약 형식과 문구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에 더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형식을 매우 중요시하는 일반적인 민사관계와는 달리 사용자와 근로자, 노동자 사이의 근로관계, 노동관계에 있어서는 형식보다는 ‘실질’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법원은 위촉계약을 체결한 보험설계사, 수업 담당계약 내지 수업 위임계약을 체결한 어학강사, 위탁용역 도급계약을 체결한 백화점 위탁판매원에 대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 판단한 바 있다.

결국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지 여부는 그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근로자로 일하는 것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여러 판단기준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1)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의 적용을 받는지 (2)업무를 할 때 회사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시나 감독을 받는지 (3)출퇴근시간이나 장소가 정해져 있는지 (4)주어진 업무를 제3자에게 대행하게 할 수 있는지 (5)작업에 필요한 비품이나 원자재 등을 회사가 제공하는지 아니면 일하는 사람이 알아서 구비하는지 등을 고려하여 근로자인지 여부를 판단한다. 형식적 사항이라 할 수 있는 세무처리(근로소득세인지 아니면 사업소득세인지)나 4대보험 처리도 고려하기는 하지만, 부차적으로 참작하는 정도라 보면 된다. 예를 들어 보험설계사들의 경우 대체적으로 근로자로 인정되고 있지 않지만 (1)위임계약서, 각서, 서약서 등을 통하여 보험회사에 대하여 각종 준수의무가 부과되어 있는 점 (2)이러한 의무를 위반할 경우 해촉이 되거나 수당의 공제를 당하는 불이익이 있는 점 (3)보험회사가 출퇴근 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고 있고 (4)업무를 할 때에도 직접 지시, 감독을 하는 점 등이 고려되어 근로자로 인정된 경우도 있다.

위와 같이 써 놓으면 나름 여러 기준에 따라 근로자인지 아닌지를 잘 판단할 수 있겠다 싶겠지만, 문제는 위 판단기준에 따르더라도 근로자인지 아닌지가 애매한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더 이상 전통적인 ‘근로자’라는 개념만으로는 포섭할 수 없는 노동형태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직장인이라 하면 회사가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며, 때때로 야근을 하는 사람을 떠올릴 수 있다. 고정적으로 월급도 받고, 때로 성과가 있으면 성과급을 받으며, 퇴직할 때는 퇴직금을 받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근로기준법도 이러한 사람을 상정해 근로자라는 개념을 정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는 이러한 직장인의 범주에서 상당히 벗어난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기 손님 매출에 따라 수익을 점주와 배분하는 미용사, 보험판매 실적에 따라 돈을 받아가는 보험설계사, 골프장에서 볼 수 있는 경기보조원(캐디)을 떠올려 보자. ‘플랫폼 경제’가 발전하면서 대리기사에서부터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타다나 우버와 같은 승차공유 플랫폼 운전기사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와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들을 온전한 자영업자, 개인사업자라 보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근로자라 보기도 쉽지 않다.

예컨대 운전기사들이 언제 얼마나 일할 것인지 자기 맘대로 정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플랫폼 업체에서 각종 가이드와 규칙을 통해 근무시간과 장소(지역적 범위)를 사실상 강제할 수 있다.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겸업금지 약정이나 앱 사용 빈도수가 낮은 사람을 차단하는 방법을 통해 사실상 특정 플랫폼만 쓰도록 통제할 수도 있다. 고객 평점시스템과 노출 알고리즘까지 부가되면 실제 플랫폼 회사에서 운전기사나 배달기사들을 통제하기는 더 쉬워진다.

새로운 노동형태에 대한 새로운 법적 규율

전통적인 근로자 개념으로 새로운 사회현상을 무리하게 규율하려고 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경우 한편으로는 근로자로 볼 여지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업자로 볼 여지도 있다. 근로자로 일하는 측면이 분명 있음에도 최저임금·근로시간 등의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개인사업자와 다름없는 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강제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결국 전통적인 근로자 개념과 그 판단기준만으로 새로운 공유 경제, 플랫폼 경제 시대의 노동현상을 모두 규율할 수 있을 것인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경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다른 개념과 요소, 기준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재욱 변호사ㆍ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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