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민신문 인터넷 홈페이지 화면.
수원시민신문 인터넷 홈페이지 화면.

2002년 5월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사건이 분당 파크뷰 아파트 특혜 분양 사건이다. 분양만 받으면 엄청난 시세차익이 보장된 분당 아파트를 현역의원, 검사, 고위공무원, 국정원 고위간부 등이 특혜 분양을 받은 사건이다. 검찰 수사 결과 의혹은 사실이었고, 당사자들은 법의 처벌을 받았다. 이 사건은 언론계에서도 화제가 되었는데, 일부 지역 기자들도 분양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경기남부지역에서 언론 매체를 운영했던 한 인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했다. “나도 파크뷰 분양을 받으라는 권유를 받았다. 아내가 말려서 못했다. 당시 분양을 받은 기자 몇 명이 구속되었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역 언론은 권력, 자본과 유착되기가 쉽다. 특히 요즘은 인터넷이 활성화돼 인터넷 매체가 지나치게 난립하는 것이 문제다. 지자체가 나눠주는 홍보지가 이러한 난립을 부채질 하고 있다.”

물론 대다수 지역 언론인들은 여전히 지역 사회의 고발자이자 증인으로 할 일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광고, 홍보에 의존하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비판의식을 잃어가는 경우도 많다. A씨는 “최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의 남편이 운영하는 수원시민신문과 관련된 문제를 따라가다 보면 구조적인 문제를 알 수 있다”며 “그나마 지방 종합지는 사정이 낫지만 시 단위 매체의 경우 지자체 광고 의존도가 높아 홍보 매체로 전락하고 있다”고 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예산을 할애해 홍보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홍보라는 것이 지자체 보다는 지자체 장에 집중하게 되면서 국민의 세금이 특정 정치인의 홍보비로 전락할 위험이 따른다. A씨는 “지방선거 때가 되면 지자체가 홍보비를 무기로 선거에 공공연히 개입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열심히 밀었던 후보가 당선되면 여러 혜택을 받지만 반대로 찍히면 홍보비 집행에서 배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원시민신문 2015년부터 1억3000만원 받아

수원시민신문의 사례를 보면 이런 맹점들이 잘 드러난다. 수원시민신문은 지난 2015년부터 올해 5월까지 모두 1억3090만원을 수원시로부터 받았다. 수원시 관련 행사 홍보 등의 명목이었다. 이 기간 수원시장은 노무현 청와대 비서관과 민주당 부대변인을 지낸 현 염태영 시장이었다.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이 지난 5월 25일 수원시로부터 입수한 ‘광고 홍보 내역’ 에 따르면, 수원시는 2015년 1~11월 ‘사람 중심 더 큰 수원’ 등을 배너 또는 지면에 소개하는 대가로 수원시민신문에 매달 220만원씩 지급했다. 2015년 한 해(11개월) 지출한 금액만 총 2640만 원이다. 같은 방식으로 수원시는 2016년 2750만원, 2017년 2420만원, 2018년 2640만원, 2019년 1760만원을 수원시민신문에 지출했다. 올해는 5월 현재 880만원을 광고비로 집행한 상태다. 이와 함께 수원시 의회도 2019년 220만원, 2020년 110만원을 집행했다.

구체적인 홍보비 집행 내역을 보면 2020년은 ‘신분당선 연장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역지사지-우리는 수원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수원시 재난기본소득 기부 캠페인’ 등에 홍보비가 지급되었다. 2019년에는 ‘수원컨벤션센터 개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수원연극축제, 청소년 박람회, 수원시 카톡친구 통근 이벤트, 수원문화재 야행, 제4차 아시아태평양 환경장관 포럼’ 등의 배너 광고에 홍보비가 집행되었다.

인터넷 매체 255개 중 5분의 1 정도만 수혜

현재 수원시에 등록된 인터넷 매체는 255개로 그 가운데 수원시 홍보비가 집행된 매체는 2019년 58개, 2020년은 42개이다. 전체 등록 매체 가운데 20% 정도만 홍보비를 받은 셈이다. 수원시는 방송, 통신, 신문, 인터넷을 모두 합쳐 1년에 31억원 정도를 홍보비로 책정해 놓고 있다. 경지지역 한 인터넷 매체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한 기자는 “사기업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국민의 세금을 나눠주는 것인데 공정해야 한다고 본다”며 “차라리 매년 구체적인 집행 내역을 공시하면 좋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수원시에 문의한 결과 수원시가 광고, 홍보비를 나누는 기준은 ‘수원시 지역언론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5조에 규정되어 있다. 여기에는 ‘한국ABC협회 발표기준 발행부수, 시정보도건수 등 객관적 기준과 매체 영향력, 광고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포함하여 시장이 따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을 근거로 수원시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홍보비를 공정하게 나누고 있다”는 입장이다. 수원시에 확인한 결과 인터넷 신문의 경우는 보도건수 60%, 매체영향력 10%, 시정기여도 10%, 포털제휴 10%, 본사소재 10% 등의 별도 배분 기준도 있다.

경기남부지역에서 인터넷 매체를 운영 중인 B 대표는 “과거 시청 발표에 참석하는 횟수를 점수화하기도 했고 창간년도, 기자 숫자 등의 기준을 제시하기도 한다”면서 “시가 내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고 지자체와의 우호관계가 홍보비를 받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5월 25일 수원시민신문이 존재하지 않는 기자를 내세워 인터넷 기사를 내보냈다면서 이 신문 대표 김삼석씨를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하는 일도 벌어졌는데, B대표는 “포털 진입을 노림과 동시에 기사 양을 늘려 홍보비를 더 받으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수원시민신문은 지난 2005년 시민들에게 1억8000만원의 기금을 모아 법인사업체로 창간하겠다고 홍보해놓고 실제 등록은 개인사업자로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정의기억연대(정의연)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수원시민신문에 소식지 편집을 맡긴 것도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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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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