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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14호]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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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변호사의 현장일지]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숨은 함정

정재욱  변호사ㆍ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6월 25일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photo 연합
“공부하고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요원 정규직 전환 문제가 대학가를 넘어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개인에게는 분명 희소식이지만, 어떤 누군가에게는 달갑지 않은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정규직으로 입사한 이들이나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를 단순한 시기, 질투심이라 치부할 수는 없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이후, 수많은 공기업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019년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비정규직 노동자 2000여명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고, 최근에는 강원랜드가 협력업체 직원 1781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한국철도공사, 한국도로공사, 서울교통공사 등 수많은 공기업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비정규직 제로 시대’라는 유토피아 선언은 ‘신규채용 감소’ ‘역차별’이라는 디스토피아를 낳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6월 23일에는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올라왔는데, 불과 이틀 만에 2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여기에 동참했다.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로또 취업’이라며 강력하게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정규직 전환’ 문제는 단순히 취업 규칙상의 신분이 바뀌었다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여기에는 여러 부수적인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정규직 전환은 필연적으로 ‘동일임금 동일노동’ 원칙에 대한 문제로 모아지게 된다. 당장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들이 기존의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 처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 달에 190만원을 벌다가 연봉 5000만원의 정규직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는 반면, “기존 정규직들과 다른 급여체계를 적용받기 때문에 큰 폭의 임금인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정규직으로 전환 이후 노조에 들어가 임금을 조정하면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과연 동일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대법원, 임용경로가 다르다면 차별이 아니다
   
   우리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회사)가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다. 흔히 ‘차별적 대우’라 하면 ‘다르게 취급’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같지 않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차별이 아니다. 즉 차별이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전제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그가 비교대상으로 지목하는 사람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 있어야 한다.(헌법재판소 2010. 3. 25. 선고 2009헌마538 결정, 헌법재판소 2010. 6. 24. 선고 2010헌마 167 결정 등)
   
   우리 대법원도 이러한 전제하에 임용경로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호봉 차이가 발생한 것을 차별로 보지 않고 있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다1051 판결) 법원은 A 공단에서 ‘공개경쟁시험을 통해 임용된 일반직 근로자’와 ‘기간제에서 일반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대상집단이 아니라는 이유로 호봉의 차이가 발생하였더라도 이는 차별이 아니라고 보았다.
   
   
   최근 하급심 판결, 동일노동이니 차별이다
   
   하지만 앞선 대법원 판결 이후에 이루어진 몇몇 하급심 판결을 보면, 임용경로에 대한 차등을 차별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MBC의 업무직·연봉직 직원 90여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일반직(정규직)에게 지급하는 주택수당, 가족수당 등이 지급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법원은 담당하는 업무의 내용과 범위, 업무의 양이나 난이도, MBC에 대한 기여도 등에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각종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 보았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6. 6. 10. 선고 2014가합3505 판결) 채용 경로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같은 일을 한다면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무기계약 근로자들이 기능직 공무원과의 호봉 산정 차이를 다툰 사건에서 법원은 무기계약직이라는 것을 이유로 호봉에 차이를 두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이라 판단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6. 14. 선고 2017가합507736 판결) 이러한 하급심 판결들에서는 ‘채용경로’ ‘임용경로’보다는 ‘업무의 동일성, 유사성’을 기준으로 양 집단이 동일한 집단인지 여부를 판가름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출신, 채용경로 등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것이 정당한가?’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경찰대 출신, 육군사관학교 출신, 명문대 출신, 대졸 공채 출신 등에 따라 임금이나 진급에서 차이가 나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같거나 유사한 업무를 하면서도 달리 취급을 받는다니, 어떻게 보면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반하지 않느냐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어떤 이들은 ‘출신’이 아닌 ‘능력’이 보다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편다. 이상적으로만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 능력, 성과를 제대로 측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는 능력과 성과에 기반한 분배 내지 배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업무성과에 따라 보수를 차등 지급하는 성과연봉제는 여러 논란 끝에 결국 폐기되었다. 법원은 전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 총액이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성과연봉제를 통해 하위평가를 받게 되는 근로자들의 임금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것이어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면 과반 노조 또는 과반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법원은 과반 동의 없이 도입한 성과연봉제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절차 위반으로 무효라고 보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5. 18. 선고 2016가합566509 판결) 이번 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가 성과연봉제 폐기였는데 그 바람대로 된 셈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출신’과 ‘경력’ ‘채용시험 결과’까지 고려할 수 없다면 누가 힘들게 노력해서 좋은 회사를 가려고 할 것이며, 누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내려고 할 것인가? 공기업이라면 국민의 혈세로 잠시나마 감당할 수 있겠지만, 사기업이라면 결국 기업경쟁력이 떨어져 도태될 수밖에 없다. 완전히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면, 오히려 이것이 차별이 아닌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입사하기 위해 소모했던 시간과 비용은 물론, 그들의 능력과 경력을 한순간에 무시해버리는 것이 아닌지, 이들의 박탈감은 누가 어떻게 해소해줄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 ‘같은 일’을 한다는 것만 중요시해서는 안 된다. ‘같은 일’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 실제 그 사람이 얼마나 잘해냈는지 여부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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