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제5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photo 연합
지난 7월 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제5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photo 연합

최저임금은 높이고, 비정규직은 줄이고, 휴가는 늘리고, 근로시간은 단축하고 다 좋은 이야기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 ‘최저임금 1만원 시대’ ‘모두가 정규직으로 고연봉을 받는 유토피아’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돈이 벌리지 않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현실을 무시하고 유토피아만 추구한다면 수많은 부작용이 야기될 수 있다.

정규직 만들어주겠다, 시급을 높여주겠다는 등 좋은 말들을 늘어놓는 것은 참으로 멋지고 쉽다. 이런 말들만 하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최저임금을 높이고 비정규직을 줄이면 좋겠지만 그 결과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장시간 근로를 개선해야겠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생산성 저하는 기업에 큰 고심거리가 된다.

또다시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이 시작됐고 노사 모두 갈림길에 서 있다. 2021년도 최저시급과 관련하여 노동계는 1만원(16.4% 인상)을, 경영계는 8410원(1.2% 삭감)을 제시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불평등과 양극화 완화의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사용자 특히 소상공인들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이는 실업으로 이어진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실제 고용시장은 매우 좋지 않다. 2019년 10월 3.1%이던 실업률이 2020년 5월에는 4.5%로 증가했다. 청년실업률은 더욱 심각한데, 2019년 11월 7%이던 실업률이 2020년 5월에는 10.2%까지 높아졌다. 통계상으로 나타나는 실업자 수는 2020년 5월 기준 127만8000명이며, 그중 청년실업자 수는 42만6000명에 달한다. 실업률에는 잡히지 않는 취업준비생, 취업포기자, 학생, 가정주부, 고령자 등을 감안하면 실제 일자리가 없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저시급 1만원’ 공약을 지키기 위해 무작정 최저시급을 대폭 높인다면, 일자리 또한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 고용을 줄이는 최저임금 인상,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실질 최저시급은 이미 1만원

‘1만원 vs 8410원’ 간 줄다리기 같지만 실질 최저시급은 주휴수당으로 인해 이미 1만원을 초과한 상태다. 2018년까지는 지급받는 돈을 실제 일을 하기로 한 시간(소정근로시간)으로 나누어 시급을 산출해왔다. 1주 40시간을 일하고 40만원을 받는다고 생각해보자. 단순히 생각하면 이 사람의 시급은 1만원이다. 40만원/40시간은 1만원이니 이상할 것이 없다. 올해 최저시급이 8590원인데, 올해 기준으로 보아도 최저시급보다 훨씬 많이 지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18년까지 규정과 판례는 이렇게 계산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2019년부터는 계산식이 바뀌었다. 지급받는 돈을 ‘실제 일을 하기로 한 시간+유급으로 처리한 시간(주휴시간)’으로 나누어 시급을 산출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우리는 주휴일(통상 일요일)에 출근은 하지 않지만 유급으로 처리된다. 실제 일은 하지 않더라도 일을 한 것처럼 돈을 받는다. 1주에 40시간은 실제 일을 하고, 8시간은 일을 하지 않더라도 유급으로 처리되는 셈이다.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령은 40만원을 40시간이 아니라 48시간으로 나누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일은 40시간 했지만, 일요일 8시간을 유급으로 처리하였으니, 지급한 40만원은 40시간이 아니라 48시간 근로에 대한 대가로 보는 것이다.

다소 황당할 수도 있지만, ‘주휴일에 (실제 일은 안 했더라도) 일을 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40만원/48시간은 약 8333원이다. 올해 최저시급이 8590원이므로 올해 기준으로 보면 최저임금법 위반이다. 최저임금법에 위반되지 않으려면 적어도 41만2320원은 지급해야 한다.(고용노동부는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령 시행 이전에도 이와 같이 해석해왔다. 이에 실제 현장에서는 법원과 노동부의 해석 차이로 인해 혼란이 발생해왔다.) 똑같이 1주 40시간 일을 시키고 40만원을 지급하지만, 계산방법의 변화로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가 달라졌다. 계산방법의 변화로 최저시급이 20% 가까이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시급이라 하면 실제 그 사람이 일하는 시간에 따른 대가라 생각하지, 일하지도 않은 시간에 대한 대가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1주에 40시간 일을 시킬 수 있을 뿐인데, 48시간 일을 시킨 것으로 생각해서 최저시급과 비교하라니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합헌이라 보았다.(2019헌마15) 주휴수당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것이므로, 임금을 시급으로 환산할 때 주휴시간을 포함해서 나누도록 하는 것은 합리성이 있다는 취지다. 특히 주휴수당은 1주 개근한 자에게만 주어지는데, 주휴시간을 포함하지 않는 경우 주휴수당을 지급받는 자와 개근하지 못하여 지급받지 못하는 자 사이에 최저시급이 달라지게 되므로 타당하지 않다고 보았다. 즉 근로자가 개근하면 ‘기본급+주휴수당/소정근로시간’으로 나누어 계산하고, 근로자가 개근하지 못하면 ‘기본급/소정근로시간’으로 나누어 시급을 계산하기 때문에 근로자 개근에 따라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가 달라지므로 불합리하다는 취지다. 또한 그동안 대법원 판례와 소관부처인 고용노동부 해석이 서로 일치하지 않아 혼란이 발생해왔는데, 이번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령은 이러한 현장에서의 혼란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취지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법 논리상 합헌으로 볼 수는 있겠지만, 사용자의 부담이 계산방법의 변화로 급격히 높아졌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러한 계산방법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최저시급 액수만을 놓고 다툰다면 실질 사용자의 부담을 간과하는 결과가 된다.

최저임금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이를 통해 근로자의 기초적인 생활안정을 도모하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존엄성 보장에 기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적정한 수준의 최저임금을 설정하고, 사용자로 하여금 이를 준수하도록 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과 더불어 최저시급 계산방법의 변경으로 사용자, 특히 중소상공인들의 현실적인 부담이 상당히 증가했다. 2015년 5580원 하던 최저시급이 2020년 형식적으로는 8590원, 실질적으로는 1만200원에 이르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라는 공약 달성에 집착할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이미 달성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막연히 유토피아를 꿈꾸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와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면밀히 따져보고 그에 따라 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재욱 변호사ㆍ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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