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7일 약 6개월 동안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할 청해부대 31진 ‘왕건함’(DDH-Ⅱ·4400t급)이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 부두에서 장병들의 환송을 받으며 출항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해 12월 27일 약 6개월 동안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할 청해부대 31진 ‘왕건함’(DDH-Ⅱ·4400t급)이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 부두에서 장병들의 환송을 받으며 출항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7월 청와대 게시판에 해군의 근무시간 및 초과근무수당과 관련한 청원글이 하나 올라왔다. ‘기존에는 57시간까지 초과근무시간이 인정되어 수당이 지급되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예산 부족으로 7월부터 함정 근무자는 최대 28시간, 육상 근무자는 10시간까지만 초과근무가 인정되어 부당하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여러 언론 기사를 종합하면, 국방부 추가경정예산 삭감 등과는 무관할 수 있으나, 시간외근무 인정 시간이 줄어든 것은 사실로 보인다. 230억원 정도의 예산 부족으로 인한 인건비 삭감 조치의 일환으로 파악된다. 수십조원의 재난지원금은 지급할 수 있을망정, 고작 2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없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이 시간에도 고생하는 함정근무자들에게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니 참으로 황당하다.

이처럼 야근을 해도 수당을 제대로 못 받는 분들이 있다. 군인, 경찰, 공무원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에게는 한도제한으로 인하여 몇 시간을 근무하더라도 특정 기준 시간 이상으로는 초과근무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그만큼 일을 시키지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일은 일대로 하더라도 수당이 지급되지 않을 뿐이다. 군인, 공무원을 가족으로 둔 사람이라면 익숙할 수 있겠지만, 일반 회사에 다닌다면 상당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근로기준법에도 근로시간, 수당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그 의미가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근로자를 1주 최대 52시간까지만 일을 시킬 수 있다. 이 이상으로 일을 시키려면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가 필요하다.

만약 인가 없이 52시간을 초과하여 근무를 시켰다면, 사용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근로기준법 제53조·제110조)

위와 같이 근로기준법상 주 52시간 제도를 두고 있지만, 근로기준법상의 제도는 주 52시간까지만 일을 시키라는 의미이지, 주 52시간까지만 수당이 지급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서 만약 사용자가 근로자를 주 52시간 초과하여 근무시킬 경우 근로기준법상 형사처벌을 받는 것과는 별개로 사용자는 실제 일을 시킨 시간에 상응하는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실제 일한 시간만큼 수당을 주라는 것이니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만약 이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임금체불이 되고 추가적인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공무원 시간외수당, 1일 4시간 월 57시간 초과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당연한 이야기는 군인, 경찰, 공무원에게는 너무나 먼 이야기다. 공무원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서 시간외근무수당 한도제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 규정에 의하면, 원칙적으로 공무원에게 시간외근무수당이 지급되는 근무명령시간은 1일에 4시간, 1개월에 57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제15조 제4항) 잘 읽어보면 근무명령 시간이 1일에 4시간, 1개월에 57시간을 초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시간외근무수당이 지급되는’ 근무명령시간이 1일에 4시간, 1개월에 57시간을 초과할 수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즉 일을 1일 4시간, 1개월 57시간을 초과하여 시킬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수당을 1일 4시간, 1개월 57시간을 초과하여 지급할 수 없다는 의미다.

예컨대 휴일 및 토요일에 총 6시간 시간외근무명령을 사전승인받은 공무원이 출근 후 퇴근할 때까지 6시간을 근무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위 규정에 따라 4시간분의 시간외근무수당만 받을 수 있다. 한편 시간외근무수당은 공무원이 실제 근무한 시간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총 4시간의 시간외근무명령을 발령한 경우라도 공무원의 실제 시간외근무시간이 2시간인 경우에는 2시간분의 시간외근무수당만 지급된다.

결국 일반 노동자, 근로자와는 달리 공무원의 경우 1일 4시간, 1개월 57시간이 절대적인 벽으로 작용한다. 아무리 일을 많이 하더라도 이 기준점을 넘는 보상은 받을 수 없다.

더 황당한 것은 시간외근무명령에 따라 1일 1시간 이상 시간외근무를 할 경우 평일은 1시간을 공제한 후 분 단위까지 합산한다는 점이다.

결국 주 5시간은 공짜 노동이나 다름없다. 인사혁신처 예규 제88호에도 이러한 점이 명시되어 있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인 것은 15일 이상 근무한 자에 대하여 10시간분의 정액분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한다는 점인데 앞서 살펴본 각종 제한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희생은 합당한 보상 해줘야

일을 그만큼 안 시키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규정상 소속 장관은 시간외근무수당의 적정한 지급을 위하여 시간외근무수당 지급 실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인사혁신처의 예규에 의하더라도 각 기관별 시간외근무수당 담당부서의 장은 시간외근무명령 발령 상한시간을 초과한 시간외근무명령이 발생하지 않도록 명령권자에게 소속직원에 대하여 발령할 수 있는 시간외근무명령 발령 가능 잔여시간을 사전에 고지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반하였을 때의 별도 제재조치는 없다. 근로기준법에서 사용자가 52시간을 초과하여 근로자에게 일을 시켰을 때 강력한 형사적 제재를 부과하는 것과 상당히 비교된다.

또한 현실적으로 1일 4시간, 1개월 57시간을 초과근무할 수밖에 없는 분들이 있다. 해외파견, 격오지 근무를 하는 경우나 해군의 함상 근무 내지 잠수함 근무 등과 같이 근무의 성격상 장시간 근무를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존재한다.

물론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른 비상근무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근무, 산불재난국가위기경보 발령에 따른 비상근무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한도제한을 적용받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중한 사안이 아닌 이상 단순히 격오지 근무, 함상 근무 등을 한다는 사정만으로는 한도제한을 피할 길이 없다.

혹자들은 군인, 경찰, 공무원의 지위, 특성을 고려하여 일반 노동법의 잣대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동법 전문 변호사로서가 아니라 일반 국민의 시각으로 바라보았을 때에도, 밤잠을 설치며 우리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힘쓰시는 분들에게 무상노동을 강요하는 것은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군인, 경찰, 소방관과 같이 상시적으로 희생을 할 수밖에 없는 분들에게 합당한 보상과 대우를 해주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재욱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