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가 외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부산 낙동강 동편 하굿둑. ⓒphoto 연합
한국수자원공사가 외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부산 낙동강 동편 하굿둑. ⓒphoto 연합

환경부로 이관된 후 수량(水量)보다 수질(水質) 관리에만 신경 쓴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케이워터)가 100억원을 들여 낙동강 하굿둑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낙동강 하굿둑은 1987년에 낙동강 중하류 곡창지역에 바닷물이 들이치는 것을 막고, 부산·울산·창원 등 대도시 공업지역의 안정적 용수공급을 위해 낙동강 하구(河口)에 설치한 개폐형 방조제다. 영산강 하굿둑에 이어 들어선 국내 두 번째 하굿둑으로, 낙동강 하굿둑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하굿둑 상류로 44㎞가량 떨어진 경남 밀양 삼랑진까지 짠 바닷물이 밀려들어 염해(鹽害)를 입혔다.

낙동강 하굿둑은 환경부 산하 수자원공사에서 관리를 맡고 있는데, 지난해와 올해 낙동강 하굿둑 수문 개방을 위한 실증실험을 진행하고 현재 수문을 개방할지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실증실험 결과 수문 개방으로 결론이 나면, 지난 30년 넘게 낙동강 중하류 일대가 바닷물에 의해 침수되는 것을 막고, 인근 대도시에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등을 공급해주던 낙동강 하굿둑은 사실상 기능정지 상태에 들어간다. 자연히 수문을 들어올리는 일체의 기계설비 역시 무용지물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수자원공사가 수문 개방 결론이 나지도 않은 현재, 약 100억원을 투입해 낙동강 하굿둑의 수문을 들어올리는 권양기(도르래)실 등 외관 리모델링에 착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환경단체와 어민들은 하굿둑 자체를 철거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까지 펴고 있다. 앞으로 수문을 상시 개방하거나 하굿둑 자체를 철거하면 의미가 없어지는 하굿둑 외관 정비를 위해 100억원을 들이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굿둑 관리가 수자원공사의 주요 업무라고는 하지만, 외관 리모델링 등은 수위조절 등을 통한 홍수피해 예방 등 본업에 비해 부차적인 업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문 개방하면 무용지물 될 리모델링

낙동강 하굿둑은 낙동강 하구의 하중도(河中島)인 을숙도를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에 각각 조성돼 있다. 수자원공사에서 외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곳은 부산 사하구에 접해 있는 동편 하굿둑(상류 기준 좌안)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수문 개방 실험을 진행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 낙동강 하굿둑 동편 수문 위에 있는 박스 형태로 돼 있는 권양기 기계실을 돛단배 모양으로 바꿔 미관을 개선한다는 것이 수자원공사 측의 계획이다.

사실 수자원공사는 2018년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되기 전까지만 해도, 낙동강 하굿둑 수문 개방에 극도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심지어 4대강 사업을 추진했던 이명박 정부 때는 을숙도 서편에 수문을 증설해 낙동강 하굿둑의 홍수예방 기능을 오히려 강화했다. 현재 하굿둑 외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동편 하굿둑 반대쪽(강서구 측)에, 그전까지 토언제(제방) 형태로 막혀 있던 곳에 수문과 어도(魚道) 등을 증설한 것이다. 당시 낙동강 하굿둑 서편 수문 증설에는 2400억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 ‘물관리 일원화’ 방침에 따라 수자원공사의 상급 기관이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바뀌면서 입장이 180도 달라졌다. 지난해 6월과 9월 환경부 등 관계 기관들과 함께 하굿둑 수문을 단기간 개방하는 실증실험을 한 데 이어, 지난 6월부터는 약 1개월 동안 수문을 개방해 염분 피해 정도를 관찰하는 실증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1·2차 실증실험 때 하굿둑 상류 7~8.8㎞ 지점까지 침투하던 염분(최저층 기준)이 3차 실험 때는 하굿둑 상류 12.1㎞ 지점까지 침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환경부와 수자원공사 측은 “단기간 해수 유입으로 인한 하굿둑 인근 지역 지하수에 대한 염분 침투 효과는 크지 않아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다. 소수의 관정에서 염분 상승이 관측되었으나 평상시 염분 변화 범위 내에 해당한다”며 낙동강 하굿둑 개방을 강행할 태세다. 오히려 “고등어, 농어, 전갱이 등 바다나 ‘기수역(汽水域·담수와 염수가 섞이는 지역)’에 사는 어류가 수문을 통과해 둑 상류까지 올라온 것을 확인했다”며 낙동강 하굿둑 수문 개방 수순을 차곡차곡 밟고 있다.

낙동강 하굿둑 개방론자 박재현 사장

수자원공사의 이 같은 표변은 낙동강 하굿둑 수문 개방이 문재인 대통령의 관심사인 까닭도 있다. 현역 의원 시절 낙동강 동안(東岸)의 부산 사상구를 지역구로 두었던 문 대통령은 지난 두 차례 대선 때 낙동강 하굿둑 개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6년에는 을숙도 등을 둘러보면서 “녹조라떼라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은 잔디구장 수준”이라며 낙동강 하굿둑 수문 개방을 주장했다. 취임 후인 2019년에는 부산 지역 상공인들과 만나 재첩국 오찬을 하면서 “사실 최초 재첩의 생산지는 낙동강 하구였다”며 낙동강 하굿둑 개방을 시사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신임 수자원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박재현 인제대 토목도시공학부 교수 역시 하굿둑 개방에 힘을 싣고 있다. 박재현 사장은 과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4대강 보(洑)의 상시개방과 철거 등을 주장한 바 있다.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 지지교수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결국 박재현 교수는 2018년 수자원공사가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된 뒤인 지난 2월 수자원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이는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영산강 하굿둑이나 금강 하굿둑에 비해 유독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낙동강 하굿둑이 수문 개방에 적극적인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수자원공사와 농어촌공사는 최근 섬진강 홍수피해 책임소재를 두고 티격태격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수문 개방 실증실험 등 형식적인 절차를 밟아 낙동강 하굿둑 상시 수문 개방이 이뤄지면 100억원을 들인 하굿둑 외관 리모델링 자체는 큰 의미가 없어진다. 부산 강서구와 사하구를 연결하는 육상 교통로 기능을 제외하면, 하굿둑의 수문 자체가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수문과 수문 조작에 필요한 권양기 등을 떼내서 당초 하굿둑 개방론자들의 주장대로 담수(강물)와 염수(바닷물)의 유통을 자유롭게 해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역을 조성하는 것만 못하다.

반면 지금도 낙동강 중하류 지역 농민들은 하굿둑 수문이 개방될 경우 초래될 염해와 용수부족 등을 우려하고 있다. 부산, 울산, 경남 일원에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취수장 역시 바닷물 영향권에 들어간다. 김해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대저수문은 하굿둑 상류 15㎞, 부산·울산 등지에 용수를 공급하는 물금·매리·원동 취수장은 하굿둑 상류 약 28㎞ 지점에 있다. 낙동강 하굿둑이 들어서기 전까지 모두 바닷물이 치고 올라오던 곳들이다. 수자원공사 낙동강유역본부의 한 관계자는 “연말에 기수생태계 복원 방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추가 실험이나 수문 개방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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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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