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주간조선과 만난 안철수 대표는 벤처 1세대 기업인 출신답게 ‘경제’ 관련 질문에 답할 때 힘이 있었다. 자신이 경제 관련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도 언론이 충분히 다뤄주지 않는다는 불만도 터뜨렸다. 자신이 직접 회사를 성공적으로 경영해 봤다는 자신감이 작용하는 듯했다.

이날 안 대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업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의 폐해를 강조했다. 그는 기업 3법이 개정되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더욱 쥐어짜게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더욱 불공정한 경영을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3법은 공정경제를 만들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 한국 경제의 근본 문제는 무엇인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부터 공정경제의 중요성을 몸으로 체험했다. 실제 산업 현장을 경험했다. 대기업은 정부에 완전히 종속되어 있다. 명령대로 하지 않으면 감옥에 간다. 완전히 관치 경제다. 그런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에서는 불공정 거래가 아무리 일어나도 정부가 방임하고 있다. 여기에는 신자유주의가 두드러진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와 관치경제가 최악의 조합을 가지고 있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자율성을 빼앗기고,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대기업에 자율성을 빼앗겨 갈수록 경제가 침체되는 것이다.”

- 경제 3법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공정’ 경제 3법이라는 여당의 주장에 대한 생각은.

“법의 내용과 제목이 같아야 한다. 공정경제 3법이라고 하면 누구나 반대하면 안 될 것 같아 보인다. 반대하면 적폐나 기득권 세력처럼 보인다. 법의 주요 내용은 기업 지배구조를 바꾸자는 것이다. 물론 일감몰아주기 등의 폐해를 막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시장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자칫 잘못하면 외국 자본이 우리 기업을 쉽게 인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줄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기업하는 사람은 일단 이익을 크게 내어서 실적을 주주들에게 많이 나눠줘야 한다. 그래야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 더 쥐어짜야 하는 것이다. 그 결과 더욱 불공정한 경영을 하는 결과가 생긴다. 나아가 회사는 새로운 제도가 나오면 그것을 피할 방법을 찾는다. 대기업의 경우 정부의 간섭을 막고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또 중소기업을 위해 시장의 불공정 관행은 엄벌해야 한다.”

- 향후 선거에서 기본소득이 주요 선거 공약이 될 전망인데 기본소득 논란을 어떻게 보나.

“그러면 나라에 불행이다. 물론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에서 흔치 않게 미래 담론이 논의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전 세계에서 도입한 나라가 없다. 소규모 실험을 하는 정도다. 세계 최초로 기본소득을 실험하려면 몇 백 조가 든다. 우리나라는 기축 통화국이 아니다.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당장 국가 신용등급이 낮아지고 외환위기가 오게 된다. 유럽 일부 국가와 비교하는데, 그곳은 기축통화인 유로를 쓰고 있지 않나. 그런 나라와 비교하는 것은 무식한 이야기다.”

- 문재인 정부가 경제가 나빠진 것은 정책 실패가 아닌 코로나19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작년 코로나19가 없을 때 경제가 2% 성장했다. 그중 1.5%가 재정투입으로 만든 것이다. 재정 투입이 없었으면 0.5% 성장한 것이다. 진작에 경제 구조가 망가진 것이다.”

- 정부 주도의 일자리 만들기가 요즘 같은 시기에 효과가 있다고 보나.

“초기에는 정부가 구매를 해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거기까지가 도와줄 수 있는 최대한이다. 정부가 뉴딜정책이라고 내세우는 것은 실패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참신한 아이디어도 없다. 디지털 뉴딜이라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무엇이 다른가. 녹색뉴딜의 경우도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무엇이 다르다는 건지 모르겠다. 거의 베껴쓴 것이다. 암울하다. 정부가 기업을 직접 지원하면 성공하지 못한다. 그렇게 하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 기업에 자율성을 부여해 창의력을 발휘하게 해야 한다. 공정하게 경쟁해서, 실력대로 승부가 나게 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자유시장 경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 한국 대표 벤처 기업인 출신인데, 4차 산업이 발달하면 고용은 어쩔 수 없이 줄어들게 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로봇이 블루칼라 일자리를 없애는 것처럼 인공지능(AI)이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없앨 것이다. 인류 역사를 보면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 등 산업 혁명을 이끈 발명품이 나오면 기존 일자리는 없어졌다. 하지만 전혀 다른 곳에서 일자리가 생겼다. 예를 들어 4차 산업 혁명으로 무인차가 나오면 사람이 운전할 필요가 없으니, 일단은 운전기사 일자리는 많이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알아서 움직이는 차 안에서 소비하는 교육, 오락 콘텐츠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와 관련된 일자리는 늘어날 것이다. 더 이상 차를 소유하지 않게 되면서 차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빌려주는 것이 당연시 될 것이다. 이 경우 차량 관리 회사가 커질 것이다.”

-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생기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결국은 평생교육이다. 교육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미국의 지역 커뮤니티 컬리지에 가면 나이든 사람들도 학교를 다닌다. 자신이 하는 일의 최신 트렌드를 익히고, 아니면 완전히 다른 분야를 공부해 이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입학정원보다 수험생이 적다. 지방대를 없앨 것이 아니라 평생 교육 센터로 전환시켜야 한다.”

- 한국이 제조업은 중국에 밀리고 첨단산업은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생각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이나 미래 비전이 그래서 중요하다. 지금 정부는 미래에 대한 고민을 전혀 하지 않는다. 고작 고민하는 것이 1987년 발생한 칼(KAL) 858기 재조사, 친일파 국립묘지 파묘 등 지나간 과거사다. 그래서 미래가 암울하게 느껴진다.”

이정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