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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56호]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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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변호사의 현장일지]‘코린이’에 ‘어른 노릇’ 하려면 훈계 보다 법으로!

정재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2021-05-05 오후 2:57:04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4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국회(임시회) 제1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잘못된 길로 가면 잘못된 길로 간다고 분명히 이야기해 줄 필요가 있다.”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지난 4월 22일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한 발언들이다. 400만명에 달하는 국내 가상화폐,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어린이로 취급한 셈이다. 이날 은 위원장은 가상자산 규제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으나 다른 한편 가상자산을 구매한 사람들은 투자자가 아닌 투기자(투기꾼)에 가깝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에 따라 정부가 이들을 보호해주기는 어려우며 진짜 실체가 있는지도 모르는 가상자산에 대해 (정부가 나서) 공시를 해준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아울러 특금법으로 가상자산 취급업체를 등록받는데, 현재 등록한 업체는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200개에 달하는 거래소가 다 폐쇄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자한 사람들도, 투기한 사람들도 자기 거래소가 어떤 상황인지를 알 필요가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거래소 폐쇄 현실화?
   
   은성수 위원장의 ‘당부’를 떠나 팩트부터 살펴보자. 특금법 개정으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소위 거래소 신고제)가 도입된 것은 맞지만, 신고제 도입이 거래소 폐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법령상 요건을 갖춘 적법한 신고라면 행정당국은 원칙적으로 이를 수리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개정 특금법 제7조에서는 (1)ISMS 인증을 획득하지 못한 경우 (2)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소위 실명계좌)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 (3)사업자가 금융 관련 법령 위반으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4)특금법에 따라 기존의 신고 또는 변경신고가 말소되고 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에만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를 수리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다른 사유는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주요 거래소들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특금법에 따라 적법하게 신고를 하고 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수많은 소형 거래소의 경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폐쇄가 되겠지만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의 90% 이상이 이러한 주요 대형 거래소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금법 도입에도 불구하고 거래소 폐쇄로 인한 시장의 혼란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금융위원장이 거래소가 모두 폐쇄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아마도 최근 과열된 시장 분위기를 완화하고, 가상자산 거래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취지가 아니라 실제 금융당국이 향후 어떤 거래소의 신고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취지로 발언을 한 것이라면 향후 수많은 법적 분쟁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 보호 필요 없다는데, 특별단속은 왜
   
   이날 은 위원장은 가상자산을 구매한 사람들은 투기자에 가까우며, 정부가 이러한 사람들까지 모두 보호해줄 수는 없다며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지 않냐”는 질의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런데 우리 금융당국은 지난 4월 16일 가상자산을 이용한 거래에 대해 엄단하고,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특별단속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가상자산 투자자를 투기꾼으로 보고 보호를 하지 않겠다면서, 가상자산 거래에 대해 엄단하겠다? 도대체 정부 정책의 목적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투자자 보호가 필요 없다는데 왜 정부는 가상화폐 시장에 이렇게도 격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결국 우리 정부의 정책 목적이 국민이나 투자자 보호에 있다기보다는 정부 주도의 금융질서 유지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이다.
   
   우리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의 경우 내재가치가 없고 시세가 급등락하기 때문에 이를 제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도 암호화폐는 내재가치가 없고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지급수단 및 가치저장수단으로 기능하기에는 제약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내재가치가 없다는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1000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이 500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1년 예산을 모두 쏟아붓는다고 하더라도 비트코인을 모두 구매할 수 없다는 의미다.
   
   아울러 원화 KRW의 시세는 과연 안정적인가라는 의문도 든다. 주식, 부동산, 코인의 가치가 급등할 때마다 원화 KRW의 가치 역시 급락하고 있다. 지난 4년간 국내 부동산, 주식은 적게는 2배, 많게는 4~5배 가까이 올랐다. 이에 따라 가지고 있는 원화, KRW의 가치가 반토막, 4분의 1토막이 났고, 수많은 청년은 ‘벼락거지’가 되어가고 있다. 그럼 원화 KRW도 실체가 없다고 보아야 하는가?
   
   
   정작 필요한 규제는 없어
   
   정부는 비트코인, 가상화폐, 가상자산, 암호화폐의 실체를 직시하고 그에 맞는 법 제도를 만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무는 방기한 채 시장이 과열될 때에만 ‘금지방침’ ‘특별단속’ 등의 엄포만 늘어놓고 있다. 2017년, ‘ICO(가상화폐공개) 전면금지 방침’을 내세웠지만, 실제 이를 직접적으로 금지할 만한 법령은 현재까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수많은 국내 기업이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여 코인을 발행하고 있고, 이러한 코인은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유통되고 있다. 코인 발행을 금지한다고 하지만, 막상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는 없고, 다들 정부 눈을 피해 해외에서 이를 발행해 국내에 유통시키고 있는 것이다. 매우 기형적이다.
   
   그 어떤 사전적 규제도 없다 보니 투자자로서는 어떤 ICO가 제대로 된 ICO인지 확인할 방도가 없다. 또한 ICO로 모집한 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ICO가 전 세계로부터 신속 편리하게 대량의 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 없이 불법화되어 사기, 다단계, 유사수신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형편이다.
   
   특금법으로 거래소 신고제를 도입했다고는 하지만 시세조종, 내부자거래를 막을 법 제도는 현재도 없고 앞으로도 도입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년 우리 정부는 ‘어른의 시각’에서 가상화폐의 실체를 부정하며 법 없이 가상화폐, 암호화폐 시장을 통제, 방치해왔다. 비트코인이 나쁜가? 비트코인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이 나쁜가? 중고차가 나쁜가? 중고차로 사기를 치는 사람이 나쁜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어른이 아니어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에 다시 묻는다. 법치국가에서 법 없이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정말 잘못된 길로 가면 잘못된 길로 간다고 분명히 이야기해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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