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경기도청. 도청 산하 공공기관에서 ‘코드인사’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경기도청. 도청 산하 공공기관에서 ‘코드인사’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설립을 주도한 도내 공공기관에서 ‘코드인사’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이 지사와 관계된 인사들이 이 기관들의 책임자로 있거나 채용에 관여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도의회와 노조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심지어 도의회의 민주당 의원들까지도 도 인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경기도청 산하 공공기관인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경상원)이다. 경상원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이 지사 공약에 따라 ‘소상공인·전통시장에 대한 체계적·전문적 종합지원’을 목표로 경기도청 경제실이 주도해 설립한 공공기관이다. 경상원 설립은 도청 산하에 또 다른 공공기관인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 내에 비슷한 업무를 주관하는 서민경제본부를 떼어내 확장·승격하는 방식을 취했다.

경과원 서민경제본부는 2018년 말 경상원 설립을 위한 시장상권진흥TF팀을 조직한 후 2018년 11월부터 2019년 5월까지 6차례의 공고를 거쳐 관련 기간제 직원 총 20명을 채용했다. 당초 근무계약 기간은 모두 2019년 12월 31일까지였다. 경상원 초대원장으로 이 지사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임진 당시 경기도청 정책개발지원단장이 2019년 9월 임명된 후 같은 해 10월 경상원이 개원하자, 기간제 직원 22명(신규 20명, 기존 2명) 중 9명은 그대로 경상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모두 2급에서 5급 사이의 중간간부 직급으로 채용됐다.

경상원은 신규 및 경력직 채용 형태로 이들을 뽑았는데, 이들 9명 중 4명은 성남시청 및 성남시 산하 기관 출신이거나 임진 전 원장과 관계가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이재명 지사 성남시장 재임 당시의 성남시상권활성화재단, 성남시 분당구청, 성남산업진흥원 출신 등이었고 임 전 원장 대학원 후배도 있었다. 9명 중 2명은 이 지사의 캠프 출신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내 공공기관 한 관계자는 “경상원 채용자 중에서는 이 지사가 도지사 선거에 출마했을 때 캠프에 있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며 “이미 직원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과원 기간제 직원들이 경상원으로 넘어가던 당시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의 자녀, 도청 임기제 직원 등도 경상원 정규직으로 함께 채용됐다.

경상원 초대원장, 인사 채용 후 총선 출마

경상원에 채용된 이들 경력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경과원 기간제 직원 중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 여타 13명의 이력과 대조된다는 점에 있다. 이들 13명은 경상원 채용에서 떨어지거나 그대로 계약기간이 만료됐는데, 이 지사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의 성남시 근무경력이나 임 전 원장과 관련한 연결고리 등이 없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기간제 직원들보다 4~5년 더 오래 근무했던 경과원 무기계약직 8명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도 단 2명에 불과했다. 앞서의 관계자는 “사실 경상원 조직 세팅부터 무기직 직원들이 다 도맡았다. 기간제 직원보다 업무 시스템을 더 잘 안다. 근데 기간제 직원은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무기직 직원은 그대로 동일하게 둬 말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전문성으로 따지면 경과원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이 경상원으로 넘어가는 것이 맞지만, 당시 경상원으로 넘어간 경과원 정규직 직원은 전무했다. 경상원 설립 직전 채용된 경과원 기간제 직원들을 중심으로 채용이 이뤄진 셈이다. 당시 경상원 경력직 채용은 서류와 면접으로만 진행됐는데, 채용 절차는 물론 채용 대상까지 의구심이 드는 지점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 경상원과 경과원 안팎의 시선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당초 경과원 기간제 직원들이 입사했을 때부터 의아했다. 1년짜리 기간제 자리에 나이가 어리지도 않은 임원급 공무원들이 기존의 안정적인 자리를 버리고 들어오는 게 말이 안 됐다”라고 말했다. 당시 ‘성남 출신이 많다’ ‘자리들 생기겠다’ ‘정규직 되겠다’라는 이야기가 경상원 설립이 가시화되기 전부터 돌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경기도의회와 노조 측은 이 같은 일련의 채용 과정엔 결국 경상원 초대원장이었던 임진 전 원장의 역할이 컸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한다. 임 전 원장이 이 지사의 최측근인 데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임 당시엔 성남시 상권활성화재단팀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는 점에서다. 임 전 원장은 그동안 이 지사의 각종 정책지원에 앞장섰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로 취임한 후엔 2019년 7월 경기도청 기획담당관실 소속 정책개발지원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상원이 설립된 건 그로부터 3개월 후이다. 그는 20대 총선에서 수원무 선거구 출마를 위해 경상원 인사 채용을 마무리하곤, 원장직 임기를 반년도 채우지 않고 사임했다. 당시 이 지사의 총선 출마 권유가 있었고, 현재는 이 지사 대선 캠프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경기도일자리재단 한 관계자는 “임 전 원장과 이 지사의 관계를 떼놓고 보기 어렵다. 임 전 원장이 총선 출마 전까지 중간에서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크다. 다만 여기에 이 지사의 의중이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2019년 9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임진 당시 경기도 정책개발지원단장(왼쪽)을 경기도 시장상권진흥원 초대원장으로 임명하는 모습. ⓒphoto 경기도청
2019년 9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임진 당시 경기도 정책개발지원단장(왼쪽)을 경기도 시장상권진흥원 초대원장으로 임명하는 모습. ⓒphoto 경기도청

경기도, 전국서 공공기관 최다 설립

경상원 직원 채용이 석연치 않다는 점은 경상원 설립 전후 경기도의회 차원에서도 이미 수차례 문제로 제기돼왔다. 앞서 언급한 직원 채용 문제는 물론 경상원 설립이 필요하냐는 근본적 의문도 거론된 바 있다. 2019년 11월 11일 경기도 경제노동위원회 행정 사무감사 회의록에 따르면, 기간제 인사 채용과 관련해 다음의 질의응답이 오고 갔다.

김지나 위원 “그런데 우연일 수도 있는데 지금 이렇게 들어오신 기간제 근로자분들 중에서 성남 출신이신 분들이 상당히 많다고 제가 들었습니다. 혹시 비중 알고 계신가요?”

참고인 임진 “성남 출신이…. 확인해 봐야 하는데 그리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번 파악해서 알려주시면 좋겠고요.”

“알겠습니다.”

“(중략) 사실 그전부터 시장상권진흥원에 대한 얘기는 계속 나왔었습니다. 그런데 시장상권진흥원으로 이관될 직원들 중에서 이러한 정보를 미리 알고 취업을 했다고 하면 그 부분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심지어 그 TF팀에 본인의 계약관계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직원이 인사채용 과정에 개입이 되어 있다고 하면 그 부분은 저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는데요. 전혀 모르시는 내용인가요?”

“(중략) 기간제들이 자기들의 채용 과정이나 진흥원 설립을 주도하지는 않았습니다. 경과원에 파견받은 직원분들이 해주셨거든요.”

“저는 원장님의 전문성을 의심하지는 않고요. 다만 지금 이런 내용들을 제가 들었을 때 우연이 반복되면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은 상황인가 싶습니다. 이 부분 주의해서 공정성 부분이나 이관 후의 운영에 있어서도 신경을 많이 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경과원은 2016년 도청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당시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을 통합해 만들어진 곳이었다. 당시 도청과 도의회는 공공기관들의 업무 중복과 예산난 등으로 총 5개 기관을 통폐합해 기존 24개 기관을 21개로 줄였다. 경과원도 그 과정을 거친 곳이다. 이 때문에 이를 다시 분리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2019년 제2회 경기도 출자·출연기관 운영심의위원회 회의록엔 이와 관련한 내용이 다음과 같이 적시되기도 했다.

위원 “이게 경제 파트하고 과학 파트가 떨어져 있던 부서예요. 과학진흥원 따로 있었고 경제 따로 있었고. (중략) 결국 붙여놨는데 그거 붙이는 과정에 진통이 많았습니다. 위원회들도 반대가 많았고. ‘예산 문제다. 이건 경비를 절약해야 한다’면서 붙여놨단 말이죠. (중략) 이걸 다시 뜯어내서 진흥원 정도의 규모를 만들어야 된다고 행안부에 제시할 때 그런 논리와 타당성을 명확하게 만들어내는 게 경제성 분석한 것보다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일부 위원들은 여타 기관 간 역할 중첩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위원 “기초지자체도 마찬가지로 다른 성남이나 의정부처럼 향후에 만들 텐데 과연 그러면 이 센터와 시에서 하고 있는 전담기관과의 롤(role)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중복기능이 오히려 더 발생할 수 있지 않을지 이런 부분이 있고, 내용들을 보면 대부분 교육 중심이거나 이런 부분이 많은 것 같은데 (중략) 경기도에서 하는 교육은 과연 어떤 교육을 할 것인지 어떻게 차별화가 되는 것인지 지금 중복에 불과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실제 경기도청은 올해 3월 기준 전국 9개 도청 중 가장 많은 출자·출연기관을 설립했다. 주간조선이 전국 도청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경기도청의 출자·출연기관(공기업 포함)은 28개였다. 강원도청 27개, 경북도청 25개, 전남도청 24개, 충남도청 20개보다 많았다. 나머지 도청들의 산하 기관은 20개에 못 미쳤다.

경기도청의 경우 2016년 기관 통폐합을 실시했지만 4~5년 만에 7개 기관이 또 늘어난 셈이다. 이 중 3곳은 이 지사 취임 후 신설됐다. 28개의 기관 외에도 현재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서민금융재단, 경기도사회적경제원(가칭) 등 최소 3곳의 기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선 이런 이유로 경기도청과의 경상원 설립 협의 과정에서 ‘설립 필요성, 사업계획 구체화’ ‘시군 등과 중복되지 않도록 검토’ 등의 지시를 다수 내렸다.

김지나 경기도의회 민생당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경상원을 설립한다고 하니 지사 측근들의 자리 만들기를 위한 조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출자·출연기관이 우후죽순 늘어나니 이에 대한 관리·감독이 소홀해진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경기도 시장상권진흥원(경상원).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경기도 시장상권진흥원(경상원).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도의회 여당이 잠식, 문제제기조차 어렵다”

채용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은 경상원을 대상으로만 제기되는 건 아니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엔 경기도일자리재단과 경기도사회서비스원, 경기교통공사에서도 경상원과 유사한 채용이 이뤄졌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신고 내용에 따르면 이들 기관도 경상원과 동일하게 각 기관 설립을 주도했던 기존 기관 TF팀 기간제 직원을 그대로 정규직으로 채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경상원 채용과 관련해선 ‘블라인드 채용임에도 불구하고 서류심사과정에서 특정하게 연필로 추정되는 물질로 성남, 명지대, TF를 표시했다’ 등의 내용도 적시됐다.

신정현 경기도의회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14일 도의회 351회 임시회 도정질의에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경기도 채용 공정성 문제를 다음과 같이 처음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 쏟아져 나오는 경기도 산하기관의 채용비리 의혹들은 요즘 청년들의 불공정 바로 그 모습의 전형입니다. 기관이 설립된다라는 정보를 사전에 알고 경과원을 중간에 기착지로 삼아 기간제 노동자로 잠시 머물다 공공기관의 정규직 직원으로 간다라는 그 채용의 희망을 가지고, 이미 그런 계획을 가지고 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개발이 예정된 부지를 알고 땅을 투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겁니다, 부지사님.” “특히 상권진흥원에서 일고 있는 채용 관련된 의혹은 그야말로 LH공사의 부동산 투기 못지않은 일자리 투기다라고 정의를 내립니다. 제가 이렇게 정의 내리는 게 무리수가 있나요?”

경기도의회의 또 다른 여당 의원은 “사태 심각성을 인지한 후 조사를 통해 문제가 있다면 ‘있다’고 인정하고 없으면 ‘없다’며 털고 가자는 거다. 이재명 지사의 대권가도에 미칠 파급력이 클 수 있다. 일종의 예방주사다”라고 말했다. 도의회 여당 의원들 중에서는 도청이 아닌 제3의 기관을 통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들도 꽤 있다.

한 야당 의원은 “현재 경기도의회 야당 의원은 10명에 불과하다. 뭔가를 하려면 의회에서 부결해야 하는데 사실상 그게 어렵다. 100명이 넘는 여당 의원 대다수가 자당 비판은 안 한다. 의원 고발도 염려된다. 도청이 지역 언론에 대해선 광고로 통제하니 사실상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자정 작업을 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경기도청 산하 공공기관 노조들이 참여한 경기도 공공기관노동조합 총연맹은 경기도의 채용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 중이다. 경기도일자리재단 한 관계자는 “국민청원을 통한 공론화 후 감사원에 감사 요청을 할지 혹은 곧바로 감사원에 감사 요청을 할지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사실무근, 적법 절차 따랐다”

이와 관련해 임진 전 원장은 경상원 채용과 관련해 지적된 문제들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임 전 원장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적법 절차에 따라 채용을 진행했다. 예전처럼 마음대로 채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진행됐기에 서류에 성남, 명지대 등을 메모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었다. 최근 제기되는 일련의 문제는 사실관계 확인 없이 이뤄진 것이다. 당시 경상원에서 경과원 정규직을 제외하고 기간제 직원만을 채용한 건, 정규직의 경우 경과원 차원에서 뽑은 인력이기 때문이다. 채용 목적이 달랐고 경상원에서 입사를 강요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도 의회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코드인사’ 의혹과 관련해선 “말도 안 된다. 좋은 사람 잘 뽑아서 경상원 잘 만들라고만 했다. 게다가 총선 출마 계획이 있었기에 (그런 식의 인사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경기도청 측은 관련 내용은 인지하고 있으나 당장 감사를 실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도청 감사관 관계자는 “행안부 계획에 따라 권익위 주관으로 매년 전년도 인사 채용 등에 대한 정기감사를 실시한다. 지난해 2019년도 감사까지 마쳤다. 다만 올해 감사는 권익위와 행안부의 감사 보류 결정으로 잠정 연기된 상황이다. 이유는 모른다”라고 말했다. 또 “LH 사태 처리가 시급해 당장 여타 건을 들여다보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도 있다. 기존 감사 일정도 모두 취소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지사는 각종 국면과 정책 집행 과정에서 ‘공정’을 주요 키워드로 강조한 바 있다. 2018년 11월 6일 킨텍스 인사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지던 당시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정에 반하는 특혜채용, 뿌리 뽑겠습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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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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