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키비나 틸 키비나
ⓒphoto 키비나 틸 키비나

스웨덴은 자타가 인정하는 젠더 평등(Gender Equality) 나라다. 국회의원 남녀 비율이 각각 절반으로, 젠더평등지수에 관한 한 최선진국으로 꼽힌다. 스톡홀름에 본부를 둔 ‘키비나 틸 키비나(KvinnatillKvinna.org·이하 키비나)’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여성인권단체다. 각종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풀뿌리 정치활동에도 적극 나서면서 스웨덴 젠더평등지수 향상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스웨덴 국내만이 아니라 동부유럽이나 아프리카 현지 여성인권단체와도 협력관계를 맺고 있고,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로까지 활동영역을 확산해 나가고 있다.

스웨덴은 어떤 과정을 거쳐 여성 인권, 젠더 평등의 최첨단 국가로 부상할 수 있었을까? 젠더 이슈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이나 교육, 법, 제도가 운용되고 있을까? 현재만이 아니라 미래에 주목받을 젠더 이슈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키비나 사무총장 페트라 토터만 안돌프(Petra TÖtterman Andorff)는 이 같은 질문에 답해줄 최적의 인물 중 한 명이다. 여성 인권 향상과 젠더 평등 실천을 위해 애쓰는 스웨덴의 대표적인 활동가이자 이론가이기 때문이다. 스톡홀름 키비나를 줌으로 연결해 키비나 사무총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스웨덴어로 ‘키비나’는 여성을 의미한다고 들었다. 키비나가 어떤 곳인지부터 알고 싶다. “키비나는 1990년대 초부터 활동에 들어간 여성인권단체다. 주된 활동 공간은 스웨덴과 더불어 현재 분쟁을 겪고 있는 20여개국과 지역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150개 단체와 협업관계로 연결돼 있다. 활동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여성에 대한 폭력, 여성의 경제적 독립, 정치적 이슈에 관한 여성의 참여로 대별될 수 있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하에서의 여성 인권에 관한 문제도 주목하고 있다. 팬데믹이 확산할수록 경제적 차원의 여성 인권이 무시되고, 여성에 대한 폭력도 급증한다. 전 세계 모든 여성인권단체와 함께 그런 문제에 주목하고 함께 논의하면서 대응하자는 것이 우리의 주된 업무이자 설립 목적이다.”

- 21세기 스웨덴 여성인권운동의 핵심 어젠다는 뭔가. “젠더 평등 문제는 가장 중요한 공공 이슈 중 하나다.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기회와 역할을 가질 수 있고 가져야만 한다. 직장, 가정, 정치 영역에서의 여성 참여는 남성과 동일하게 보장돼야만 한다. 차별이 없어야 하고 폭력도 중단돼야만 한다. 그런 조건들이 충족될 수 있는 환경을 미리 만들고 서로 논의하자는 것이 젠더 평등 관련 주요 이슈들이다. 사실 스웨덴 정치가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젠더 평등 문제를 정치 영역에서 공론화해왔다. 현재의 스웨덴 정부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Feminist) 정부’라 공언할 정도다.”

젠더 평등을 ‘남녀 평등’이라 해석할지 모르겠다. 20세기에는 통하지만 21세기에는 차별적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이다. 남녀 평등은 세상의 성을 남과 여 2개로 나눴을 때의 개념이다. 21세기 성 정체성은 남과 여에 국한되지 않는다. 제3의 성, 나아가 성소수자들도 전면에 등장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LGBTQI, 즉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성정체성 의문자, 무성애자들이다. 남녀만이 아니라 ‘남녀+LGBTQI’가 지구상 성 정체성에 관한 전체집합이다. 따라서 남녀 평등이란 말보다, ‘남녀+LGBTQI’를 포괄하는 젠더 평등이란 말이 일상적으로 쓰인다. 레즈비언 앞에서 남녀 평등을 부르짖는다는 것 자체가 선진국에서는 성차별이 될 수 있다. 키비나는 여성 인권 신장만이 아니라 남성에 맞선 ‘여성+LGBTQI’ 구도하의 젠더 평등에 주력하는 조직이다. 여성운동은 젠더 평등의 부분집합이라 볼 수 있다.

- 스웨덴 젠더평등지수가 전 세계 톱 수준이라고 들었다. “개인적 판단이지만 스웨덴에서 제기되는 젠더 평등 문제를 보면 결코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스웨덴이 세계 톱 5 수준에 든 것은 사실이지만, 최상위 국가인 아이슬란드를 뛰어넘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해야만 한다.”

- 스웨덴이 걸어온 여성인권운동사를 간단히 소개해 달라. “스웨덴 여성인권운동은 거의 100년 전부터 시작됐다. 특히 선거 관련 여성 인권 신장이란 측면에서 볼 때, 세계 역사상 가장 먼저 출발한 나라 중 하나가 스웨덴이다. 1970년대부터 구체화된 육아지원제도(Extensive day care system) 역시 스웨덴 여성인권사의 한 획을 그은 정책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공공 육아시설이 들어서면서 여성의 경제적·사회적 독립에 큰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 스웨덴 같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여성인권운동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보나. “세부적 차원의 활동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근본으로 들어가면 별 차이가 없다. 여성의 경제적 독립, 강력한 여성운동을 통한 인권 신장에 주목한다는 점은 세계 공통분모다.”

- 여성 인권과 관련해 지금 스웨덴의 최대 현안이 뭔가. “불행한 일이지만, 수 주 전 발생한 살인사건이 그 같은 영역에 들어갈 듯하다. 개별적 사건이지만, 5명의 여성이 모두 평소 알고 지내던 남성에 의해 살해됐다. 현재 스웨덴은 물론 유럽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약한 여성을 상대로 살인이라는 극단적 폭력을 저지른 것이다. 여성의 안전이란 차원에서 스웨덴 여성인권운동을 한층 더 활발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미투(Me Too)운동도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미투는 선진국, 후진국 가릴 것 없이 전 세계 어디에 가도 존재한다. 터부시하며 숨기지 말고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성적 학대 문제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공표해서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20세기는 법이나 제도 차원의 논의가 여성운동의 주류였지만 21세기는 미투운동에서 보듯 생활 속에 드리워진 여성 차별이나 남성의 여성관에 대한 변화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20세기와 다르다. 법과 제도에서부터 인식이나 행동, 자세(Attitude)로 여성운동의 관심사가 변하고 있다.”

젠더평등지수 상위국에 오른 스웨덴에서 여성 살해가 한 달 내 무려 5건이나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다는 것이 사실 놀랍다. ‘페미사이드(Femicide)’는 1970년대 페미니즘이 활발해질 즈음에 본격 등장한 말이다. ‘여성 혐오 살인’이란 무서운 말이다. 주로 미국에서 벌어졌고 아직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스웨덴에서는 2021년 일상용어로 정착된 상태라고 한다. 워낙 빈발하기 때문에 젊은 여성들이 외출을 망설일 정도다. 지난해 기준 스웨덴에서 벌어진 여성 상대 폭력은 무려 1만6000여건에 달했다고 한다. 2019년에 비해 16%나 급증한 수치다. 폭력이 대부분이지만 살인도 적지 않았다. 대부분 가까운 남자로부터 당한 사건이다. 젠더 평등의 이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라고나 할까?

- 여성 인권과 관련해 정치 영역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진행 중인가. “오랜 여성인권운동사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은 아직 여성 총리를 배출해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 같은 논쟁보다는 여성에 대한 폭력, 인종차별, LGBTQI 등 성소수자 보호 문제가 한층 더 중요하다고 본다.”

- 여성 국회의원이 전체의 50% 선이라는데, 아직도 여성 총리가 안 나왔다는 점이 이상하게 들린다. “나도 내막은 잘 모르겠는데, 백만달러짜리 질문이다.(웃음) 스웨덴에는 수많은 여성 정치지도자가 존재하지만 정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다수표를 장악할 만한 여성 지도자는 극히 드물었다. 이웃 노르웨이의 경우 이미 41년 전에 여성 총리가 등장했다. 현재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모두 여성 정치가가 최고 수반으로 일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스웨덴이 갈 길은 아직 멀다.”

- 비즈니스 영역은 어떤가.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지만, 대략 50 대 50으로 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역시 불평등한 요소가 많다. IT 디지털 신흥 기업의 경우 외부 투자의 2%만이 여성 CEO가 있는 회사로 간다고 들었다. 98%의 외부 투자가 남성 CEO에게 간다는 의미다.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남녀 평등은 아직 요원하다. 스웨덴 여성의 사회참여율은 유럽 전체에서 최고 수준에 올라서 있다. 최고로 열심히 일하는 여성을 가진 나라지만, 경제적 차원의 남녀평등지수는 결코 높지 않다.”

- 20여개국, 150여개 조직과 어떤 식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 “우리는 세계 각국에 흩어진 기존의 조직과 연계해서 활동한다. 새로 현지에 조직을 만들거나 스태프를 파견하지는 않는다. 사정을 가장 잘 아는 현지 여성인권단체들과 우리의 경험과 프로그램을 공유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대표적인 본보기다. 분쟁지역에서의 여성 정치 참여, 경제적 독립 같은 문제도 함께 논의한다. 유엔은 물론 유럽연합(EU), 아프리카단결기구(OAU) 같은 국제기구에 대한 홍보도 적극 도와주고 있다.”

- 아시아 국가들과의 연계는. “아직 없다. 수많은 프로그램에 개별 참가는 가능하지만, 조직 단위의 연계는 아직 없다.”

특정 이슈에 대한 입장이 성별에 따라 양극화되는 상황을 젠더 디바이드(Gender Divide)라 부른다. 올해 한국에서 특히 주목받는 ‘이대남’ ‘이대녀’는 젠더 디바이드의 전형적인 본보기다. 당연하지만, 젠더 디바이드는 젠더 평등에 관한 논의와 필수불가결한 관계에 있다. 젠더 평등이 완전히 달성될 경우 젠더 디바이드가 생길 환경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법이나 사회인식의 변화를 통해 젠더 평등이 이뤄질수록, 젠더 디바이드도 봉합될 수 있다. 한국의 최근 상황을 보면 젠더 디바이드만 맹위를 떨칠 뿐 젠더 평등에 관한 구체적 합일점은 요원하게 느껴진다. 여성의 군입대 논란도 그중 하나일 듯하다.

- 모병제인 스웨덴 군대에서 여성의 활동상은 어떤가. “스웨덴 군대가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바뀐 것은 2010년부터다. 한동안은 전부 남성에게만 해당했다. 2017년부터 군대에서의 ‘젠더 중립(Gender Neutral)’ 정책이 도입되면서 모병제하에서도 여성의 입대가 가능해졌다. 2020년 기준 전투원 가운데 여성 비율이 17%에 이른다. 국방 업무 전반에 걸친 여성의 비율은 21%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략 5명 중 한 명은 여성이다.”

- 남성 위주의 군대 조직에 여성이 들어가면서 여러 문제가 많이 생겼을 텐데. “남성 의무 징병제 때도 여성의 군대 진출은 이미 이뤄지고 있었다. 다만 전투요원이 아닌 의료 보급, IT 같은 분야였다. 그러나 막상 여성들이 전투요원으로 들어가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속옷과 전투복의 경우 기존에 입던 남성의 옷을 여성이 사용해야만 했다. 올 들어 여성 전용 군복이 나왔지만, 샤워장이나 화장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체로 모병제 이전에 이미 여성들의 군대 진출이 있었기 때문에 생활에 필요한 시설이나 장비는 곧바로 개선됐다. 모병제하에서 여성의 군대 지원과 관련해 가장 주목해야 할 문제는 폭력이나 차별이다. 최근 연예인, 변호사, 경찰 등 다양한 영역에서 미투운동이 벌어졌다. 군대에서의 미투운동은 아직 들어본 적이 없지만 여러 면에서 볼 때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본다. 미국 군대를 보면 여성에 대한 폭력이나 차별이 끊이지 않는다. 만약 여성에 대한 폭력이나 성적 학대가 군대 내에서 벌어질 경우 익명으로 리포트를 제출하면서 가해자를 문책하는 식의 제도적 장치가 원활히 작동해야만 한다. 군대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시설이나 장비와 함께 여성을 대하는 인식, 행동, 자세에 관한 개선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스웨덴 모병제와 여성의 군 지원 현황을 들으면서 최근 세상을 뜬 공군 이모 중사 사건이 떠올랐다. 페트라에게 한국에서 벌어진 이 사건을 얘기하자 “비극적이고도 슬픈 일”이라면서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스웨덴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면 내각 총사퇴와 총리 해임까지 갈 엄청난 사건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사건을 여성운동의 대전환점으로 바꿀 정치가가 과연 있기나 할지 의문이다.

줌으로 인터뷰 중인 페트라 토터만 안돌프 사무총장.
줌으로 인터뷰 중인 페트라 토터만 안돌프 사무총장.

- 유럽 다른 나라와 비교해 스웨덴 여성인권운동의 특징이나 차이점을 꼽자면. “세 가지가 떠오른다. 첫째, 여성의 노동 참여가 유럽에서 가장 높다는 점에서 여성운동이 활발히 일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경제적 차원의 젠더 평등이 주요 이슈가 된다는 의미다. 경제적 독립이나 기반이 약할 경우 젠더 평등도 어렵다. 둘째는 아버지의 역할이다.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젠더 평등과 관련한 아버지의 역할과 기능에 주목하는 나라다. 어머니 혼자만이 아닌, 아버지도 육아에 적극 참여하도록 장려하고 지원하는 법이 스웨덴에는 많다. 세 번째는 2014년부터 시작된 ‘페미니스트 외교정책(Feminist Foreign Policy)’이란 이름의 외교방침이다. 이를 통해 젠더 평등이 스웨덴의 국가적 어젠다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젠더 평등을 위해 국제사회 모두가 논의하고 실천하자는 외교정책이다. 유럽은 물론 전 세계를 통틀어 페미니스트 외교정책을 입안한 최초의 나라가 스웨덴이다.”

- 유럽 전체가 그러하듯, 스웨덴의 이민자도 전체 인구의 26%(2020년 기준)로 상당히 높은 편인데 이민자들에게 젠더 평등에 관한 교육을 어떤 식으로 시행하고 있는가. “이민자 규모는 이민의 개념을 어떤 기준으로 정할지에 따라 달라진다. 분명한 것은 20세기 말 이후 유럽 전체 이민자 수가 폭증했다는 점이다. 키비나에는 이민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특별한 프로그램은 없다. 외부와의 협력 차원에서 이민자의 자식, 특히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은 있다. 여성운동의 내용이나 의미, 가치에 대한 생각을 스터디서클(Study Circle)이란 교육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스웨덴에서 여성 인권이 어떤 것이고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전쟁과 분쟁이 계속되고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앙이 이어지는 한 이민자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거기에 따른 인권운동, 특히 여성운동의 질적·양적 진화와 팽창도 필수적이라 믿는다.”

-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요즘 젠더 디바이드가 심각하다. 스웨덴에는 그런 현상이 없는가. “역사나 주변 상황을 보면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남성은 보수적이고 여성은 리버럴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스웨덴을 대표하는 보수정당으로, 우파 성향이 강한 내셔널파티(National Party)가 있다. 여성 의원이 거의 없는 정당으로 키비나가 추진하는 여성운동에 반감이 강한 정당이다. 여성은 가족을 돌보는 일에 전력해야 하고 사회생활도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고 믿는 정당이다. 내셔널파티와 여성운동 지지 정당 사이에 극심한 대립이 존재한다. 지지층을 보면 대체로 남성은 내셔널파티를, 여성은 여성운동 지지 정당으로 몰린다. 따라서 스웨덴이라고 해서 젠더 디바이드가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

필자와 같은 남성 입장에서 볼 때 여성 인권 문제를 다루는 인터뷰만큼 긴장되는 대화도 없다. 자칫하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날이 선’ 문답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안돌프 사무총장과의 대화는 쉽고도 편했다. 그러한 여유의 원인이 뭔지 인터뷰가 끝난 뒤 곰곰이 생각해봤다. 안돌프 사무총장이 여성 입장만이 아니라 남녀 성별을 뛰어넘는 제3자 입장에서 스웨덴 여성운동을 설명해줬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성이기는 하지만, 여성을 앞세우기보다 제3자적으로 접근하는 여성인권운동이다. 누가 옳고 틀리고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남녀 모두가 인정할 법, 제도, 인식, 행동, 자세의 공통분모를 찾는 전략가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스웨덴 여성인권운동이 세계 최첨단이 된 이유가 뭔지 알 듯했다.

- 마지막으로 여성 인권과 젠더 평등을 위해 일하는 한국인과 한국 정치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크게 4가지 사항을 강조하고 싶다. 첫째, 여성운동은 남녀 평등을 지향하는 활동이다. 남녀가 가족, 사회, 정치 모든 분야에서 평등하게 일하고 각종 공적 차원의 의사결정에도 동등하게 참여하자는 것이 여성운동의 가장 큰 목표다. 둘째, 우리 활동에는 여성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남성과의 협력을 전제로 한 활동이다. 특히 육아 문제를 둘러싼 책임과 역할에 관한 남성의 생각이 아주 중요하다. 셋째, 젠더 차별을 막는 법 제정이 끊임없이 이어져야만 한다. 넷째, 여성에 대한 폭력이 중단되지 않는 한 남녀 평등은 영원히 완성될 수 없다.”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