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 전투체계 제작업체인 미 록히드마틴사는 지난 8월 15일 “미 해군 신형 이지스구축함 1척과 일본 아타고급 이지스구축함 2척, 한국의 KDX-III 이지스구축함 3척에 최신 이지스 전투체계인 BL(베이스라인) 9 전투체계를 장착하는 총 4억9000만달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베이스라인(Baseline)은 이지스 전투체계의 기준이 되는 형상을 의미하는 용어다. 1983년 도입된 베이스라인 1부터 가장 최신형인 베이스라인 9까지 나와 있다. 2012년부터 실전배치 중인 베이스라인 9는 적의 탄도미사일(탄도탄) 대응능력을 개선하기 위해 다기능신호처리기(MMSP) 등이 탑재되며, 적 항공기 등에 대응하는 방공전과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는 대탄도탄전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현재 우리 해군이 보유 중인 세종대왕함 등 3척의 이지스함 전투체계는 ‘베이스라인 7.1’ 버전이다. SPY-1D 레이더로 적 탄도 미사일 탐지·추적은 가능하지만 요격능력은 없는 상태다. 탄도탄 요격능력을 갖춘 베이스라인 9버전의 이지스 체계 도입에 따라 우리 해군 차기 이지스함도 탄도탄 요격능력을 갖춘 SM-3나 SM-6 미사일을 탑재, 운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여러 언론에서 SM-3 미사일 도입을 기정사실화한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스커드B 요격 못 해, 활용도 낮다”

SM-3 미사일은 땅 위에서 발사되는 사드(THAAD)와 달리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미사일로 개발됐다. 최근엔 땅 위에도 이지스 시스템이 배치됨에 따라 지상에서도 발사될 수 있다. 계속 개량형이 개발돼 블록 1A·B, 블록 2A·B 등 여러 모델이 있다. 미사일 요격에 중요한 최대 요격고도는 사드(150㎞)보다 훨씬 높다. 블록 1A는 250㎞, 블록 1B는 500㎞, 블록 2A는 150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제작업체나 미군 당국이 정확한 정보는 비밀에 부치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같은 수치가 과장돼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소식통은 “실제 최대 요격고도는 블록 1B가 360㎞, 블록 2B가 500~1000㎞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M-3의 최대 속도는 마하 8~10 이상이며 한 발 가격은 150억원(블록 1 기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 실제로 SM-3 미사일이 우리 군에도 도입될 것인가. 현재까지는 “도입 계획이 없다”는 것이 팩트다. 해군에선 내심 강력히 희망하고 도입을 추진한 적도 있지만 국방부·합참에서 수용이 안 돼 국방중기계획(군 전력증강 5개년 계획)에도 아직 포함이 안 됐다는 것이다. 2013년 당시 최윤희 해군 참모총장은 SM-3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합참에 건의했다. 하지만 합참에서 수용되지 않았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 SM-3 도입 건의 사실이 보도됐지만 군 당국은 “그런 일이 없다”고 잡아뗐다. 당시 해군은 기존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3척의 소프트웨어를 개량하고 SM-3 미사일을 이지스함 1척당 10~20발씩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지스함 1척당 20발씩 총 60발의 SM-3를 도입할 경우 함정 개조 비용을 포함해 2조원 미만의 돈이 들 것으로 분석됐다고 한다.

국방부와 합참 등에서 SM-3에 부정적이었던 이유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과연 한반도 환경에 효용성이 있는 무기인가에 대한 논란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SM-3의 최저 요격고도는 90㎞로 대기권(100㎞) 밖에서만 요격이 가능하다. 때문에 사거리 300㎞인 스커드B 미사일은 요격할 수 없다. 스커드B의 최대 고도는 100㎞ 안팎이다. 최대 사거리 230여㎞인 KN-02 ‘독사’ 미사일도 요격할 수 없다.

국방부 산하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의 김병용 박사는 2014년 2월 주간 국방논단에 기고한 ‘SM-3 요격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한 소고’를 통해 남북 대치 상황과 한반도 지형 특성을 고려해 SM-3의 장단점을 먼저 식별해야 한다면서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김 박사는 이 논문에서 이지스함의 적 탄도미사일 탐지거리도 과장돼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지스함 SPY-1 레이더의 최대 탐지거리는 1000㎞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레이더 반사면적(RCS)이 큰 항공기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항공기의 RCS는 대개 5㎡ 안팎인데 탄도미사일은 이보다 훨씬 작은 0.1㎡ 안팎이다. SPY-1 레이더가 RCS 0.1㎡인 물체를 탐지할 수 있는 최대 거리는 418.5㎞라고 한다. 즉 SM-3 블록 1B의 최대 사거리를 700㎞로 봤을 때 이지스함 레이더만으로는 이 미사일을 최대 사거리까지 활용하기 어려우며 보다 탐지추적 거리가 긴 레이더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사드처럼 부지 확보 걱정 없이 활용 가능”

반면 해군과 일부 전문가들은 SM-3가 지상배치 요격미사일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주한미군 사드 배치가 지역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서 나타나듯이 지상배치 미사일은 부지 확보가 어렵지만 함정에 탑재되는 SM-3는 그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드보다 높고 넓은 요격범위로 수도권에 떨어지는 노동미사일 등을 동서해상에서도 방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기본 개념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도 SM-3 도입 관련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현재 KAMD는 최대 고도 60~70㎞ 이하에서만 요격하는 하층방어 체계로 구성된다. 패트리엇 PAC-3 미사일(최대 고도 20여㎞·2018년 도입 예정), 국산 철매-2 개량형(최대 고도 30여㎞·개발 중), 장거리 대공미사일(L-SAM·최대 고도 40~60㎞·2023년 도입 예정) 등으로 구성돼 있다. 요격 최대 고도가 150㎞인 사드나, 최소 250㎞가 넘는 SM-3는 도입될 수 없다. 때문에 이번 기회에 SM-3 도입 여부와 관계 없이 KAMD를 수정·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2000년대 초반 KAMD가 처음 도입될 때에 비해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향상됐는데 우리는 10여년 전의 잣대만을 고집해 스스로 족쇄를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KAMD가 도입된 뒤에 북한의 노동미사일 후방지역 배치, 신형 무수단·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개발 등 ‘미사일 빅 이슈’가 이어졌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더 고도화되기 전에 KAMD를 적극적인 개념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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