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2월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0년의 힘 위원회’에 참석해 공동대표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10년의 힘 위원회’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내각에 몸담았던 장·차관 60여명으로 구성된 자문그룹이다. ⓒphoto 뉴시스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2월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0년의 힘 위원회’에 참석해 공동대표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10년의 힘 위원회’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내각에 몸담았던 장·차관 60여명으로 구성된 자문그룹이다. ⓒphoto 뉴시스

“우리가 김정은의 이복형을 죽이는 그거에 대해서 솔직히 비난만 할 수 있는 그런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도 그런 역사가 있었으니까. 김대중 납치 같은 것도 민주국가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승만 대통령도 정적을 얼마나 많이 제거했습니까. 형제간의 그런 죽이고 죽는 그런 일 일어났다고 해서 인권문제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저는 좀 의문입니다.” (2월 20일, 오마이TV와의 인터뷰 중)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씨가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해 우리가 비난만 할 처지가 아니라는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정씨는 현재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캠프 국정자문단 ‘10년의 힘 위원회’ 공동위원장이다. 보수우파 진영을 비롯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정씨의 발언에 대해 “충격적인 발언”이라며 일제히 비난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문재인 전 대표는 “(김정남 암살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패륜적인 범죄 행위라는 단호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1945년 만주에서 태어나 어릴 때는 전북 임실에서 자랐다. 경기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7년 통일부의 전신인 국토통일원의 공산권 연구원으로 특채돼 공직을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초대 통일부 차관으로 발탁됐다. 2001년 국정원 통일특별보좌역을 거쳐 2002년부터 2004년까지 통일부 장관으로 재임했다.

통일부 장관을 2차례나 역임한 정씨가 북한을 두둔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8월 중국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북한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동아시아 지역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취한 군사적 조치”라고도 말했다. 그가 그간 남북관계에 관해 내놓은 발언을 시간 순으로 정리했다.

“북한의 핵·생화학 무기는 남한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체제방어 또는 강대국을 상대로 한 협상카드용이다.”(2002년 2월 2일, KBS 심야토론)

“대북 식량지원은 탈북자 인권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며 남북관계 안정에도 기여하는 효과적 수단이다.”(2003년 4월 18일, 통일교육협의회 조찬강연)

“김정일 위원장은 ‘북핵’이라는 무모한 선택을 할 사람이 아니다.”(2004년 6월 14일, 6·15공동선언 4주년 기념 서울신문 인터뷰)

“미국의 진의가 말로는 한반도 비핵화지만 실질적으로는 북한이 적당히 핵을 가짐으로써 한국과 일본이 더 확실한 핵우산을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우리 쪽 대북지원이 핵무기 자금으로 쓰였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되는 선동에 불과하다.”(2006년 10월 28일, 프레스센터 언론광장 포럼)

“부시 정부가 추진해온 대북정책은 그라운드 제로(9·11테러)가 생기고 난 뒤 북한에 대해서는 악의 축으로 간주해 목 조르기식 정책을 계속 폈고, 핵 문제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일관하다 북핵 실험이라는 벼랑 끝 위기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2006년 10월 25일, 경남 마산시청 민주평화통일 마산시협의회 강연)

“정부 차원에서 북한에 현금이 건너간 것이 없다. 미국도 북한이 미사일만으로 1년에 5억달러를 번다는 걸 인정했는데, 우리 돈으로 핵·미사일을 만들었다는 말은 뭘 모르는 이야기다.”(2009년 7월 8일, 평화방송 인터뷰)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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