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당시 응시원서. 귀고리에 점퍼 차림의 사진으로 합격해 논란이 됐다.(오른쪽) 제출 날짜를 위조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photo 심재철 의원실 제공
문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당시 응시원서. 귀고리에 점퍼 차림의 사진으로 합격해 논란이 됐다.(오른쪽) 제출 날짜를 위조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photo 심재철 의원실 제공

대선 레이스가 본선으로 접어들면서 대선후보에 대한 검증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1위를 기록하며 ‘대세론’을 이어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해 검증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4월 5일자 문화일보는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돈인 배병렬씨 음주 교통사고의 전모를 사고 당일 파악하고도 은폐해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문재인 후보는 당시 민정수석이었다.

문재인 후보를 둘러싼 여러 의혹 중 관심을 끄는 것은 문 후보 아들의 취업 특혜 의혹이다. 문재인 후보 아들인 문준용(35)씨가 한국고용정보원(이하 고용정보원)에 취업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은 준용씨가 취업한 해인 2007년부터 한나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어왔다. 이 의혹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2007년 당시 정진섭 한나라당 의원이다. 정 의원은 2007년 4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권재철 당시 고용정보원장이 문재인 후보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수석비서관과 민정수석실 산하 노동비서관으로 함께 일했던 사이였음을 들어, 준용씨를 채용하던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취업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같은 해 노동부가 고용정보원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 당시 노동부는 감사 결과 “문준용씨가 채용되는 과정에서 채용 공고 형식이나 내용이 조작된 점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특정인(문준용씨)이 포함된 일반직 외부응시자가 2명에 불과하고 이들 모두 경쟁 없이 채용됨으로써 취업 특혜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소지는 있다”고 했다. 노동부는 고용정보원이 공고기간을 규정대로 지키지 않고, 인사위원회에서 내부인원 채용비율도 정하지 않은 점을 지적해 ‘기관 주의’ 조치했다. 이 시기 문 후보는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문 후보 측은 아들의 취업 특혜 의혹에 관해 사안마다 해명을 했지만 석연치 않다는 의혹은 계속된다. 의원들의 기자회견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문 후보 아들 취업 특혜 의혹의 핵심을 3가지로 추렸다.

1 입사 필수 서류 제출날짜 조작 의혹

문준용씨를 둘러싼 취업 특혜 의혹 중 최근 논란이 되는 내용은 입사에 필수적인 서류를 뒤늦게 제출했다는 점이다. 당시 채용공고는 지원서와 최종학력증명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졸업예정자인 준용씨가 졸업예정증명서를 발급받은 날짜는 원서접수 마감 닷새 뒤인 12월 11일이었다. 입사 당시 준용씨는 건국대 미대 졸업예정자였다.

자유한국당 소속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이 증명서에 쓰인 12월 11일을 누군가가 4일로 위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4월 5일 기자회견에서 “전문감정업체에 감정을 맡긴 결과 문준용의 응시원서 12월 4일 자에서 ‘4’ 자는 ‘11’ 자에서 자획을 가필하여 작성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또한 2006의 ‘2’와 12월 4일의 ‘2’는 동일인의 필적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응시원서와 이력서에 쓰인 서명 ‘鏞’자도 동일인의 필적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업체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심 부의장은 “이 같은 전문감정업체의 소견이 사실이라면 문준용의 채용 당시 고용정보원 측의 조직적인 대필 및 가필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 6일만 진행된 채용공고

문준용씨는 2006년 11월 30일 워크넷에 올라온 채용공고를 통해 2007년 1월 8일 고용정보원에 5급 신입직원으로 입사했다. 당시 원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노동비서관을 맡았던 권재철씨였다. 권씨는 현재 사단법인 한국고용복지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준용씨가 입사한 당시 채용공고 절차는 특이했다. 고용정보원 인사규정에 따르면 채용공고는 공채시험 전형이 시작되기 15일 전에 내야 한다. 하지만 준용씨가 입사하던 2006년 11월 30일 워크넷에 올라온 채용공고는 6일만 지속됐다. 주말이 끼어 있어서 실제 지원서를 낼 수 있는 날은 단 사흘이었다. 이 사흘 동안 일반직에는 문씨를 포함한 2명만이 지원했고, 2명이 모두 합격했다. 준용씨는 전산직으로 입사했지만 실제로는 PT와 동영상 관련 업무를 맡았다. 준용씨를 제외한 나머지 한 명은 경영학을 전공한 마케팅 현장 경력자로 알려졌다. 준용씨를 채용한 다음 해인 2007년 공채 때는 동영상 분야에서 1명을 모집하는 데 26명이 지원했다. 이때는 모집 분야도 ‘웹 프로그래머’ ‘웹 마케팅’과 같이 구체적으로 밝혔다.

권재철씨는 당시 공고 기간이 짧았던 이유에 대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냈던 공고라 기간이 짧았다”고 해명했다. 그가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당시 고용정보원 직원 80여명 중 50명 정도가 비정규직이었고, 연말에 계약기간이 끝나는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공고를 짧게 내고 모집을 서둘렀다. 권씨는 당시 공고문 제목을 ‘연구직 공고’로 한 이유에 대해 “당시 주 채용 목적이 연구직이었고, 일반직은 대부분 내부 비정규직을 채용할 계획이어서 시급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3 문재인과 권재철의 관계

문준용씨가 채용된 2006년 12월 당시 고용정보원장이던 권재철씨와 문재인 후보의 친분은 잘 알려져 있다. 권재철씨가 2011년 12월 낸 책 ‘대통령과 노동’의 추천사를 문 후보가 썼다. 문 후보는 추천사에 “참여정부 초기 대통령의 지시로 노동비서실이 민정수석실 소관으로 편재되면서 권재철 비서관과 함께 일을 한 경험이 있다”고 적었다. 준용씨가 고용정보원에 지원한 2006년 12월 문 후보는 대통령 정무특보로 있었다. 문 후보는 이듬해 3월 다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복귀했다.

권재철씨는 2012년 총선 때 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동대문갑 공천이 확정됐다가 이후 취소됐다.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당시 공천이 준용씨 취업 특혜와 관련한 보은성 공천이었고, 의혹을 캐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권씨의 공천이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공지문을 통해 “당시 동대문갑 지역구는 권재철·서양호 두 예비후보자 간 경선지역이었으나 전략공천지역으로 변경되면서 권재철 예비후보는 총선 후보자가 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권재철씨는 문 후보 아들 취업 특혜 의혹 논란과 관련해 2012년 JTBC와의 인터뷰에서 “문준용씨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행정적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준용씨 채용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자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권씨는 “(채용 절차에서) 직원들에게 행정적으로 미숙한 부분이 있었는데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내가 책임지는 차원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재인 후보 측은 아들 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에 대해 충분히 해명이 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4월 3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수락연설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아들의 취업 특혜 관련 의혹이 제기된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명박·박근혜 정부 동안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면 충분히 해명된 것 아니겠냐”라며 “이미 다 밝혀진 문제를 가지고 되풀이하는데 이런 저질 공방들에 대해서는 언론 스스로 좀 걸러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답했다.

키워드

#5·9 대선
배용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