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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호]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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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한 풍력발전업체와 환경부의 싸움 뒤에는…

배용진  기자 

▲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 6동의 환경부 건물.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환경부와 경북 영양의 한 풍력발전업체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해당 업체는 환경부 산하 대구지방환경청의 정병철 대구지방환경청장과 담당 과장, 주무관 등 공무원들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대구지방검찰청에 민·형사 고소한 상태다. 환경부와 풍력발전업체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이 벽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월 15일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경북 영양의 양구리풍력발전단지를 방문했다. 같은날 환경부는 보도자료를 내 ‘부동의(不同意)’ 사례로 4곳의 업체를 소개하고 각각의 부동의 사유를 적시했다. 부동의란 정책결정권자인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기관이 정책 협의 안건에 대해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는 의미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협의가 완료된 전국 풍력발전 사업자 중 지방환경청이 조건부 동의한 사례가 총 67건, 부동의한 사례가 4건이다.
   
   4건의 부동의 사례 중 하나로 제시된 경북 영양 A업체의 경우 환경부가 밝힌 부동의 사유는 “평가서 거짓부실 논란, 주민 반대, 1등급지·낙동정맥 대량훼손 우려”다. 환경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영양군은 양구리풍력단지뿐만 아니라, 영양풍력, GS풍력 등 대규모 풍력단지가 밀집되어 가동 또는 공사 중이며, 추가 입지를 위한 행정절차가 진행 중인 곳도 있어 누적영향에 따른 환경부담 및 지역 갈등이 나타나고 있는 지역”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박근혜 정부 당시 대구지방환경청이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이하 평가서)에 조건부 동의를 했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풍력발전단지 개발에 호의적이던 조경규 전 환경부 장관에서 현 김은경 장관으로 바뀌면서 대구지방환경청이 갑자기 부동의로 선회했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환경부는 대구지방환경청의 상급기관이다.
   
   환경부와 대구지방환경청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경북 영양의 A풍력발전업체는 당시 추진하던 ‘A업체 영양풍력발전단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사안과 관련해 실제 대구지방환경청으로부터 조건부 동의 결정을 받았다. 당시 환경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조경규 장관이었다. 풍력발전단지 사업의 승인기관은 영양군이지만,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와 관련해 대구지방환경청이 동의를 하는지, 혹은 부동의를 하는지가 사업 승인의 실제 관건이다.
   
   풍력발전업체의 전략환경영향평가 검토 의견에 대해 대구지방환경청이 부동의로 선회한 데에는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있다는 것이 A업체의 주장이다. 환경 관련 시민단체 대표를 맡고 노원구의원, 서울시의원을 역임한 김은경 장관은 지난해 7월 5일 문재인 정부의 초대 환경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취임 하루 전인 지난해 7월 4일 열린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상돈 당시 국민의당 의원이 “토건세력에 의해 백두대간이 무너지고 있다” “환경부 장관 등이 풍력발전을 못 한다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하자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의원님 말씀에 따라 확실하게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A업체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김 장관의 협의 부동의 본보기로 우리 업체가 걸린 것”이라고 했다. A업체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결과는 지난해 8월 최종 부동의로 결정됐다.
   
   
   “평가서 조작되지 않았다”
   
   환경부가 이번에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A업체의 대구지방환경청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관련 부동의 사유는 앞서 밝혔듯이 “평가서 거짓부실 논란, 주민 반대, 1등급지·낙동정맥 대량훼손 우려”다. A업체는 이 중 ‘평가서 거짓부실 논란’에 관해 “대구지방환경청이 내부회의에서 이미 평가서가 거짓·부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대구지방환경청이 A업체의 평가서가 거짓·부실 작성됐는지를 두고 검토하는 회의를 연 결과 평가서가 조작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다. A업체가 지난해 12월 대구지검에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7월 6일 대구지방환경청 회의실에서 열린 회의 결과, “관행적인 조사(방형구 미설치 조사시간 불충분), GPS 오류 조사업체 변경 및 조사시기 등의 문제로 평가서(보완서)상 자연환경 조사가 미흡한 것은 사실이나, 거짓·부실 작성으로 판단하기는 곤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회의에는 대구지방환경청 담당자들을 포함해 국립생태원, 외부 대학 전문가,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관계자 등 총 14명이 참석했다. 이 회의 자리에 참석한 A업체 대표 김모씨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당시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평가서가 조작되지 않았다’고 내게 말했었다”며 “해당 회의 내용을 녹취한 기록을 대구지검에 증거물로 제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당 평가서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조사했던 검찰의 판단이 무혐의로 나왔다는 것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영양 지역 주민들은 작년 6월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이 “평가서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A업체 김 대표와 평가서를 작성한 A업체의 용역사 대표를 대구지검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10월 두 사람을 모두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평가서가 조작됐다는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A업체 평가서가 “조작됐다”고 처음 주장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이상돈 당시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해 6월 21일 공동 보도자료를 내 “환경부는 A업체 풍력발전 사업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정미 의원실의 박항주 비서관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대구지방환경청이 평가서가 거짓 조작되었는지에 관해 내부회의를 한 것은 몰랐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해가 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A업체는 주민 반대, 동의서 역시 부동의 결정의 요인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업체는 더 나아가 김은경 장관이 대구지방환경청이 이미 동의한 사항을 부동의 처리한 것 자체가 월권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역의 풍력발전단지 환경영향평가에 관해 동의를 할지 여부는 지방환경청장이 결정하는 사항이라 장관이 부동의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
   
   
▲ 지난 3월 15일 경북 영양군 양구리풍력발전단지에 산 능선을 따라 풍력발전기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 A업체는 이 근처에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대구지방환경청의 부동의로 실패했다. photo 김효인 조선일보 기자

   사업 동의 담당 과장 표적감사 의혹도
   
   A업체는 “우리 업체를 부동의하지 않고 관련 협의를 계속한 대구지방환경청 담당 과장을 환경부가 표적감사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환경부는 A업체의 평가서 협의 업무와 현장 실사 업무를 담당한 대구지방환경청 L모 과장에 대한 감사를 지난해 7월부터 지난 1월까지 6개월간 진행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내부 감사 결과는 비공개 사항”이라면서도 “청렴도 검사가 낮게 나왔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감사 이유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대구지방환경청의 모 간부가 협의권을 가진 업체로부터 750만원 상당의 뇌물과 향응을 받았다는 투서가 들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간부가 L과장이라고는 특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업체는 이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환경부가 감사하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감사를 담당한 환경부 감사담당실의 사무관은 A업체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그런 오해가 있을까봐 감사를 시작할 당시부터 감사 이유를 대구지방환경청에 얘기했다”고 말했다. 해당 L 과장은 감사가 시작되면서 관련 업무에서 배제됐고 다른 부서로 배치됐다. A업체 관계자는 “L 과장을 상대로 6개월간 감사를 진행했는데 아무 문제도 나오지 않았다”며 “우리 업체 관련 협의를 했다는 이유로 아무 문제 없는 사람을 표적감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사를 받은 L 과장(현재 환경부 사무관)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7월 감사와 12월 감사는 별건으로 진행된 감사”라며 “7월 감사 때 A업체 사업 관련자 4명이 모두 감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손놓은 청와대 재생에너지 의지 있나
   
   이처럼 육상풍력발전단지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면서 문재인 정부가 관심을 쏟아온 재생에너지 정책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탈원전 대안으로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을 내놓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에 따르면 풍력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 비중을 크게 늘려야 한다. 2016년 기준 전체 발전량의 7%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올린다는 게 이 계획의 골자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풍력발전의 경우 2016년 기준 1.2GW에서 2030년까지 17.1GW로 14배 넘게 발전량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3020계획의 주요 핵심축 중 하나인 육상풍력발전단지가 이번 A업체 논란에서 보듯 벽에 부딪히면서 재생에너지 정책도 주춤한 상태다. 환경부는 육상풍력발전이 주민 민원, 저주파 관련, 수목훼손, 삼림파괴 등 갈등이 빚어질 만한 사항이 많아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환경부는 풍력발전 사업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를 강화하는 추세다. 김은경 장관은 지난 3월 15일 양구리풍력단지를 찾은 자리에서 “산 능선이나 생태등급 1등급 지역은 (풍력발전기가 들어서지 못하도록) 지키겠다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날 “현재는 풍력발전 사업 허가를 내준 뒤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는데 앞으로는 이 순서를 바꿔 환경영향평가부터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환경 훼손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사업 허가를 받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시민단체 출신인 김 장관이 환경보전과 관련해서는 강한 의지와 추진력을 발휘하면서 환경부와 에너지·개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갈등이 빚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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