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이슈] 남북 합작 ‘종전선언 대못 박기’?
  • facebook twiter
  • 검색
  1. 정치
[2526호] 2018.10.01
관련 연재물

[이슈] 남북 합작 ‘종전선언 대못 박기’?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평양 사진공동취재단
“10·4선언이라는 나무는 결코 그냥 말라죽지 않을 것이다.” 2010년 10월 4일 10·4 남북정상선언 3주년 기념식 때 당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연설에서 밝힌 내용이다. 10·4선언은 2007년 10월 4일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갖고 합의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을 말한다. 전체 8개항인 10·4선언의 제4조는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나가기 위해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종전선언을 추진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노무현의 종전선언 유훈
   
   당시 노무현 정부는 북한과의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하면서 종전선언을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그 결과 10·4선언에 이런 대목이 들어갔다. 당시에도 종전선언을 추진하려면 미국의 참여와 동의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종선선언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게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가 별로 남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상 종전선언을 추진할 수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은 2008년 10월 1일 10·4선언 1주년 기념식에서 “10·4선언이라는 나무가 말라 비틀어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종전선언 추진은 북한의 제2차 핵실험(2009년 5월)과 함께 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유훈(遺訓)’을 계승하기 위해 ‘종전선언 대못 박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07~2008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 대통령은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종전선언을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종전선언을 대북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상정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판문점 공동선언에 종전선언을 명문화했다. 문 대통령은 6월 12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도 합류해 남·북·미 3자가 종전선언에 서명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는 않았다. 이후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서로 먼저 할 것을 주장하면서 협상이 교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그동안 “정전 65주년인 올해 종전선언을 실현시키겠다”면서 “올해 말까지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진도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9월 평양공동선언’(이하 평양선언)에 합의했다.
   
   
   평양선언의 확대 해석
   
   평양선언의 제1조를 보면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이어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또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를 부속서로 채택해 한반도를 항구적인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취하고, 단계적 군축 협의 기구로 군사공동위를 설치토록 했다. 이번 평양선언에는 ‘종전’이라는 단어가 언급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평양선언에 명토를 박아 사실상 종전선언이라고 규정했다. 윤 수석은 “두 정상은 65년간 이어온 한반도 정전상태를 넘어 실질적 종전을 선언했다”면서 “평양선언은 한마디로 전쟁시대를 끝내고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 번영 시대와 번영의 미래를 열기 위한 실천적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도 9월 20일 서울로 귀환하자마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대국민보고를 통해 종전선언에 대해 긴 시간을 할애해 직접 설명했다. 핵심 내용은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며, 유엔사나 주한미군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전쟁을 종식한다는 정치적 선언을 평화협정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도 똑같은 개념으로 종전선언을 생각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설명은 종전선언 이후 북한이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할 수 있다는 한국과 미국의 정치권과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의식한 것이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의 발언처럼 종전선언은 말 그대로 정치적 선언에 불과할까. 평양선언의 내용을 보면 평화협정 단계에서 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내용이 모두 들어갔다. 특히 군사 분야 합의서를 보면 남과 북은 오는 11월 1일부터 지상과 해상, 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겠다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각종 군사연습 중지, 군사분계선 상공에 비행금지구역 설정,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 철수, 서해 해상에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 등을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판문점선언 이후 정례적인 한·미연합 군사훈련도 중단된 상황에서 이런 군사 분야의 합의 내용은 지나치게 앞서가는 내용이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만 과속할 경우 국민의 안보 불안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런 합의를 한 것은 아예 종선선언을 사실상 체결한 것으로 만들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말로만 ‘완전한 비핵화’
   
▲ 북한 영변 5MW급 원자로의 모습. photo 위키피디아
반면 이번 평양선언을 보면 비핵화 방안에 대해서는 말 그대로 별 볼일 없을 정도다. 북한은 평양선언 제5조에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의 영구 폐기와 미국이 ‘상응조치’를 한다는 전제 아래 영변 핵시설 폐기 등의 가능성만 언급했다. 북한은 핵시설과 핵물질, 핵무기의 리스트를 신고하고 검증을 허용한다는 약속을 하지도 않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핵 사찰을 언급했지만 북한 전역에 대한 것이 아니라 동창리라는 특정 지역에 한정했을 뿐이다. 게다가 영변 핵시설 폐쇄는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말로만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했을 뿐 실제 행동으로 보여준 것은 전혀 없다. 미군 유해 송환은 비핵화와는 관계가 없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더 이상 필요 없기 때문에 용도 폐기한 것이다.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쇄도 김정은이 미·북 정상회담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했던 것의 반복에 불과하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이 ‘북·미 간 근본적 관계 전환(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및 수교)’ 카드와 ‘진정성 있는 비핵화’를 맞바꿀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런데도 남북은 평양선언에서 연내 동·서해안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열기로 했다. 남북관계 개선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과는 결이 다르다. 또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와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을 협의한다는 내용도 유엔 대북 제재의 기조와 다르다. 남북관계의 과속이 자칫 한·미 공조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평양선언의 내용은 모두 문재인 정부가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한 이후에 진행해도 늦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의도는 철저하게 남북관계 개선 조치를 통해 종전선언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은 정권도 미국과의 협상에서 종전선언이라는 상응조치를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김정은 정권은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에 호응하면서 군사 분야에서 상당한 양보를 얻어내는 것은 물론 제재 완화 요구를 문 대통령을 통해 ‘홍보’했다. 문 대통령의 만수대창작사 방문과 5·1경기장에서 열린 대집단체조 ‘빛나는 조국’ 관람 및 백두산 방문 등은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을 들어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9월 24일 뉴욕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진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과 조기에 만나서 비핵화 과정을 조속히 끝내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면서 “김 위원장이 전 세계 언론 앞에서 직접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나도 15만명의 평양 시민들 앞에서 비핵화 합의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 포기는 내부에서도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공식화됐다”고 주장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과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 등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4일 뉴욕 팰리스호텔에서 한·미 확대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photo 트럼프 트위터

   종전선언 언급 안 한 트럼프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북한이 요구하는 상응조치인 종전선언을 언급하지 않았다. 종전선언에 대한 한·미 간 온도차를 드러낸 셈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을 가까운 시일 내에 가질 것이라면서도 종전선언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미국 정부가 직접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김정은의 진의를 확인하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9월 26일 뉴욕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회담을 갖고 다음 달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목적은 FFVD 등 6월 미·북 정상회담 합의의 추가적인 진전과 2차 정상회담 준비”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같은 날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차 정상회담 시기와 종전선언 서명 여부에 대한 질문에 “10월에 열릴 수도 있지만, 이후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면서 “종전선언은 알기 어렵다. 어떻게 귀결될지 예단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으로선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그토록 원하는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해제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전략은 종전선언을 연내에 실현시키고 이에 따라 미국과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어느 정도 해제하고 이를 통해 남북 경협을 적극 추진하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초청해 종전선언을 하려는 큰 그림을 그린 듯하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 관리들과 백악관 참모들은 대부분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통해 제시한 이른바 ‘플러스 알파’로 어떤 비핵화 조치에 대한 약속을 했다고 해도 섣불리 종전선언과 대북 제재 완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CNN 방송은 “트럼프 정부 관리들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은 성급하며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에 너무 큰 보상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우리가 초점을 맞추려는 것은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비핵화의 의미를 북한이 알고 있는지 확실히 해야 하고, 비핵화까지 대북 제재도 강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나 하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북한 정권이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핵무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도 대부분 종전선언과 북한 비핵화 약속에 대해 부정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통해 약속한 비핵화 관련 조치는 트럼프 정부의 요구에는 미치지 못한다”면서 “종전선언은 북한이 핵을 보유한 채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명분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또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발전이 비핵화 진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문 대통령이 핵무기 제거보다 남북관계에 너무 몰두한다는 비판도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김정은이 진심 어리고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제시한다면 종전선언 같은 미국의 상응 조치가 적절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이고 타당하지 않은 양보를 서둘러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영변 핵시설 폐기 약속 14년간 3번
   
   미국의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과 재래식 위협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종전선언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과 재래식 위협이 실질적으로 줄어들어야만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미국을 영원한 적이라고 주민들을 교육하고 있고 북한군 병력은 한국군의 두 배에 달한다”면서 “한반도에 평화를 위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종전선언을 할 수 있느냐”고 강조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관련 시설, 핵물질을 신고해야 한다”면서 “비핵화가 제대로 진행되지도 않았는데 종전선언을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은 지난 14년 사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는 약속을 3번이나 했다”면서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핵도 유지하는 오래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모든 핵 관련 시설과 현황을 신고하지 않는 이상 종전선언을 비롯한 어떤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 한국석좌도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조치만으로는 한국을 통한 제재 완화에 미국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고 종전선언 추진도 미국 내에서 상당한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무튼 종전선언은 북한 비핵화 없이는 ‘종잇조각’에 불과하다. 핵을 머리에 이고 아무리 종전선언을 주장해봐야 평화가 정착될 수는 없다.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는 종전선언에 집착하기보다는 북한 비핵화에 올인해야 할 것이다. 북한 비핵화 문제는 한국이 최우선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