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총리가 지난 1월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2월 2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황 전 총리가 당대표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당내에서는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른 당권주자들의 견제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16일에 있었던 한국당 의원들의 연찬회에서는 ‘황교안’이란 이름 석 자가 가장 큰 화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고건 전 총리 등 관료 출신으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가 별다른 성과 없이 물러섰던 과거의 사례와 어떤 차별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꽃가마 탈 생각 없다”

황 전 총리는 1월 16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살아오면서 꽃가마를 타본 적도 없고 탈 생각도 없다”며 “자신을 낮춰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황교안식 ‘새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 나오는 “당이 어려울 때 진작에 입당했어야 한다” “전당대회를 눈앞에 두고 들어온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에 대한 입장이었다. 황 전 총리는 “당이 그간 상당히 어려웠던 것을 알고 있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다”며 “비록 당 밖에 있었지만 당에 관심을 두고 있었고 여러 의견을 나누며 자유우파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또 “자유우파가 상대적으로 약점을 보였던 청년·여성층과 꾸준히 접촉하며 확장성을 넓혀가기 위한 노력을 했다”며 “이제는 당에 들어가서 우리 비전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황 전 총리는 “일부 언론에서 저에 대해 ‘금수저’ 출신 아니냐는 말을 하는데 이해할 수 없다”며 “서울 용산구의 산동네에서 태어나 아버님이 대학 입학 전에 돌아가신 상황에서 어머님이 ‘머리카락을 팔아서라도 대학에 보낼 테니 반드시 입학하라’고 해서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정치적으로도 힘들고 어려운 길을 앞장서 갔다”고 했다. “1998년 ‘국가보안법 해설’이란 책을 냈는데 직전 대선에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국보법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상황이었으니 쉽지 않은 일이었다”며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소송을 진행했던 것도 주변에서 걱정이 컸다”고 했다. “자칫해서 헌재에서 기각을 하게 되면 통진당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며 “하지만 그때 우유부단하게 그냥 넘어가서 통진당이 해산되지 않았다면 이 땅에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되지 않았겠냐”고 했다.

그는 1월 15일 입당식에서는 통합을 강조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당은 통합과 화합의 정신으로 정말 한마음으로 단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당 당원 여러분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과 민생 파탄을 저지하고 잘사는 나라, 정말 국민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매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 일자리를 얻으려고 하는 구직자, 청년들까지 누구 하나 살 만하다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경제가 어렵다”며 “평화가 왔다는데 오히려 안보를 걱정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이 정부가 소통을 앞세우고 있는데 정책 불통이 심각하다. 여러 가지 갈등들, 사회적 갈등이 커져가고 있다”며 “국민적 합의 없이 밀어붙이는 성급한 정책들이 경제도 안보도 사회도 모두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또 “나라의 근간이 무너지고 국민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세계 모든 나라가 미래를 바라보며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과거에만 집착하고 있으니 대한민국에는 미래가 보이질 않는다”고 했다.

그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도 경제위기론에 대해 “곳곳에서 ‘못살겠다’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고 특히 서민들 사이에서는 ‘폭망했다’고들 하는데 정부는 국민을 실험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무모한 정책실험이 실패로 판명됐으니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념적 편향성을 가진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참사를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 안보 상황에 대해서는 “북핵 문제는 아무런 진전이 없는데 정부는 북한 주장에 동조한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우리의 주적은 북한 공산집단인데 국방백서에서 그 개념을 삭제했다니 말이 되냐?”고 했다.

지난해 12월 초까지만 해도 황 전 총리가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을 것 같다는 관측이 당내에선 많았다. 신중한 성격의 황 전 총리가 가만히 있어도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 선두권에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무리하지 않을 것 같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빨라야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시적 정치 행보를 시작할 것 같다는 관측과 대선이 눈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깜짝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말, 황 전 총리가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다르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당 입당과 당권 도전에 대한 입장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 같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당시 황 전 총리를 만났던 사람들은 “그가 보수 정당에 조기 진입해 대선까지 간 ‘이회창·박근혜’ 모델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지난 대선에서 보수 진영 대권주자로 부상했다가 상대 후보 진영의 공세를 견뎌내지 못하고 꿈을 접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관해 묻자 “나는 인사청문회를 두 번이나 했는데 그런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았던 분들과는 다르다”고 했다고 한다.

이회창ㆍ박근혜 모델에 관심

그러나 당내에서는 여전히 황 전 총리에 대해 ‘반기문 전 총장과 다를 바 없다’며 공격하는 인사들이 있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황 전 총리는 (친박계로부터) 탄핵 때 뭘 했느냐는 질문, (비박계로부터) 울트라보수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을 수 있다”며 “예민한 입장 때문에 양쪽(친박·비박) 모두 외면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박근혜 시즌2’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는데 오히려 ‘반기문 시즌2’가 되는 게 아닐지 우려된다”고 했다. 당대표 경선 출마를 고심 중인 비박계 주호영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기문 전 총장이나 고건 전 총리 예를 많이 보지 않았냐”며 “어느 한 세계가 밖에서 보면 쉬운 것 같지만 내공이 깊이 안 쌓이면 결코 견뎌내거나 인정받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반기문 전 총장과 황 전 총리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에 들어온 것 자체가 반기문 전 총장과 좀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반 전 총장과 연관시켜서 생각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황 전 총리에 대해 당내 의원들이 했던 요구가 ‘당에 들어와서 씨도 뿌리고 밭도 갈아서 본인이 온몸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대권주자로 우뚝 설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입당을 결심하고 전당대회에까지 출마한다면 여러 가지 리스크를 감당하겠다는 결심이 섰다는 것 아니겠냐”며 “황 전 총리 본인도 말하고 있지만 꽃가마 탈 생각 없고 정면 승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만큼 반 전 총장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박근혜 정권의 2인자였다는 점에서 책임론이 불거지기는 하겠지만 입당식 당시 기자회견 모습을 보면 황 전 총리가 차분한 성격에 상당한 준비를 해왔던 것 같다”며 “보수 진영 대선주자 중에서는 가장 탄탄한 지지층이 있는 만큼 내부는 물론 여권의 공세에도 잘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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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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