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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7호] 201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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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교육 못 받은 20대? 여론조사로 읽어보니…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 ylhong@chosun.com

▲ 논산훈련소에 입소하여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20대 남성들. photo 뉴시스
지난 1년 동안 20대는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사였다. 20대는 30~40대와 함께 지난 대선과 정부 출범 초기엔 여권(與圈)의 든든한 지원군이었지만, 작년 초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과 가상화폐 규제 논란이 일면서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후 1차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으로 잠시 회복했던 문 대통령 지지율은 작년 6월 말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는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20대 남성을 중심으로 하락폭이 급격히 커졌다. 20대는 북한 정권에 대해서도 호의적이지 않다. 2월 둘째 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20대는 김정은 국방위원장에게 ‘호감이 가지 않는다’란 응답이 73%로 30대(60%), 40대(53%), 50대(62%), 60대 이상(63%) 등에 비해 가장 높았다. 1차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작년 5월 칸타퍼블릭 조사에선 20대의 다수인 74%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 ‘위협을 느낀다’고 했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과 홍익표 수석대변인의 ‘20대 비하’ 논란도 20대의 반여(反與) 및 반북(反北) 정서에 대한 여권의 당황스러운 반응 속에서 튀어나온 설화(舌禍)였다. 설 최고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20대 지지율 하락의 이유를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탓’이라고 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토론회에서 “왜 20대가 가장 보수적이냐, 그 당시 학교 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거의 반공 교육이었다. 반공 교육으로 적대의식을 심어줬다”고 했다. 전(前) 정부의 잘못된 교육 때문에 20대가 여권 및 북한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들이었다.
   
   

   지지율 하락 원인은 교육 아니라 실정 탓
   
   하지만 여론조사 자료로 20대의 성향을 분석해보면 ‘전 정부의 교육 탓’을 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2015년 11월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이 이슈로 떠올랐을 때 갤럽 조사에서 20대는 ‘반대’가 81%로 윗세대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2017년 2월 조사에선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찬성’도 20대에서 94%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가장 높았다. 설 최고위원 주장대로라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20대의 대다수가 왜 그렇게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했는지 설명이 불가능하다. 20대는 2017년 5월 대선 직후 ‘문 대통령의 향후 5년 직무수행 전망’을 묻는 조사에서도 93%가 ‘잘할 것’이라고 답해 기대감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6월 미·북 정상회담 직후에도 20대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84%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지난 2월 중순 갤럽 조사에선 41%로 불과 8개월 만에 반토막이 났다. 따라서 현 정부의 우군이던 20대가 작년에 갑자기 등을 돌린 원인을 엉뚱하게 전 정부의 교육 탓으로 돌릴 게 아니라 현 정부의 어떠한 실정(失政)이 영향을 미쳤는지 세밀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정부의 반공 교육 때문에 20대가 상대적으로 북한과 통일 문제에 부정적 인식이 높아지는 등 보수화됐다”는 홍 수석대변인의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여론조사 추세로 보면 20대는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10여년 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노무현 정부 후반부였던 2007년 7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조사에서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에 대해 20대는 ‘있다’는 응답이 67%에 달했고, 지난해 5월 칸타퍼블릭 조사에서도 동일한 질문에 60%가 북한의 무력도발을 우려했다.
   
   ‘통일이 본인에게 얼마나 이익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가’란 질문에는 2007년 조사에서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란 응답이 69%였고 지난해 조사에서도 62%였다.
   
   이미 노무현 정부 때부터 20대가 대북 이슈와 관련해선 보수화됐다는 의미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2007년 통일의식 조사’ 보고서에서 “1990년대에는 젊은 세대일수록 북한을 더 긍정의 대상으로 보았으나 2000년대 들어 20대가 오히려 북한에 대해 부정의 시각으로 바뀌었다”며 “386세대 이후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되는 이른바 ‘20대의 보수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박정희 정부에서 초·중·고교를 다니며 반공 교육을 받은 386세대에 비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교육을 받은 세대가 더 보수적이란 분석이었다.
   
   
   20대의 독특한 대북관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20대의 대북 인식을 전 정부의 교육 탓으로 돌린다면 20대의 독특한 대북관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북한 정권에 대한 20대의 비호감은 상식적이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감, 즉 3대 세습과 억지스러운 수령 숭배, 숙청과 처형 등 비정상적인 정권에 대한 반응이란 것이다. 홍 수석대변인처럼 북한에 대한 태도로만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기존 방식으로는 20대의 성향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지난 1월 갤럽 조사에서 20대의 주관적 이념성향 분포는 보수 19%, 중도 34%, 진보 36% 등으로 보수층이 가장 적었다(‘모르겠다’는 제외). 20대의 이념성향 분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말인 2007년 7월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보수 19%, 중도 38%, 진보 39%로 요즘과 비슷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등 어느 정부의 교육을 받았든지 20대의 이념성향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20대가 북한 정권에 대한 시선이 싸늘해도 이들의 이념성향을 보수로 규정하기 어려운 것은 경제 정책과 관련해 ‘성장 우선’보다 ‘분배 우선’에 대한 선호가 높은 것에서도 드러난다. 작년 11월 갤럽 조사에서 ‘정부가 성장보다 분배에 힘써야 한다’는 응답이 20대는 60%로 30대(44%), 40대(46%), 50대(32%), 60대 이상(17%) 등에 비해 가장 높았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국정 지지율 하락은 현 정부 들어 최악으로 치닫는 ‘분배 악화’와 관련이 깊을 수밖에 없다. 지난 연말 한국리서치 조사에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 정책’에 대해 20대는 ‘효과가 없었다’(66%)가 ‘효과가 있었다’(33%)에 비해 두 배나 높았다.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한 20대의 불만도 정부로선 풀기 어려운 과제다. 칸타퍼블릭 조사에서 20대는 ‘우리 사회의 법 집행이 불평등하다’(74%), ‘취업 기회가 불평등하다’(68%), ‘내 집 마련 기회가 불평등하다’(66%) 등으로 답했다. 20대는 과반수인 58%가 스스로를 ‘가장 시대를 잘못 타고난 불운한 세대’란 좌절감에도 빠져 있다. 이들은 ‘가장 시대를 잘 타고난 운 좋은 세대’로 부모 세대인 50대(32%)에 이어 40대(23%)를 꼽았다.
   
   
   젠더 이슈와 병역 문제 영향
   
   20대 남성이 여성에 비해 문 대통령 지지율이 특히 낮은 것에 대해선 젠더 이슈나 병역 문제 등의 영향이 있었다는 분석이 있다.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고 있는 현행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기 직전인 지난해 6월 갤럽 조사에서 20대 남성과 여성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각각 81%와 84%로 비슷했다.
   
   하지만 그 직후인 7월에 20대 남성은 64%로 17%포인트 하락한 반면 여성은 84%로 변동이 없었다. 이 밖에도 20대 남성이 여성보다 관심이 많았던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와 최저임금 인상에 의한 20대 남성의 아르바이트 자리 부족 등도 정부로선 악재(惡材)였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20대의 국정 지지율 하락엔 다양한 이슈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며 “대북 인식만 갖고 20대가 보수화됐다면서 ‘반공 교육 탓’을 하는 주장도 진단과 처방 모두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라고 했다. 자신들은 잘하고 있는데 ‘잘못 배운 세대’인 20대가 제대로 판단을 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은 ‘잘되면 내 탓, 안 되면 남 탓’을 하는 이기적 편향(Self-serving bias), 즉 무책임의 전형이란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앞서도 여권에선 20대 지지율 하락을 20대 탓으로 돌리는 발언이 나왔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작년 12월 한 강연에서 20대 남녀의 지지율 차이를 설명하면서 “(남자들은) 축구도 봐야 하는데 여자들은 축구도 안 보고, 자기들은 ‘롤’(온라인 게임의 하나)도 해야 하는데 여자들은 공부하지… 모든 면에서 불리하다”고 했다.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지난 1월 “젊은이들은 여기(한국) 앉아서 취직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고 신남방 국가를 가면 ‘해피조선’”이라고 했다.
   
   여권이 N포 세대(취업,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등을 포기한 세대)로 불리는 20대를 다독여주고 고민 해결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좌절감만 안겨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지연 케이스탯리서치 대표는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도는 3년 차부터는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남 탓이 잘 먹히지 않는다”며 “20대 비하 논란과 같은 악재에 대한 대처가 올해 3년 차에 접어든 정부의 위기관리 리더십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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