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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62호]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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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대구가 황교안에게 던지는 질문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5월 2일 대구시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 대구시민이 심판합니다’ 행사를 마친 뒤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대구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전통시장으로 평가받는 ‘서문시장’. 2016년 대형 화재로 4지구 일대가 전소됐지만, 6월 11일 방문한 서문시장은 본래 모습을 되찾는 중이었다. 잿더미로 변했던 4지구 내 건물들은 모두 철거됐고, 외부엔 초록색 천막이 둘러진 채 재개발을 준비 중이었다. 기존 상점들은 근처 쇼핑몰로 이전해 정상 영업을 이어갔다. 화마로 인한 상처를 입은 지 2년이 다 되어갔지만 상인들 생계는 특별히 나아지는 것이 없는 분위기였다. 시장이 문 여는 시간은 오전 9시. 기자가 방문한 시간은 10시30분으로 이미 영업을 시작한 지 1시간 반이 지났지만 시장 골목엔 오고 가는 인적이 드물었다.
   
   
   현역 물갈이에 대한 거부감
   
   시장 초입에서 30년째 양말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예전만 해도 오전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려 이렇게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다. 할 일이 없으니 편해서 좋긴 한데 경제적으론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시장 모습이 대구의 경제상황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2017년 기준 대구시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2061만원으로 전국 시·도 중 최하위였다.
   
   대구 경제의 가장 밑바닥을 직접 체감하는 시장 상인들의 비판은 고스란히 문재인 정부를 향하고 있었다. 속옷가게를 운영 중인 손경호(72)씨는 “정책을 끌고 가다 아니다 싶으면 수정도 하고 접기도 해야 하는데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일환으로 주 52시간제, 최저임금 상향 추진 등으로 소상공인을 어렵게만 한다. 집권 2년 만에 다 말아먹은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안쪽에서 40년 넘게 옷감을 판매한 한교정(77)씨 의견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는 “시장도 시장이지만 대구 내 4개 주요 공단 가동률도 현저히 줄었다. 40%가 문을 닫았고 사람들은 대거 나갔다. 600만~550만원 하던 대지 3.3㎡당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문 정부 들어서면서 대구는 먹고살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푸념했다.
   
   서문시장은 유력 보수 정치인들이 지지층 결집 등을 위해 곧잘 방문하는 곳으로 ‘보수정치 1번지’이자 대구·경북(TK) 민심의 바로미터로 통한다. 정치 얘기가 나오면 현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해 보수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때가 많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6월 첫째 주 기준으로 대구·경북 지역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25.8%, 자유한국당은 45.2%를 기록했다. 상인들의 입에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왔다. 황 대표는 지난 5월 11일 ‘민생투쟁 대장정’ 일환으로 서문시장을 방문했었다.
   
   앞서 언급됐던 손씨는 “황 대표는 과격하지 않으면서도 온순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최근에 끝마친 민심 탐방으로 서민들 삶에 주의를 기울이는 듯해 긍정적으로 보인다. 아직 크게 잘못한 것도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한 양말가게 사장인 이모씨는 “잘하고 못함을 아직 평가하긴 이르지만 그냥 시국을 한번 바꿔줬으면 하는 거다. 잘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고 말했다.
   
   이날 대구에서 느낀 것은 시민들이 아직은 황교안 대표에게 무한 지지를 보내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런 여론 밑바닥에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지역경제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피해의식에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여론이 자리 잡고 있다.
   
   동대구역에서 서문시장까지 기자를 태웠던 택시기사 김찬득(60)씨는 “솔직히 3번 이상은 당선돼야 입김이 강해지고 지역을 위해 큰소리도 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초선의원들 내려보내면 대구가 살아날 수 없다. 물론 정신 차리라는 의미에서 물갈이가 때때로 필요하긴 하지만 초선의원은 윗사람에게만 잘 보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문시장에 이제 막 정착했다는 상인 권모씨는 “흔한 말로 듣보잡 의원들이 나서면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왜 이런 곳에 예산을 집행해야 하나’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 시민들이 이런 얘기를 늘어놓은 것은 최근 황 대표가 만든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가 예고한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대구 시민들은 지금껏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자유한국당 공천 물갈이의 우선순위는 TK 지역 현역 의원이 될 것이란 직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말 기준 알앤써치 조사에서 TK 지역 현역 의원 교체지수는 31.4%로 비교적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TK 지역 국회의원은 총 25명으로 이 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21명, 더불어민주당이 2명, 대한애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각각 1명이다.
   
   
   “보수신당 창당은 섣부르다”
   
   서문시장과 함께 대구의 양대 시장으로 꼽히는 칠성시장에서도 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시장과 시장을 잇는 횡단보도 부근에서 20년 넘게 나물 장사를 해온 김모씨는 “박 전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동안 뭘 했나. 자기들이 추대한 대통령이면 잘 보호해야 하는데 오히려 땅바닥에 내팽겨쳐지도록 내버려뒀다. 당시 국무총리로 있던 황 대표도 물갈이 대상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이야기를 듣던 옷가게 주인도 말을 거들었다. 그는 “황교안 대표는 뭐만 했다 하면 교회단체 사람들과 그룹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인식이 별로 안 좋다. 혼자만 나오는 거면 모르겠는데 항상 그들과 함께한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최근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대한애국당 입당을 위한 탈당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보수 통합은커녕 분열로 기우는 듯한 분위기다. 대구 시민들은 이 부분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대한애국당 등 보수가 손을 잡아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현실적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20년 넘게 커피 장사를 해온 김해영(62)씨는 “보수가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국이다. 물론 본인들이 차기 대권주자를 노린다면 각자 존재감을 내세우고자 그렇게 가는 게 맞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신당 창당은 섣부르다”고 말했다. 칠성시장 상인들 사이에서 회장님으로 불리는 김모씨는 “그 나물에 그 밥이고 새로울 게 없다. 진돗개 새끼 데려다가 다시 또 진돗개 낳는 꼴이다. 함께 갈 방안을 궁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은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지역구 의석을 ‘싹쓸이’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구 수성구갑의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있을 동안 지역구를 외면하는 등 여당을 포함한 여타 정당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황교안 대표가 이런 기대를 저버리거나 당 분열을 자초할 경우 지금의 불안한 시선은 불신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출신인 황교안 대표는 지역적 기반이 마땅하지 않다. 황 대표가 보수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대구라는 정치적 기반을 더 단단하게 닦아야 한다. 그런 황 대표에게 현 시점에서 대구 시민들이 던지는 질문은 다음과 같이 압축된다.
   
   “황교안은 보수 통합을 이끌어낼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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