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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67호] 201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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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북한군 주둔 확인, 함박도의 진실

국방부는 “북한 땅” 국토부는 “우리 땅”

▲ ‘구글 어스’로 캡처한 함박도 인근 해상. 인공위성이 시차를 두고 촬영해 구역별 색깔이 다르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함박도에서 서쪽으로 떨어져 있는 섬이 연평도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 주소로 등록되어 있는 ‘함박도’에 현재 북한군이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간조선은 대한민국 주소지로 등록되어 있는 섬 함박도에 대해 국방부가 NLL(북방한계선) 이북의 ‘북한 땅’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2019년 6월 24일 주간조선 2563호 참조) 당시 국방부는 “북한군이 주둔하고 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했지만 최근 주간조선에 북한군 주둔 사실을 확인해줬다. 지금까지도 함박도는 부동산 등기부등본과 국토교통부의 토지이용규제정보조회서비스, 해양수산부의 무인도서 관리유형 지형고시도에 ‘산림청 소유 국유지’로 등록되어 있다. 이 지형고시도는 함박도의 좌표를 위도 37시40분40초N, 경도 126도01분41초E로 기록하고 있다. 같은 땅을 두고 국방부는 ‘북한 땅’으로, 행정안전부와 해수부, 국토부는 ‘대한민국 땅’으로 정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북한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드러난 것이다.
   
   
   국방부 “왜 대한민국 주소인지 물어봐야”
   
   지난 7월 11일 국방부가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실에 제출한 ‘서해 NLL 일대 북한군 주둔 도서 현황’에 따르면, 함박도는 현재 북한군이 주둔하고 있는 도서 중 하나로 명시되어 있다. 이 자료에 첨부된 지도는 함박도를 NLL 이북의 섬으로 표시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 자료에서 ‘서해 NLL 일대 도서 중 암석지대로 된 도서(하린도·웅도·석도)를 제외한 대부분 도서에 북한군이 주둔하고 있다’고 했다. 함박도를 비롯해 인근 아리도, 대수압도 등 NLL 인근 총 20개의 섬에 북한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어느 정도 규모의 북한군이 언제부터 함박도에 주둔했는지에 대한 질의에 국방부 관계자는 “대북 정보 사항이라 공개가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구글 어스’의 2018년 7월 기준 화면으로 함박도를 들여다보면 회색 시멘트 건물 옆으로 공터를 닦아놓은 흔적을 비롯해 태양광 시설로 보이는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구글 어스의 연도별 자료에 따르면 함박도는 2009년 7월까지는 숲밖에 보이지 않는 무인도였다. 이로 미뤄 보면 2009년 7월 이후 어느 시점에 현재의 건물이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북한은 2010년 3월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천안함 폭침을, 2010년 11월에는 연평도 포격 도발을 자행했다.
   
   국방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지난 7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NLL의 기점이 되는 좌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봤을 때, 함박도는 NLL 이북의 북한 땅이 맞는다”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다만 그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는 NLL의 기준 좌표는 군사보안상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대한민국 주소지가 어떻게 북한 땅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주소 등록에 관한 여부는 국방부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주소 등록상의 문제는 행정안전부나 국토교통부에 확인할 일이지 국방부 소관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대한민국 주소지가 왜 북한 땅이냐고 물어볼 게 아니라, 북한 땅인데 왜 대한민국 주소지로 되어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 미 국립기록물보관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한 정전협정 첨부지도 제3도.

   북한군은 언제 함박도에 주둔했나
   
   국방부는 현재 군이 내부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함박도 좌표를 근거로 함박도가 NLL 이북의 북한 땅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NLL 인근 도서의 통제권이 남북한 어디에 있느냐는 것은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이 기본적인 근거가 된다.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은 ‘첨부지도 제3도’에서 서해 5도와 인근 도서에 관한 통제권을 획정했는데 여기에는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계선 북쪽과 서쪽에 있는 모든 섬 중에서 아래 5개 도서군들을(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제외한 기타 모든 섬들은 조선인민군최고사령관과 중국인민지원군사령관의 군사통제하에 둔다’는 주석이 달려 있다. 도계선 북쪽·서쪽에 있는 섬 중 서해 5도를 제외하고는 북한에 넘긴다는 뜻이다. 우도의 경우 도계선 북쪽에 있지만 이 규정에 따라 통제권을 우리가 갖고 있다.
   
   정전협정 당시 작성된 이 ‘첨부지도 제3도’의 원본은 그동안 공개된 적이 없다. 그동안 알려진 정전협정 관련 지도는 대부분 임의로 그려진 ‘개념도’에 가까웠다. 주간조선은 미 국립기록물보관소 홈페이지에 등재되어 있는 ‘Armistice agreement(정전협정)’ 영문판본에서 ‘첨부지도 제3도’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 지도상 함박도는 경기도와 황해도 사이 도계선 북쪽에 있다.
   
   미 국립기록물보관소에 등재돼 있는 이 지도가 정전협정 때 체결된 공식 원본 지도가 맞는다면, 당시 연합군은 함박도를 도계선 이북으로 설정하고 북측에 넘긴 것이 된다. 하지만 이 지도의 도계선이 맞게 그어진 것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 알려진 정전협정 첨부지도마다 도계선 획정이 각기 다르게 되어 있어 어떤 선이 ‘진짜’ 도계선인지 확정 짓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가 1999년 ‘통일시론’ 여름호에 발표한 논문 ‘북방한계선은 합법적 군사분계선인가’에 나타난 정전협정 첨부지도상에는 함박도가 도계선에 정확히 겹쳐져 있다. 리 교수는 이 논문에서 함박도가 누구 소유의 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도계선(道界線)’과 ‘북방한계선’ 쟁점
   
   그렇다면 미 국립기록물보관소 홈페이지에 등재돼 있는 지도대로 함박도가 도계선 북쪽에 있거나, 리 교수의 논문에 첨부된 지도대로 함박도가 도계선에 겹쳐져 있다면 북한 땅일까. 이러한 의문과 관련해 국방부는 정전협정 당시 설정된 NLL과 도계선에 대한 입장을 수차례 내놓은 바 있다.
   
   국방부가 2002년 발간한 ‘북방한계선에 관한 우리의 입장’에서는 “북위 38도선과 황해도-경기도 도계선 연장선 사이에 위치한 도서 및 해면은 전쟁 발발 이전은 물론이고 정전협정 체결 당시에도 남측의 통제하에 있었음을 상호 인정한 사실”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전협정 때까지 도계선상에 있는 섬들은 남한 땅이었다는 뜻이다. 이어 국방부는 “이 섬들을 정전협정 과정에서 유엔군이 ‘북한 측에 좀 더 양보하여’ 38도선 이남의 도서 중 북한 측 육지에 인접한 일부도서를 북한 측의 통제하에 두는 것으로 인정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설명대로라면 ‘38선 이남의 섬 중에서 북한 측 육지에 인접한 섬’에 함박도가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북한 측 육지에 인접한 섬’들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함박도가 여기에 포함됐는지 여부 역시 확실하지 않다. 함박도는 인근 북한의 육지인 황해도 연안군 마항동에서는 10㎞ 떨어져 있지만 가장 가까운 대한민국 육지인 강화군까지의 거리는 약 30㎞다. 하지만 현재 우리 해병대와 국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말도와는 불과 6㎞ 떨어져 있다. 말도는 ‘함박도의 본섬’이라고 불린다.
   
   
▲ 국방부가 최근 하태경 의원실에 제출한 ‘서해 NLL 일대 북한군 주둔 도서 현황’ 자료.

   함박도, 1978년 대한민국 주소로 처음 등록
   
   우리 정부의 ‘임야대장’상에 함박도가 대한민국 국유지의 주소로 최초 등록된 시점은 1978년 12월 30일이다. 이후 1986년 9월 23일에는 소유권이 산림청으로 넘어갔고, 1995년 3월 1일에는 행정관할구역이 경기도 강화군에서 현재의 인천광역시 강화군으로 바뀌었다. 국토부와 산림청에 문의한 결과 1978년에 함박도를 어떤 근거로 대한민국 주소지로 등록했는지는 현재로서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다만 그 배경을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추정해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함박도에서 동쪽으로 약 6㎞ 떨어진 곳에는 함박도의 본섬으로 불리는 말도가 있다. 말도는 행정구역상 ‘말도리’로 등재된 섬이다. 주소상으로 함박도는 이 말도리에 소속된 섬(말도리 산97)이다. 말도의 경우 일제강점기에 한문으로 기록된 토지조사장부가 남아 있는데 이 토지 장부는 말도리의 ‘산96번지’까지만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1978년 함박도를 국유지로 포함시키면서 ‘말도리 산97번지’로 주소를 부여했다. 당시 정부가 함박도를 ‘경기도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번지’로 주소지를 신규 등록한 것이다.
   
   북한은 1973년 10월부터 11월까지 총 43회에 걸쳐 서해 NLL을 의도적으로 침범하는 ‘서해 사태’를 일으켰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NLL에 대해 한동안 이렇다 할 이의를 제기한 적 없던 북한이 돌연 ‘서해 NLL은 비법적인 선’이라고 주장하며 도발한 것이다. 2007년 국방부가 발간한 ‘북방한계선(NLL)에 관한 우리의 입장’에 따르면 이 서해 사태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 1973년 12월 제346차 및 347차 군사정전위원회가 열렸다. 여기서 북한은 처음으로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계선 이북 수역은 우리 연해”라고 주장하면서 “서해 5대 도서에 출입하는 선박에 대한 사전허가”를 요구했다. 황해도와 경기도를 구분 짓는 도계선 이북의 바다가 전부 북한 것이므로, 서해 5도에 출입하는 대한민국 선박은 북한에 허가를 받으라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유엔사는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궤변”이라고 반박했다. 또 북한은 1977년 7월 ‘중간선에 기초한 200해리 경제수역’을 발표하면서 그해 8월 이 수역의 경계선이 해상 군사경계선이라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것이 이른바 ‘북측 주장 해상군사분계선’이다.
   
   1978년 당시 대한민국 정부가 함박도를 대한민국 주소지로 등록한 건 북한의 해상군사분계선에 대한 일방적 발표가 나온 지 딱 1년 뒤의 일이다. 서해 NLL을 부정하기 시작한 북한에 ‘대비’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당시 정부가 주소 없는 무인도였던 함박도를 대한민국 주소지로 등록한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함박도 논란이 커진 데는 정부 부처들의 ‘떠넘기기식’ 행정도 한몫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주소지의 소유권을 두고 정부 부처 간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각 부처가 상호 협의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함박도는 군사적으로 가장 민감한 지역 중 하나인 서해 NLL에 인접해 있는 섬이다. 썰물 때는 해병대와 민간인이 주둔하고 있는 말도까지 갯벌로 이어진다. 1965년에는 인근 주민 112명이 함박도 주변 갯벌에서 조개잡이를 하다가 강제 납북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주간조선의 함박도 관련 최초 보도가 나간 이후에도 “그 업무는 우리 소관이 아니기 때문에 알 수 없다” “그것 참 희한한 일”이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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