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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3호]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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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지소미아 파기로 한국은 무엇을 잃었나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 지난 8월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 앞서 강경화, 폼페이오, 고노 장관(왼쪽부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photo 미국 국무부
일본 수도 도쿄에서 서쪽으로 40㎞ 떨어진 훗사(福生)시의 요코다(橫田) 공군기지는 6·25전쟁 당시 미국 공군의 B-29 폭격기가 출격하던 곳이었다. 미국 공군은 낙동강 방어 전투가 한창이던 1950년 8월 16일 요코다 공군기지에서 B-29 폭격기들을 출동시켜 남하하려던 북한군을 집중 폭격했다. 이 덕분에 한국군은 낙동강 전선을 사수하면서 대구와 부산을 지킬 수 있었다. 미국 공군은 6·25전쟁 당시 요코다 기지와 오키나와 가데나(嘉手納) 기지에서 B-29 폭격기들을 무려 2만4000여회에 걸쳐 출격시키면서 북한군과 중국 인민지원군(중공군)을 공습해 진격을 저지했다. 요코다 기지는 현재 주일 미군 사령부와 제5공군 사령부, 유엔군 후방기지 사령부, 일본 항공자위대 사령부 등이 있는 곳이다. 요코다 기지는 6·25 때나 지금이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매우 긴요한 곳이다. 당시 일본은 한국으로 전개되는 미군의 후방지원 및 군수기지 역할을 했다. 로버트 머피 초대 주일 미국대사는 “6·25전쟁은 일본 열도를 순식간에 거대한 보급창고로 만들었고 이러한 일본의 기능이 없었다면 6·25전쟁을 수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의 이런 역할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주일 미군은 유엔사령부 후방지원 기지이며 그 지원은 일본 자위대가 맡고 있다.
   
   
   “정치·역사를 외교·안보에 끌어들여”
   
   문재인 정부가 지난 8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파기함으로써 한·미·일 3각 협력 체제는 물론 한·미 동맹까지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청와대는 “일본 정부가 백색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해 양국 간 안보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지소미아를 지속시키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보상의 국익을 따져볼 때 큰 오판이 아닐 수 없다. 지소미아는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의 상징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물론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공동 대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를 파기한 것은 전략적인 관점에서 안보를 도외시하는 무모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는 “미국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시한다”면서 “미국과 우리 동맹의 안보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미국 정부 고위 관리는 지소미아가 실제로 종료되는 시점이 11월이라는 점을 환기시키면서 문재인 정부에 재고를 요구했다. 특히 미국 정부는 매년 두 차례 실시해온 독도방어훈련에 대해서도 비생산적이라면서 이례적으로 비판했다. 미국 정부가 한·일 간 영유권 문제로 민감한 독도방어훈련에 대해 이처럼 반응한 것은 사실상 전례가 없다.
   
   지소미아는 2016년 11월 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됨에 따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정보 등을 3국이 협력해 파악하기 위해 미국의 중재에 따라 체결됐다. 지소미아는 한·일 간 맺은 첫 번째 군사협정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지소미아 이전에는 한·미·일 정보공유협정(TISA)을 통해 미국을 중간 단계로 한·일 간 북핵 동향을 파악했으나 지소미아는 이런 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였다. 지소미아 체결 후 양국은 2016년 1건, 2017년 19건, 지난해 2건, 올해는 지난 8월 2일 기준 7건으로 총 29건의 군사정보 교류를 해왔다. 미국은 이 협정을 매개로 한·일 간 군사 협력이 유지·발전되길 기대해왔다. 특히 미국은 북·중·러의 안보협력 체제에 맞서 한·미·일이 최소한 3각 안보 연대를 구축하기를 희망해왔다.
   
   미국 언론들은 물론 한반도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으로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결정을 지적하면서 북한과 중국만을 이롭게 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는 한·일 양국의 진짜 적(real foes)인 중국과 북한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단기적으로는 한·일 양국이 미국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한·일 간 밀접한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도 “문재인 정부의 이번 결정이 한·일 간 북한 관련 정보 교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미국 정부의 우려를 야기할 것”이라면서 “지소미아 파기로 가장 큰 패자는 한국이 될 수 있고, 가장 큰 승자는 북한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소미아 파기로 미국의 동맹국 간 네트워크를 약화시켰다”면서 “미국으로선 동북아 지역 안보 위험 관리가 더욱 어렵게 됐다”고 강조했다.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70년간 역내 번영과 안정을 이끈 한·미·일 협력 체제가 더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됐다”며 “향후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가 동맹의 해체를 더 적극 공략할 수 있는 빌미를 줬다”고 지적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중대한 전략적 실수로 트럼프 정부의 뺨을 때린 격”이라며 “3각 협력 체제에서 사실상 탈퇴를 선언한 것이며 북한과 중국에 큰 선물을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프랭크 로즈 전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보는 “한반도 급변 사태 때 한국의 방어를 위해 일본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이번 결정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한국의 국가 이익과 국민보다는 국내 정치를 우선시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리스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는 일본에 강경 대응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면서 “한국의 안보를 매우 심각하게 저해하는 조치이자 장기적으로 한·미 동맹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랄프 코사 태평양포럼 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자초한 이 상처들은 동맹과 한·일 관계뿐 아니라 한국 그 자체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한·미·일 동맹을 깨려 많은 노력을 기울인 김정은과 중국 정부가 크게 웃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국내 정치와 역사적 문제를 외교·안보에 끌어들이는 큰 실수를 저질렀으며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NSC 선임보좌관은 “한마디로 우매한 결정이며 한·미 동맹까지 흔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 6·25 당시 미 공군 B-29 폭격기 조종사들이 일본 요코다 기지에서 북한의 공습 목표를 브리핑받고 있다. photo USAF

   6·25 당시 일본인 8000명 참전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의 오판을 지적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안보에 도움이 되는 일본의 역할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6·25전쟁 특수로 제2차 세계대전 패배를 딛고 경제 발전의 계기가 된 것이 사실이지만, 당시 직·간접으로 개입하면서 미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6·25전쟁 막바지인 1953년 1월 일본 내 미군기지는 무려 733개에 달했다. 이들 주일 미군기지의 임무는 병사 수송과 훈련 및 물자 보급 등이었다. 또 주일 미군기지에서 미군 전투기와 폭격기는 한반도로 100만여회 출격했으며 투하된 폭탄은 70만t에 달했다.
   
   일본이 가장 직접적으로 6·25전쟁에 개입한 것은 소해(기뢰제거)작업과 상륙함(LST) 지원이다. 1950년 9월 15일 감행된 인천상륙작전에서 사용된 LST 47척 중 30척은 일본인 선원들이 운항했다. 또 같은 해 10월 원산항 소해작업을 포함해 인천·군산·해주·진남포 등의 소해작업에 참가한 일본 소해정은 연 54척에 달한다. 이런 활동에 참여한 일본인은 8000여명이나 됐다. 이는 6·25전쟁에 유엔군으로 참전한 미국 등 16개 국가들의 병력과 비교할 때 6위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게다가 일본에선 한국군들의 훈련도 실시됐다. 일본이 한국군 훈련을 위해 열차를 이용한 현황을 보면 1950년 8월 19일부터 23일까지 총 17회, 73개 객차가 동원됐다. 객차의 수를 계산하면 나흘 동안 적어도 1만명의 병사들이 각 훈련기지로 수송됐다. 한국군이 일본에서 훈련했던 것은 전쟁 때문에 한국에서 훈련할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군은 같은 해 9월 7~8일 각 훈련캠프에서 요코하마항으로 집결했고 인천상륙작전(9월 15일)에 투입됐다.
   
   일본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한반도 유사시 미국은 물론 한국에도 가장 중요한 ‘후방기지’라고 말할 수 있다. 일본에는 유엔사령부 후방기지로 지정된 7곳의 미군기지들이 있다. 코스카(해군)를 비롯해 요코다(공군), 사세보(해군), 캠프 자마(육군) 등 혼슈와 규슈에 4곳이 있고 가데나(공군), 후텐마(해병대), 화이트비치(해군) 등 오키나와에 3곳이 있다. 주일 미군기지도 겸하고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의 지휘는 주한 미군사령관 겸 한·미 연합사령관이 맡는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유사시 미군 증원 전력을 한반도에 가장 먼저 전개하는 곳이다. 미국은 6·25전쟁이 발발하자 닷새 뒤인 1950년 6월 30일 일본에 주둔하던 4개 사단 중 3개 사단을 한국으로 출동시켰다. 당시 한국에 가장 먼저 도착한 미군은 규슈에 있던 제24사단이었다.
   
   
▲ 일본이 북한을 감시할 광학위성을 로켓에 실어 발사하고 있다. photo JAXA

   유사시 북한 잠수함들로부터 수송선 보호
   
   미국과 유엔군 참전국들은 한반도 전쟁 상황에 대비해 일본에 유엔사 후방기지를 유지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배치하고 있다. 7곳에 있는 병력과 군수물자들을 한국으로 이동하려면 미군 단독으론 안 된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지원이 필요하다. 미국은 또 항모전단의 호송 전력이 부족해 일본 이지스함 등의 지원을 받아야만 한다. 북한 잠수함들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한국으로 수송되는 병력과 물자들을 막기 위해 일본 근해로 출동할 것이 분명하다. 일본 해상자위대 잠수함들이 북한 잠수함들로부터 수송선들을 보호해야만 한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막강한 대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냉전 시절 소야·쓰가루·쓰시마 등 일본 열도 3대 해협에서 소련 잠수함이 통과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특화·발전시켰다. 전쟁이 발발하면 북한은 또 화성-12호와 노동미사일 등으로 유엔사 후방기지들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 일본 육상자위대와 해상자위대는 이에 대비해 패트리엇-3(PAC-3)와 SM-3 요격미사일을 배치하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들은 또 6·25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군이 부설한 기뢰를 제거하는 소해 작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일본이 한국 안보에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주한 미군과 주일 미군의 협력 체제 때문이다. 주한 미군은 주일 미군의 지원이 없으면 북한의 공격을 제대로 막을 수 없다. 주한 미군에 반드시 필요한 항공과 해상 전력과 전략 자산을 주일 미군이 보유하고 있다. 주한 미군과 주일 미군은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와 각각 군사동맹으로서 밀접한 협력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도 어떤 식으로든 협력할 수밖에 없다.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그동안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해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 간의 군사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은 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감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일본 자위대는 정찰위성과 장거리 레이더, 이지스 구축함, 해상초계기 등 정보수집 자산을 통해 북한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일본 자위대는 위성 7기와 1000㎞ 밖의 탄도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를 탑재한 이지스함 6척, 탐지거리 1000㎞ 이상 지상레이더 4기, 공중 조기경보기 17대, P-3와 P-1 등 해상초계기 110여대 등 다양한 정보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에서 발사하는 미사일과 동해에서 활동하는 북한 잠수함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 상당한 강점이 있다.
   
   
   동해를 감시하는 일본의 ‘눈’
   
   그동안 지소미아를 유지하면서 한국은 대북 정찰 기능이 확대됐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은 서해에 전력을 집중시킨 한국과 달리, 일본은 동해상에 주요 전력을 배치해 원산 등에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은 물론 신포에서 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을 신속하게 포착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정찰위성 중 최신형인 광학 위성은 30㎝, 레이더 위성은 50㎝ 크기의 물체를 탐지할 수 있다. 이 정도면 핵시설과 미사일 발사 준비 등의 상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일본은 2024년까지 지금보다 성능이 향상된 정찰위성 10기를 운용할 계획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한국의 입장에선 일본을 지렛대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그동안 중화민족의 부흥과 중국몽 실현을 천명해온 의도는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아·태 지역에서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야심 때문이다. 중국의 이런 속셈에 최대의 걸림돌은 일본이다. 중국은 갈수록 군사대국의 길을 걷고 있는 일본과 아베 신조 총리의 행보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껴왔다. 이 때문에 중국은 무엇보다 한·미·일 3국 안보협력 체제 구축에 거부감을 보여왔다. 중국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를 주권국가가 할 수 있는 자주적 권리라고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소미아가 동북아에서 한·미·일 안보협력과 중국 견제라는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해온 북한을 미국을 견제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해왔으며, 한국에는 경제 관계를 수단으로 삼아 자국의 편에 설 것을 강요해왔다. 중국의 이런 전략을 차단하려면 일본과의 안보협력 강화가 적절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인 한국이 과거사 문제로 일본이 밉다고 공산주의 일당독재 체제인 중국과 동맹을 맺을 수는 없다. 아무튼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고 말했듯이 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아 올바른 미래의 길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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