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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6호]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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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文정부 지지율 ‘레임덕 저지선’ 무너지나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 ylhong@chosun.com

▲ 지난 9월 1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모두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 photo 뉴시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지지율(81%)로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도 ‘지지율 필연적 하락의 법칙’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9월 셋째 주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40%로 임기 반환점(11월)을 앞두고 ‘반토막’ 나면서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일기 전인 7월까지만 해도 갤럽 조사에서 지지율이 48%로 역대 대통령의 집권 3년 차 2분기와 비교하면 이명박 전 대통령(49%)과 비슷한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조국 장관의 법무부 장관 지명(8월 9일) 이후 하락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40% 선(線)도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못한다’는 부정 평가가 53%로 절반을 넘긴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대통령 중에서 집권 3년 차 2분기에 부정 평가가 50%를 넘었던 박근혜(54%)·노무현(53%) 전 대통령처럼 문 대통령도 성적이 매우 저조한 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대중(26%)·김영삼(41%)·이명박(41%) 전 대통령 등은 부정 평가가 절반에 못 미쳤다. 과거 사례로 보면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국민의 절반을 넘은 이후에는 다시 50% 아래로 여간해선 떨어지지 않았다. 정부에 대한 실망감으로 일단 마음이 돌아서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대통령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질 경우엔 다시 끌어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절반을 넘어섰다는 것은 국정 마비의 징조로 볼 수 있다”며 “대부분의 국정 이슈가 정쟁화되고 사회 갈등이 증폭할 수 있다”고 했다.
   
   
   “조국 얻고 중도층을 잃었다”
   
   최근 문 대통령 지지율 급락에 ‘조국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은 갤럽 조사에서 대통령의 부정 평가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파악한 결과에서 잘 드러난다. 9월 셋째 주 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못한다’는 응답자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 ‘인사(人事) 문제’(29%)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음은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20%), ‘독단적·일방적·편파적’(10%) 등 순이었다. 하지만 조국 장관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하기 직전인 8월 첫째 주 조사에선 대통령을 부정 평가하는 이유로 ‘인사 문제’를 꼽은 응답자가 1%에 불과했다. ‘독단적·일방적·편파적’이란 지적도 2%에 그쳤다. 당시엔 부정 평가 이유가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33%)에 쏠려 있었다. 조국 장관과 관련한 의혹이 커지면서 그 이전엔 관심 밖이었던 문 대통령의 ‘독단적인 인사 스타일’이 집중적으로 부각됐다는 것이다.
   
   조국 논란은 경제에 여러 위기가 동시에 닥치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에서 불거졌다. 한국은행이 조사하는 소비자심리지수도 지난 8월 기준 92.5로 한 달 전보다 3.4포인트 하락하며 2017년 1월(92.4)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향후 경제 심리가 비관적임을 뜻한다. 일본 수출규제,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리스크 악화가 수출 부진, 주가 하락, 환율 상승 등으로 이어지면서 소비자 심리를 악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민심이 불안해진 가운데 조국 사태가 불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조국을 얻고 중도층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민심의 바로미터’인 중도층 이탈이 두드러진 것은 갤럽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중도층은 조국 논란 이전인 8월 첫째 주엔 문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52%)이 부정(41%)을 앞섰지만, 9월 셋째 주에는 긍정(40%)이 부정(54%)에 크게 뒤지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평소에 여야(與野) 어느 쪽으로도 쏠리지 않는 각종 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도 8월 첫째 주엔 대통령에 대한 긍정과 부정이 50% 대 41%였지만, 9월 셋째 주엔 39% 대 54%로 완전히 역전됐다. 이로써 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40%)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득표율(41%)보다 처음으로 낮아졌다. 작년 12월에 대통령 지지율의 1차 심리적 저지선이었던 50%의 붕괴에 이어 2차 저지선인 대선 득표율보다도 낮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지지율의 1차 저지선이 뚫린 이후에도 약 10개월 동안 45% 안팎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바닥권을 다져왔다”며 “하지만 대선 때 득표율인 2차 저지선이 뚫리면서 지지율 바닥이 어디인지 예측하는 게 어려워졌다”고 했다.
   
   
   당·청 지지율 역전 초읽기
   
조일상 매트릭스 대표는 “대통령이 국정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지지율의 마지노선, 즉 ‘레임덕(권력누수) 저지선’이 무너지는 시점은 ‘당·청(黨·靑) 지지율 역전’이 나타날 때”라고 했다. 최근 갤럽 조사에선 문 대통령 지지율(40%)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38%)이 불과 2%포인트 차로 근접했다. 당·청 지지율 역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 두 달 동안 문 대통령 지지율은 48%에서 40%로 8%포인트 하락했지만, 민주당 지지율은 40%에서 38%로 하락 폭이 2%포인트에 그쳤다. 조국 논란에서 민주당은 여론의 표적에서 다소 비켜갔지만, 그를 장관으로 임명한 문 대통령으로는 불똥이 튀고 있다. 국민의 관심이 조국 장관 개인의 자격 문제에서 문 대통령의 인사권 문제로 이동하면서 국정 운영 평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면서 여당조차 청와대와 거리를 두려 하는 당·청 지지율 역전이 벌어질 수 있다.
   
   여권(與圈) 내부의 혼란스러운 역학관계는 내년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의 인기를 여당 후보들이 선거에 활용하는 ‘문재인 마케팅’도 사라질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당분간 조국 장관 관련 이슈는 향후 정국 흐름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며 “조국 이슈의 지속과 소멸 시나리오별로 여야가 세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 주도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했다. 이상일 입소스코리아 본부장은 “현직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위법 행위가 검찰에 의해 확인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민심이 크게 요동칠 것”이라며 “반면에 조 장관이 장관직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여권의 지지율 반등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여전히 여당보다 10%포인트가량 지지율이 낮은 자유한국당으로선 조국 장관 이슈가 더 이상 폭발력 없이 소멸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며 “상황에 따라선 다시 지지율 정체에 빠질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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