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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5호]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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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민주당 ‘뺄셈정치’로 총선 파고 넘을 수 있을까

이상일  입소스코리아 본부장 sangil4@daum.net

▲ 지난 2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 선거사무소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 photo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탄핵을 디딤돌로 집권했다. 2017년 이른바 ‘벚꽃 대선’ 직후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80%를 넘겼다. 대선 득표율 41.1%의 두 배에 달한 강력한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초기 기대감을 웃돌았다. ‘나라다운 나라’를 천명한 문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문재인 후보’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던 사람들도 촛불 시민의 열망을 안고 집권한 대통령에 환호하고 기대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집권 직후부터 뺄셈정치에 돌입한다. ‘적폐청산’은 전임 두 정권의 불법 비위 의혹을 정조준했고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한 후에도 간단없이 이어졌다. 대구·경북(TK) 유권자들과 보수층 일부가 문 대통령의 지지 대열에서 이탈하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1년 차를 통과하던 시점의 대통령 지지율은 60%를 상회했다. 적폐청산은 그 총구가 정치권을 향하든, 사회부조리나 기업의 부조리 관행을 향하든 개혁해야 할 문제라고 많은 국민이 인정했기 때문이다. 집요한 전 정권 수사에 피로감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개혁의 당위는 유효했고 더 투명한 사회를 요구하는 국민이 많아 보였다.
   
   
   적폐청산으로 뺄셈정치 시즌 1 돌입
   
   집권 2년 차에 접어들면서 ‘국정 성과’를 요구받기 시작한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 일자리 확충, 부동산 시장 안정 같은 정책부문에 무게를 싣기 시작했다. 그러나 노력 대비 성과는 초라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 모습을 드러낼 정도로 반짝 훈풍이던 남북관계는 냉·온탕을 오가는 관계로 회귀했고,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동안 비정규직이 급증했다는 통계가 정부 자료로 발표됐다. 최저임금 인상과 52시간 근로제는 취지와 다르게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고통 요인으로 작용했다. 역대 최고 수준의 급등세를 보였다는 부동산은 임대사업자들의 투기 놀이터로 전락했고 2년9개월 동안 총 18개의 부동산 대책을 내놔야 했다.
   
   그래도 민심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호감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2019년 상반기가 지나도록 각종 여론조사의 대통령 지지율은 50%를 상회했다. 문재인 정부가 펴고 있는 정책의 ‘선의(善意)’가 인정받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평화 정착 기조를 중심에 둔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국민은 공감했다. 별무성과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보수 정권 시절의 대결적 남북관계 회귀를 원하는 국민은 많지 않았다. 결과는 역방향이었지만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서민과 청년층 주거안정을 지원한다는 정책 방향에도 공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 여론을 종합해 보면 국민은 집권 전반기를 채 지나지 않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를 유보했던 게 아닌가 싶다. ‘아직 심판 운운하기는 이른 시기가 아닌가, 정책 의도와 방향이 옳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과거 보수 정권들이라고 경제를 살리고 민생 문제를 해결해 준 적이 있었나….’ 그런 자기 설득과 위안 속에서 말이다.
   
   
   검찰개혁 앞세운 2차 뺄셈정치
   
   하지만 정책을 통해 민생을 살피겠다던 ‘일자리 정부’는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성과가 난망한 경제에만 매달릴 여유도 사라졌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21대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자 문재인 정부는 다시 개혁의 외피를 덧댄 ‘2차 뺄셈정치’에 돌입한다. 그때 꺼내든 것이 ‘검찰개혁!’ 카드였다. 공수처법으로 상징되는 검찰개혁 화두를 꺼내든 집권세력은 국회선진화법 문턱을 넘기 위해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했고 내친김에 군소 야당들과의 협업 네트워크 구축과 진보진영 의석 확장을 위한 선거법 개정안도 함께 무대에 올렸다. 무소불위 조직으로 불리던 검찰개혁의 당위에 국민이 호응했고 그런 여론은 집권세력의 오만을 불렀다. 공수처의 위험성을 지적하면 ‘반개혁’ ‘개혁 저항세력’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정권의 공격이 정치인과 시민, 언론을 가리지 않고 난사됐다.
   
   그리고 본격적인 ‘패밀리 지키기’와 ‘뺄셈정치’가 시작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 카드가 무리수라는 것이 명백해 보였지만 임명은 강행됐다. 법리상 유무죄를 떠나 딸의 장학금 특혜 논란만으로도 법무부의 수장이 되기에는 적절치 못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조국 수호’는 ‘검찰개혁’의 다른 이름이 되었고 문재인 정부가 좌초되길 원치 않는 강성 지지층은 ‘무조건 지지’를 선언하며 개혁 반대세력 낙인찍기에 돌입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해 비판적 기사를 쓴 기자는 ‘기레기’로, 보수 야당은 친일 토착왜구가 되었으며, 진영 내부의 비판자들은 ‘반역자’로 몰렸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필두로 진보 논객들이 검찰과 언론, 야당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40% 선까지 추락하던 대통령 지지율은 위기감으로 뭉친 지지층을 기반으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종합 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미애 법무부 장관, 정세균 국무총리, 문 대통령,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photo 뉴시스

   진보 가치를 회의하기 시작한 사람들
   
   그 사이, 여론조사에서 등장하는 표면적 지지율 안정세와 다른 흐름이 포착되었다. 진보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회의하기 시작한 진보진영 내부 인사들이 출현한 것이다. 자멸한 채 동면에 들어간 보수가 싫다고 해서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훼손한 진보를 무조건 응원하는 게 옳은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광장의 촛불은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갈렸고 국론은 분열됐다. ‘조국 파문’은 시민단체 내부의 분열을 일으켰고, 정의당을 곤혹스럽게 했으며, 진보 논객 진중권 전 교수를 진보 저격수로 탈바꿈시켰다. 그럼에도 천운(天運)에 가까운 야당복과 강력하게 무장한 사이버 십자군에 기댄 집권세력의 강행군은 멈출 줄 몰랐다.
   
   급기야 검찰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공수처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었고 조국 전 장관이 낙마하자 추미애 장관을 후임으로 내세워 아예 검찰 조직 재편에 돌입했다. 뺄셈정치의 속도를 늦추지 않은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에 법의 잣대를 들이댄 검찰총장은 정치검찰의 수괴쯤으로 낙인찍혔고, 청와대 관련 의혹을 수사하던 검사들은 모두 자리에서 내몰렸다. 상식을 벗어난 뺄셈정치는 비정치인들을 정치권으로 끌어들였다. ‘검사내전’이라는 책에 국한해 본다면 정치라는 단어와는 가장 거리가 멀어 보였던 김웅 검사가 검찰에 사표를 내고 새보수당에 입당했다. 민변 소속 변호사는 청와대의 선거개입 수사 공소장 내용이 ‘선거 범죄며 처벌해야 할 사안’이라고 일갈했다. 이들이 분노를 표하는 지점은 복잡한 법리논쟁을 동반하지 않았다. 정경심씨의 PC반출이 ‘증거보전용’이고 대리시험 의혹은 ‘오픈북’이며, 청와대 의혹을 파헤치던 수사팀을 갈아치운 인사가 ‘검찰개혁’이라는 비상식·반이성에 대한 분노였다. 궤변이 진리가 되고, 비판은 역적이 되는 현실이 진보와 정의의 표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사람들은 진보의 울타리에서 밖으로 내몰렸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은 있었을까. 총선이 목전에 다가오자 집권당은 화근이 될 불씨는 아예 끊어내기로 작정한 듯하다. 논란을 일으킬 법한 인사들은 당내 공천후보자 명단에서 지우기 시작했다. 정봉주 전 의원이 분루를 삼키며 불출마 회견을 했고,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도 그랬다.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도 지역구 세습 논란을 통과하지 못했다. 민주당 내에서 자당 후보자들의 적격심사를 다룬 기준을 두고 왈가왈부하려는 것은 아니다. 궁금한 것은, 숱한 논란과 의혹을 칭칭 감고 있던 조국 전 장관은 검찰개혁의 적임자고 법무부 장관으로 적합하다고 그렇게 강변했던 민주당이 공천 배제를 결정한 출마 희망자들에게 어떤 논리로 부적격이라는 결정을 설득했을까 하는 대목이다. 국회의원이 아니라 후보 자리에도 앉아보지 못하고 쫓겨난 그 후보들과 지지자들은 이런 결정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까.
   
   
   강요된 ‘개혁’과 ‘상식과 합리’의 대립각
   
   한국갤럽이 2월 4~7일간 실시해 발표한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44%(부정평가 49%)였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은 36%, 한국당은 2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통합이 진행 중인 새보수당 지지율 2%를 합해도 산술적으로는 22%에 그친다. 정의당 5%, 안철수신당의 지지율은 3%였고, 바른미래당 2% 외에 나머지 정당은 1% 미만이라고 한다. 민주당과 집권세력의 오만과 오기는 이런 현상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댓글 전쟁에서도 여전히 우세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도 했을 법하다. 여당 입장에서는 천지가 개벽해 야권이 모두 통합해 여야 1 대 1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는 한 어떻게 해도 이번 총선에서 자신들이 이길 수밖에 없다고 여길지 모른다.
   
   더군다나 선거는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다. 겨우겨우 통합이라는 깃발을 깃대에 붙들어 매는 데 성공한 야당의 현주소를 고려하면 여전히 민주당과 집권세력의 전략은 유효해 보인다.
   
   궤멸해야 할 보수 야당과 그 추종세력을 빼고,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빼고, 믿지 않는 사람들과 흔들린 변절자도 빼고, 혹시 자충수가 될 위험요소도 다 빼고…. 그렇게 선거를 치러도 상대평가인 선거에서는 이길 자신이 있다고 보는 것 아닐까.
   
   그러나 임계치를 지나면 선거는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될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이 보여주고 있는 현재의 모습, 집권세력이 표방한 진보의 가치가 정당하고 타당하냐는 질문이 진보세력 내부에서조차 거침없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소리 없는 많은 유권자가 누가 더 나은 정치세력인가라는 질문에서 벗어나 진보의 합리성과 상식 자체에 대한 의문에 스스로 답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있다. 그들에게 선거는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다. 문재인 정권의 가치를 인정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 하는. 현재 집권 여당이 바라보고 있는 ‘표면적 우위’가 두 달 뒤 선거에서 그대로 표심으로 나타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가 강요하는 ‘개혁’과 보통의 유권자가 기대하는 ‘상식과 합리’의 대립각이 어느 정도 첨예한 것인지 측정할 마땅한 도구는 없다. 선거운동 현장에서 발로 뛸 후보들이 그 실상을 가장 먼저 체감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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