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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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무성 미래통합당 의원은 최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통합이 이뤄지면 광주, 여수 어느 곳이든 당이 요구하는 곳에 출마하겠다”고 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미래통합당이 출범한 다음날인 지난 2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 의원을 만났다. 그를 만나 정말 호남에 출마할 건지를 물었다. 그는 “나는 불출마 선언 약속을 지키고 싶지만, 당에서 ‘당신이 나가는 게 전체 선거에 도움이 된다. 나와라’ 하면 나가겠다”고 했다. 지역에 상관없이 당이 요청한다면 어디든 뛰어들겠다는 각오를 재차 밝힌 것이다.

“나라 운명이 정말 경각에 달려 있다. 이대로 선거에 지면 사회주의 국가가 되는 거다. 세금 쏟아붓고 복지 포퓰리즘 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6선에 여당 대표까지 한 나한테 ‘(보수가) 이렇게 되기까지 뭐했냐, 책임져라’ 하면 책임질 수밖에 없다. (나는) 죽으라면 죽을 용의도 있다. 근데 뭐, 험지에 나와서 한번 붙고 떨어진다고 나에게 무슨 불명예가 있겠는가. 가서 싸우는 거지.”

“험지에 나와 떨어져도 좋다”

김 의원은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와 유승민 전 새보수당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 이정현 무소속 의원의 종로 출마 양보, 그리고 통합당 출범 등 일련의 움직임을 가리키며 “이제 우리 당도 제 길을 찾았다. 상승곡선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제일 중요한 통합이 큰 물줄기를 넘었으니 선거에 흥행을 붙여야 한다”고도 했다. 특히 현재 당세가 약한 수도권에 중진급 주자들이 나와 민주당 의원들과 붙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수도권이 어려운데 사실 장수가 좀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종로에 출마하는 황 대표 외에 서울·수도권에 출마하는 미래통합당 소속 거물급 주자는 광진을에 출마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동작을에 출마하는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출마 지역이 정해지지 않은 김병준 전 한국당 비대위원장 정도가 전부다. 6선에 집권 여당 대표를 지낸 김 의원의 수도권 차출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용산에 출마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예측에 대해 “용산은 지금 우리 당이 유리한 지역, 양지라고 하는데 내가 거길 갈 수가 있나”라고 했다. “나는 험지 어디라도 당에서 나가라 하면 나간다. 내가 먼저 나간다고 할 생각은 전혀 없다.”

김 의원은 사실 황교안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지 않으면 대신 출마하려 했었다고 한다. 지난 2월 초까지 황 대표는 종로 출마를 주저했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지역구에 먼저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1위로 꼽히는 이 전 총리의 최근 기세는 파죽지세다.

하지만 2월 8일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겠다고 밝히면서 김 의원의 종로 출마는 무산됐다. 동시에 종로에서는 여·야 대선주자 1위 간의 ‘빅매치’가 성사됐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황교안 대표가 잘 결단한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가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우리 당 후보 중에서는 1위다. 여론조사 1등 이낙연이, 그것도 직전 총리가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 있는 지역에 나가서 힘을 과시하는데 우리 당에서 아무도 나갈 사람이 없다면 붙기도 전에 전의 상실이다. 당을 대표하는 사람이 ‘내가 나간다’고 함으로써 기세가 살아났다. 지역구 하나 이기는 것보다 더 도움을 주는 거다.”

김 의원은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수도권을 꼽았다. 통상 지역 연고와 지역구 관리가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지방과 달리 서울·수도권은 선거 당시 정당의 판세와 후보 개인의 인지도가 중요한 변수로 여겨진다. 김 의원은 “수도권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두 가지 선결 조건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세대교체, 두 번째는 집권능력이다. 앞으로 치를 여러 선거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 선거이고 4·15 총선은 2022년에 있을 대선 전초전인데,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1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세대교체와 집권능력 보여줘야”

“국민들이 좌파 정책을 써서 경제를 망치고 있는 이 문재인 정권에서 (마음이) 떠났다. 이 떠난 마음이 우리한테 와야 하는데 안 온다. 이게 고민이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선 옛날에 잘못하던 사람들이 없어지고 세대교체가 됐구나,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수도권과 함께 이번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지역이 부산·경남(PK)이다. 민주당은 이 지역의 간판주자로 양산을 지역구에 김두관 전 경남지사를 내보냈다. 양산을 지역구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어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여기에 맞서 대표적 야권 중진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출마하면서 ‘빅매치’가 성사됐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마찬가지로 산청·함양·거창·합천 지역구 대신 다른 곳으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나는 이들이 수도권으로 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치는 타협이니 김두관을 이길 만한 사람인 홍준표, 김태호 두 명이 경남으로 타협하는 건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합당의 당세가 강한 대구·경북 지역 공천도 관심사다. 현재까지 불출마 선언을 한 이들은 지난 2월 19일 기준 3명(한국 정종섭·장석춘, 새보수 유승민)에 불과하다. 9명이 불출마를 선언한 PK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TK 지역에서도 불출마 행렬이 좀더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통합당에서 주목받는 또 하나의 사안은 새보수당 좌장으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의 ‘불참’이다. 유 의원과 새보수당 출신의 지상욱·하태경 의원은 통합당 출범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TK 지역의 친박을 대상으로 한 인적쇄신을 종용하는 모습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유 의원에 대해 “수도권 험지에 나오면 당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말했다. “유승민이 불출마 선언하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얼마나 깨끗한 모습인가. 그리고 우리 당에 유승민 같은 개혁 이미지가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유승민 같은 개혁 이미지 필요”

김 의원은 “보수와 중도를 가리지 않고 폭넓게 통합해 문재인 정권과 맞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안철수 국민의당 창당위원장부터 최근 ‘셀프 제명’한 바른미래계 9명의 비례대표를 포함,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이정현 무소속 의원, 전광훈 목사와 김문수 전 경기지사,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의 태극기 세력까지 가리지 않고 모두가 통합할 것을 제안했다. 이른바 ‘반(反)문연대’다. 이를 위해 김 의원은 이미 광범위한 인사들과 물밑 접촉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짧은 시간에 통합이 과연 되겠냐”는 질문에 “그래도 통합 노력은 해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가 좌파는 아니잖아. 스스로 중도를 표방하면 그럼 반문연대에 참여해라, 이거다.”

안철수 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바람을 일으킨 적이 있다. 새누리당도, 민주당도 아닌 제3의 세력으로 참여해 38석을 얻어 원내에 진입한 일대 파란이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안철수가 스스로 된 게 아니라 우리(새누리당)가 못해서 우리한테 떠난 표가 그리로 다 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에는 그때와 달리 호남에서 안철수 찍었던 표가 민주당 쪽으로 쏠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민의당은 당시 호남에서만 23석을 얻었다.

김 의원은 태극기 세력과의 통합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마디 해주기를 호소한다”고도 했다. “일단 이기고 보자. 따질 건 그 다음에 따지고. 내가 아는 박근혜는 굉장히 애국심이 강한 사람이다. 뭐 다른 생각이 없다. 근데 방법론이나 소통부족이나 그런 것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지 절대 부정할 사람이 아니다. 나라가 이렇게 되어가는데 통합해야 한다.”

김 의원은 “나는 탄핵을 주장했지 박근혜 구속을 주장한 적은 없다”며 “탄핵은 정치 재판이고 현재 구속된 건 형사 재판으로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미래통합당은 통합의 첫발을 뗐지만 삐걱거리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김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중구·영도구도 화약고 중 하나다. 김 의원은 지역구에 이언주 의원이 전략공천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오는 것은 환영하지만 경선하는 것이 옳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이 의원이 “공천 문제는 불출마를 선언하실 분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맞받아쳐 관심을 모았다. 통합당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10인의 공관위가 공천을 주도하고 있는데 중구·영도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큰 관심이다.

“상향식과 전략공천 적절히 섞어야”

사실 ‘상향식 공천’은 김 의원의 지론이다. 새누리당 대표 시절인 2016년에도 김 의원은 상향식 공천을 주장했었다. 하지만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친박은 특정 지역에 박심(朴心)이 반영된 전략공천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에 정면으로 맞섰고, 극심한 내분에 휩싸인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민주당에 참패했다. 이에 대한 김 의원의 현재 생각을 물었다.

“나는 여전히 상향식 공천이 선거 승리에도 도움이 되고, 이게 민주주의다, 그렇게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지난번 참패 뒤에 우리 당이 여러 가지로 분열되고 복잡한 상황에서 맞는 선거다. 그러니 이번에 한해서는 상향식과 전략공천이 조화를 이루는 공천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김 의원은 상향식 공천만 고집하던 데서 생각을 바꾼 이유에 대해 “상향식 공천을 하면 소위 ‘물갈이’가 안 된다”며 “이번에 컷오프를 많이 하니 조화를 잘하면 된다고 본다”고 했다. 1차 컷오프를 통해 후보자를 추린 뒤 상향식 공천을 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다. 김 의원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로 공정하게 컷오프를 한다면 누구나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전략공천을 최소화하고 경선을 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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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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