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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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나는 조선족이다. 진실을 말하고 싶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퍼지면서 화제가 됐다. 자신을 조선족이라고 밝힌 이가 “조선족 댓글부대가 한국 사이버 공간에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중국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선동해 왔다”고 쓴 내용의 게시물이다. 미국 하버드대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한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진즉부터 이러한 사이버 공간에서의 여론 조작 가능성을 조사·분석해 왔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그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텔레그램 조작방’의 존재를 알려 주목을 받았다.

그가 말하는 조작방이란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에 1000명 안팎의 인원이 모여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채널을 공격해 ‘폭파’하는(채널을 닫게 하는) 것을 말한다.

“저도 제가 방송이나 기사에 나오면 거기에 대한 여론의 추이를 살핍니다. 그런데 제가 방송에 출연해 한 말들을 이상한 방향으로 돌려서 인터넷 짤방(캡처화면) 같은 걸 만들어서 유포하는 조직이 있었어요.”

그가 설명하는 이상한 방향이란 예컨대 이렇다. 지난 2016년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왔는데 당시 주제는 ‘어버이연합의 관제 시위 의혹’이었다. 당시 이 위원은 “돈 받고 시위하는 분들이 뭐가 문제냐. 그런 방향으로 시위 문화를 만드는, 돈을 주는 사람들이 더 문제다”라는 주장을 폈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 방송 영상을 캡처해 “돈 받고 시위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이준석”이라는 식으로 편집해 유포했다. 앞뒤를 자르고 유권자들에게 부정적 인상을 줄 수 있는 부분만 강조해 퍼나른 것이다.

보수 유튜브를 ‘폭파’하는 조직방

이와 같은 행위에 반복적으로 시달리던 2018년 초, 이 위원은 악성 음해자들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사과문이 들어왔다. 이 위원은 농담 삼아 “사과 의지가 정말 있으신 분들은 함께 수락산에 올라가면 좋겠다”며 “주말에 4호선 당고개역으로 모이라”고 했는데, 약속한 시간에 당고개역에 6~7명이 모였다고 한다. 이 위원은 그 자리에서 한 명에게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본인이 더불어민주당 모 후보의 선거 캠프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선거 이후에 카카오톡 친구로 추가되지 않은 누군가가 ‘짤방’이나 자료들을 모르는 카톡방에서 계속 보냈다고 한다. 이 위원은 그때부터 어떤 조직적 세력이 실재한다는 걸 감지했다고 한다.

이 위원이 조사를 시작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한다는 게 알려지면서 주위에서 제보가 쏟아졌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에 실망해 돌아선 과거 민주당원들의 제보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예전에는 카카오톡에서 많이 활동했는데 요즘은 형사처벌이 두려운지 텔레그램에 근거지를 아주 크게 만들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전에는 뉴스 기사를 전파하는 기능만 했는데, 지난해 여름쯤부터는 유튜브가 대안매체로서의 성격이 강해지면서 소위 보수우파 유튜버 계정을 폭파하는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제보를 들은 후 이 위원은 보수 성향 유튜버들을 만나 함께 계정의 영상 수십 개를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이 위원은 이들의 공격을 ‘눈먼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정치적 성향이 전혀 없는 콘텐츠에도 조직적 공격을 하는 걸 발견했습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의 행동이라고 보기가 어려운 행동들이 많았어요.”

그가 말하는 ‘눈먼 공격’이란 쉽게 말하면 누군가에 의해 조직적으로 동원되는 공격이지만, 검증 없이 엉뚱한 곳을 공격하는 걸 말한다.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중 대표적으로 신혜식 대표가 운영하는 ‘신의 한 수’라는 채널이 있다. 구독자가 120만명이 넘는 대형 채널이다. 그런데 지난해에 공교롭게도 ‘신의 한 수’라는 영화가 개봉을 했다. 당시 ‘신의 한 수’ 영화 홍보 영상을 신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로 착각한 이들이 홍보 영상에 마구 공격을 한 것이 바로 ‘눈 먼 공격’의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이 위원은 이 같은 현상을 지켜보면서 두 가지 가능성을 의심했다고 한다. 첫째는 소위 ‘드루킹’ 사건을 통해 알려진 일종의 매크로 같은 자동화된 도구를 이용한 공격 가능성이고, 둘째는 소위 말하는 ‘좌표를 찍는’ 사람들의 공격 가능성이다. “이렇게 ‘눈먼 공격’을 한다면 한국인이 아닐 수도 있죠.”

그러던 중 이 위원은 지난해 말 한 텔레그램 단체방에 잠입했다. 1000명 가까이 되는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방이었다. “이 방에 들어가니 적정 주기로 PDF 파일로 된 지령이 나왔습니다. 어떤 유튜브 채널을 ‘공격하자’는 식의 지령이 많았죠. 활발하게 활동하는 분들이 제 생각엔 300~400명 정도인데, 그 정도 규모면 어떤 채널을 띄울 순 없어도 언로를 막아버리는 건 가능합니다.”

4개월간 텔레그램을 추적한 결과

이 위원은 4개월 정도 해당 텔레그램 방에 접속하면서 접속한 사람들의 명단을 갈무리해 왔다고 한다. 텔레그램 방에는 전화번호가 없는 이의 경우 대화명만이 뜬다. 이 위원은 방 참여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많은 전화번호들을 습득해 대조해 봤는데, 지령을 내리는 사람의 전화번호는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고 한다.

“제가 텔레그램을 추적한다는 사실을 지령 내리는 사람이 누군지를 알아낸 뒤에 공개하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공개했어요. 코로나 사태를 ‘새누리=신천지’ 프레임에 걸어 통합당에 뒤집어씌우려는 움직임 때문이었죠. 제가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걸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굉장히 중대한 시점이니까요.”

최근에는 청와대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이 ‘새누리=신천지’라는 기사를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위원은 이에 대해 “청와대는 지금 선거 개입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조직이고, 김경수 경남지사 같은 분은 1심에서 형량까지 나온 분”이라며 “국정홍보비서관이 공무원으로서의 선거중립 의무도 지키지 않고 과연 신천지와 새누리당을 엮는 게 국정인지 그것부터 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여론 왜곡 공작에 진짜 기계가 개입돼 있는지, 혹은 단순히 사람들이 모여 소위 ‘좌표를 찍고’ 공격을 하는지 어느 쪽 가능성이 더 높은지 물었다. 그는 “포털 댓글은 의사표현의 수준이 ‘좋아요’ 혹은 ‘싫어요’ 정도니 기계를 이용한 매크로 작업이 효율적일 것”이라며 “유튜브는 그런 조작을 회피하기 위한 메커니즘이 훨씬 발달해 있으니 지령을 내리는 단톡방들이 우세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 위원은 이 같은 여론 조작 문제에 대해 “사실 이런 식(네거티브 공작)으로 선거를 뒤집긴 어려울 것으로 보기 때문에 통합당은 관대하게 대처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정부·여당의 실책이 굉장히 많음에도 이를 조직적으로 신천지와 엮어 야당에 뒤집어씌우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처럼 젊은 세대의 이용률이 높은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런 조작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며 “이번 총선은 이런 조작이 얼마나 그릇되고 허황된 것인지를 증명할 선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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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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