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4일 선거구 획정안 관련 기자회견을 가진 여야 3당 원내대표. (왼쪽부터) 유성엽 민생당 공동대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photo 뉴시스
지난 3월 4일 선거구 획정안 관련 기자회견을 가진 여야 3당 원내대표. (왼쪽부터) 유성엽 민생당 공동대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photo 뉴시스

지난 3월 7일 새벽, 21대 총선 국회의원 선거구가 획정됐다. 지역구 총수를 4년 전인 20대 총선과 동일한 253개로 확정한 가운데 이뤄진 지역별 배분에서 경기도는 기존의 ‘군포갑(甲)’과 ‘군포을(乙)’ 선거구를 하나로 통합하는 식으로 1석을 줄이고, 인구가 급증한 세종특별자치시는 기존 1석에서 1석을 더 늘렸다. 여야가 합의한 선거구 인구 하한선 13만9000명과 인구 상한선(27만8000명)을 전체 선거구에 적용해 변경되는 선거구를 최소화한 결과다.

하지만 21대 총선 선거구 획정에서도 대전광역시와 광주광역시의 선거구 조정 문제는 다뤄지지 못했다. 선거구 획정 기준이 되는 선거일 15개월 전(2019년 1월 말) 기준 대전 인구는 148만명, 광주는 145만명이다. 대전 인구가 광주보다 3만명가량 더 많다. 하지만 정작 국회 의석 수는 대전이 7석으로 광주(8석)에 비해 1석 더 적다. 인구가 아닌 선거구 면적을 따져봐도 각각 5개의 자치구를 가진 광주와 대전의 의석 수 역전은 이례적이다. 대전광역시의 면적은 539.8㎢로 광주광역시(501.2㎢)보다 더 크다.

광역지자체 중 유일한 의석 역전

인구나 선거구 면적 그 어느 것을 따져도 대전의 의석 수가 광주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어야 할 근거는 전혀 없다. 하지만 국회 의석 수는 대전이 7석, 광주가 8석으로 1석이 뒤바뀌어 있다. 대전이 ‘과소 대표’ 되고, 광주는 ‘과대 대표’ 되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의 인구와 의석 수를 모두 따져봐도 의석 수 역전 현상이 일어나는 곳은 대전과 광주가 유일하다. 2019년 1월 기준 인구 1309만명으로 국내 최대 지자체인 경기도 59석을 필두로, 서울특별시(976만명) 49석, 부산광역시(343만명) 18석 등 국내 17개 광역지자체는 대략 인구 수와 비례한 국회 의석 수를 가지고 있다.

비슷한 인구 수를 가진 지자체는 적어도 동일한 숫자의 의석을 갖고 있다. 전라남도(187만명)와 전라북도(183만명)는 각각 동일하게 10석의 의석을 갖고 있다. 충청북도(159만명)와 강원도(154만명)도 각각 8석의 의석을 가지고 있다. 인구가 적은 자치단체의 의석 수가 인구가 더 많은 지자체의 의석을 초과하는 사례는 대전과 광주가 유일하다. <표 참조>

광주가 인구에 비해 국회 의석을 1석 더 챙길 수 있었던 비결은 선거구 인구 하한선과 상한선을 조정하는 과정에 숨어 있다. 올해 여야가 합의한 선거구 획정 하한선은 13만9000명이다. “선거구별 인구편차가 2 대 1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자연히 선거구 인구 상한선은 27만8000명이 된다. 선거구 인구가 하한선(13만9000명)을 밑돌면 인접 선거구와 합쳐서 선거구를 구성하고, 상한선(27만8000명)을 넘으면 분구 등을 통해 선거구를 구성하는 원칙이다.

대전의 경우 이 같은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인구 상한선인 27만8000명을 밑도는 대덕구(18만명), 동구(22만명), 중구(24만명)가 각각 1석씩을 갖고, 인구 상한선(27만8000명)을 웃도는 유성구(34만명)와 서구(48만명)는 선거구를 갑, 을로 분할해 각각 2석씩을 갖는 것이다. 이 같은 원칙을 반영해 정해진 대전의 의석 수는 모두 합쳐 7석이 된다.

반면 광주는 선거구 상하한선에 따른 조정을 가장 유리하게 적용해 실제 인구에 비해 1석을 더 늘린 경우다. 문제가 되는 자치구는 광주의 5개 자치구 가운데 인구가 가장 적은 동구다. 옛 전남도청이 있던 동구는 인구 9만4413명으로 인구 하한선(13만9000명)을 밑돌아 단독 선거구를 구성할 수 없다.

이에 동구는 4년 전인 20대 총선 때부터 인접한 남구(21만6655명)와 합쳐서 ‘동구/남구 갑, 을’이란 이름으로 2석을 보유하고 있다. 동구 스스로는 인구 하한선(13만9000명)을 밑돌아 단독 선거구를 구성조차 할 수 없지만, 동구가 남구와 합치면 인구가 31만1068명으로 인구 상한선(27만8000명)을 넘게 돼 자연히 2석을 보유할 수 있는 것이다.

광주 전체적으로는 ‘동구/남구’ 선거구가 ‘동구남구갑(甲)’과 ‘동구남구을(乙)’로 2석을 가지는 것을 필두로, 인구 상한선(27만8000명)을 넘는 서구(30만명), 광산구(40만명), 북구(43만명)가 각각 2석씩 가져 총 8석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광주 동구를 서구에 붙이면?

단독 선거구 구성이 어려운 동구를 어디에 붙이느냐는 천양지차의 결과를 만들어 낸다. 가령 동구를 남구가 아닌 서구에 붙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서구 인구는 30만4197명으로, 기존에도 인구 상한선(27만8000명)을 웃돌아 ‘서구갑’ ‘서구을’ 2개의 선거구로 분구돼 있다. 서구(30만4197명)에 동구(9만4413명)를 합산해도 인구가 39만8610명으로 그대로 2개의 의석 수 유지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동구와 서구를 합친 39만8610명의 선거구가 2석을 선출하는 것은 비슷한 인구를 보유하고 각 2석씩 갖고 있는 광산구(40만명), 북구(43만명)와 견주어 봐도 가장 공정한 의석 배분이다. 이 경우 인구 21만6655명인 남구는 인구 하한선(13만9000명)과 상한선(27만8000명) 사이에 있어 단독 선거구를 구성한다. 자연히 광주 전체적으로는 대전과 같은 7석의 국회 의석을 갖게 되어 전국 지자체 유일의 의석 수 역전현상이 자동 해소되는 셈이다.

광주 동구와 서구는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어, 통합 선거구 구성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것도 아니다. 동구와 서구는 과거 단일 선거구였던 적도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미래통합당 간사 이채익 의원은 “호남 의석 수 시정 문제를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했지만, 공염불에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며 “총선에서 다수당이 돼 잘못된 부분을 시정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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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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