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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호]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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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격전지]고양갑- 문명순 민주당 vs 이경환 통합당 vs 심상정 정의당

▲ (왼쪽부터) 민주당 문명순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 통합당 이경환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 정의당 심상정 photo 뉴시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화정역(3호선) 3번출구를 나오면 이번 4·15 총선에서 ‘고양갑’ 지역에 출마하는 세 후보의 선거 현수막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람을 바꿔야 덕양이 바뀐다’(더불어민주당 문명순 후보), ‘고양 발전에만 올인할래요’(미래통합당 이경환 후보), ‘심상정 기필코 해냅니다’(정의당 심상정 후보). 이 중 눈에 띄는 건 ‘사람을 바꿔야’ 한다는 민주당 문명순 후보의 현수막이다. 앞으로 진행될 선거 판도를 예상할 수 있는 상징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고양갑 지역구는 이번 4·15 총선에서 여러 이유로 주목받고 있는 격전지 중 하나다. 고양갑에서 재선에 성공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여론조사에서 3위로 조사된 것이 지역 내에선 화제였다. 지난 3월 8일 중부일보가 ㈜아이소프트뱅크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경환 통합당 후보가 33.5%로 1위를 차지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명순 민주당 후보는 26.5%,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26.3%였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재선의 현역 의원이 자기 지역구 여론조사에서 3위를 기록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특히 변호사 출신인 통합당 이경환 후보와 한국노총 출신의 민주당 문명순 후보는 모두 정치 신인으로, 선거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완주하며 전국구 정치인으로 이름을 알린 심 의원에 비해 인지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19대 대선 당시 심상정 후보의 고양시 덕양구 득표율은 10.51%로, 심 후보가 서울·경기권에서 유일하게 10% 이상 득표를 받은 지역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3위를 기록한 건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도가 민주당과 정의당으로 갈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고양갑’ 지역구의 선거 판세는 범진보 정당의 단일화 여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심상정 후보는 범진보·범야권의 단일 후보로 나서 새누리당의 손범규 후보(당시 현역 의원)를 170표 차로 간신히 이길 수 있었다. 20대 총선 때는 공식적으로 단일화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민주당에서 심 의원을 밀어줬고 결국 과반수가 넘는 52.97%의 득표율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당시 민주당 박준 후보의 득표율은 8.74%였다.
   
   
   이번에는 쉽지 않은 진보 단일화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는 아직까지 단일화의 기류가 흐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24일 기자와 만난 문 후보 역시 선거 완주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다. ‘중앙당이 물밑에서 단일화를 종용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문 후보는 “이낙연 선대위원장이 후원회장을 맡아주시는 등 중앙당에서도 고양갑 지역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총력을 실어주는 중”이라며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문 후보와 심 후보는 과거 고 노회찬 전 의원과 김상조 교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조희연 교수(현 서울시 교육감)와 함께 진보·노동 정치계에서 함께 활동하던 사이였다. 하지만 최근 선거를 치르며 두 후보의 선거캠프 관계도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배경에는 최근 민주당이 비례정당 창당 논란 등을 겪으며 정의당과의 사이가 멀어진 탓도 있다. 과거 민주당과 정의당이 야권일 때는 ‘거악(巨嶽)’을 무너뜨리기 위한 연대와 단일화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4·3 재보궐선거 당시에도 창원시성산구에서 정의당 여영국 후보와 단일화를 했었지만, 이 지역구는 노회찬 전 의원이 사망하면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곳이었다. 또 친문 지지자들의 당내 장악력이 거세지면서 양당 간의 ‘동지 의식’도 과거에 비해서 약해졌다는 평가다.
   
   문 후보의 정치적 배경도 단일화의 가능성을 낮게 볼 수밖에 없게 한다. 20살 때 국민은행에 취업해 한국노총 금융지부 수석부위원장까지 지낸 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 이야기할 때 ‘노 변호사님’이라는 표현을 썼다. 노 전 대통령이 변호사였던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고, 그때 쓰던 표현이 지금까지 입에 붙어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친노·친문’의 적통임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읽혔다.
   
   문 후보는 2012년 18대 총선 당시 민주당의 비례대표 후보 23번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비례대표는 21번까지 당선됐고, 이후 1명이 승계를 받아 문 후보 바로 앞인 22번까지 배지를 달 수 있었다. 문 후보는 지역주민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2012년 비례대표 23번으로 국회의원이 될 뻔했던 후보”라고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간발의 차로 국회의원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깊은 아쉬움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문 후보는 “1등만 해야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고양갑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완주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에 맞서는 미래통합당의 이경환 후보는 “단일화는 선거 하루 전날에도 갑자기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일대일로 붙어도 이겨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2017년 자유한국당 고양갑 당협위원장 자리를 맡은 이 후보는 2년간 지역 기반을 닦으며 선거를 준비했다. 이 후보는 자신의 장점으로 “세 후보 중 가장 젊고, 전문성이 있다는 것”을 꼽았다.
   
   지난 3월 25일 화정역 인근에서 퇴근 인사를 하던 이 후보는 “최근 들어 응원해주시는 시민 분들이 부쩍 많아졌다”며 “정권심판론과 함께 ‘현역(심상정) 심판론’도 지역 내에서 강해졌다”고 했다. 이 후보가 말한 ‘현역 심판론’이란 최근 들어 “지역이 도태되고 있다”는 호소가 많아졌다는 것이 근거다. 이 후보는 “경기남부 지역에 비해 경기북부, 특히 고양갑 지역은 뒤떨어졌다고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고양갑 지역구는 통상 ‘진보세가 강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003년 보궐선거와 17대 총선에서 당선된 곳(당시 지역구명은 고양시 덕양구 갑)이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재선에 성공한 곳이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한나라당 손범규 의원이 당선된 18대 총선을 제외하면 모두 진보정당 후보가 당선된 곳이다.
   
   
   진보·보수세가 비슷한 양상
   
   하지만 고양갑 지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보세가 강한’ 지역이라는 표현은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 진보정당 정치인들이 승리를 거둬오긴 했지만 대체로 신승(辛勝)에 가까웠다. 또 ‘도농 지역’으로 꼽히는 고양동과 관산동 등은 상대적으로 장년·노년층이 많다. 이 지역 인근에는 군부대도 많아 안보 여건도 중시되는 곳이다.
   
   미래통합당 이경환 후보는 이런 지역 특성을 이번 선거의 관건 중 하나로 꼽았다. 진보세와 보수세가 사실상 비슷한 곳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선거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 후보는 “신원마을(신원동)과 도래울뉴타운(도내동) 등에는 뉴타운이 건설되면서 젊은 부부와 1인가구 등의 유입이 늘었다. 젊은 유권자들은 진보 성향이 많다 보니 쉽지 않은 선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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