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후보 photo 뉴시스 / 강세창 미래통합당 후보 photo 강세창 후보 선거캠프 / 문석균 무소속 후보 photo 뉴시스
(왼쪽부터)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후보 photo 뉴시스 / 강세창 미래통합당 후보 photo 강세창 후보 선거캠프 / 문석균 무소속 후보 photo 뉴시스

경기 의정부갑은 여야 모두 공천 과정에서 진통을 겪으며 가장 막바지에 대진표가 완성된 선거구다. 경기 의정부갑의 오랜 맹주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문희상 국회의장이다. 문 의장은 의정부에서만 여섯 번 당선됐다. 문 의장이 국회의장직을 마지막으로 정계은퇴 수순을 밟으면서 문 의장의 아들 문석균(48) 더불어민주당 의정부갑 지역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이 지난 1월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하지만 이내 ‘지역구 세습’ ‘아빠 찬스’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그는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2개월 만에 이를 번복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의정부갑에 영입인재 오영환(32) 후보를 전략공천한 것을 마냥 두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3월 16일 문석균 후보는 “민주당이 연고도 없는 후보를 공천해 시민 자존심을 짓밟았다”며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고 오 후보 캠프 사무실과 200m도 안 되는 거리에 선거사무실을 차렸다.

야권에서는 홍문종 친박신당 의원이 의정부갑 출마를 저울질하면서 혼전 양상이 벌어졌다. 그는 현재 의정부을 현역 의원이지만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의정부갑 출마의사를 줄곧 내비쳤다. 후보등록을 앞두고선 의정부역 시민정원 너머에 예비 선거사무실을 차리는 등 의정부갑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사무실엔 그를 지지하는 의정부갑 주민들도 얼굴을 비쳤다. 하지만 3월 25일 그는 돌연 의정부갑도 을도 아닌 친박신당 비례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의정부갑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지 이틀 만에 이뤄진 일이었다. 그러면서 의정부갑 총선 구도는 민주당 오영환 후보와 미래통합당 강세창(59) 후보 그리고 무소속 문석균 후보 3파전 양상으로 정리됐다.

세습논란보단 연고 우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의정부갑 시민들 사이에선 “4파전, 3파전 하는데 그 사람이 그 사람 같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그나마 시민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 건 문 후보였다. “문희상 아들이지 않나” “그 사람은 안다”는 등의 반응이 적지 않았다. 문 의장이 의정부에서만 6선을 하며 쌓은 인지도가 자연스레 그의 아들에 대한 인지도로 옮겨간 덕이다. 시민들은 그의 연고에 더 관심을 보였다. 의정부 제일시장에서 20여년간 옷감을 판매해온 한 50대 사장은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지역구 의원이 돼야 한다. 그래야 지역 문제도 잘 알고 지역민 고민에도 공감할 수 있지 않겠나. 문 후보는 의정부에서 초·중·고를 나왔고 여기서 가업도 이어간다. 이런 사람이 지역에 애정도 갖는다”라고 말했다.

인근 가방판매점 사장의 의견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세습? 오히려 문 후보가 아버지 아래에서 많이 배운 거 아닌가. 기반도 있어 보인다. 국회 가서 힘을 받을 거라 본다.” 문석균 후보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을 당시 의정부 시의원과 의정부갑 민주당 당직자 등이 대거 탈당, 사퇴하고 문 후보 캠프로 입성했는데 이것이 그의 정치적 기반이 되지 않겠느냐는 말이었다.

연고로만 보면 강세창 미래통합당 후보도 이 지역 ‘토박이’로 평가받으며 적지 않은 인지도를 보인다. 강 후보의 경우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정부갑 당협위원장직을 맡으며 여타 후보들보다 먼저 각종 지역 현안에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총선에선 38.0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문희상 의장과의 득표율 차는 4.77%포인트에 불과했다. 의정부역 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한 40대 사장은 “강 후보는 지난 총선, 지방선거 등에서 줄곧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번 선거에선 문희상 의장이 잘해서 이겼다고 보진 않는다. 오래 노력한 만큼 이제 한번 밀어줄 때도 됐다”고 말했다.

강 후보 측은 원도심에서 확연하게 나타나는 보수성향이 이번 총선에서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 보고 있다. 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그동안은 문희상이란 인물이 워낙 강해 지역색을 뛰어넘은 거였다. 그가 떠난 이번 총선은 좀 다르다. 우리 쪽이 보수세를 제대로 업을 수 있을 거라 본다”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의정부 연고가 적은 오영환 민주당 후보는 완전히 다른 선거 전략을 강구 중이다. 오 후보 측은 선거사무실 외벽에 ‘민주당이 고른 오영환, 의정부가 젊어집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앞서 두 후보가 드러내지 못한 ‘젊음’과 ‘새로움’을 강조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오 후보 선거캠프는 다른 두 후보 캠프 사무실과 달리 젊은 지지자들과 관계자들로 연일 북적였다. 오 후보 캠프 관계자는 “주말마다 젊은 분들이 자원봉사를 하러 많이들 오신다. 문팬들이나 노사모 회원으로 활동하는 분들이 자주 찾는데, 의정부갑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는 이게 의정부 지역 바닥 민심으로까지 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 후보는 지역 기반이 적지만 여당 후보로서의 프리미엄은 톡톡히 누리고 있다. YTN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3월 28~29일 의정부갑 유권자 517명을 대상으로 실시(응답률 6.0%)한 결과에 따르면 오영환 후보가 42.6%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강세창 후보는 31.7%, 문석균 후보는 11.5%를 기록했다. 오 후보가 앞서곤 있지만 다른 캠프는 이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문 후보 캠프 관계자는 “문희상 의장이 6선을 할 때도 그렇고 이때까지의 의정부갑 선거 판세를 보면 실제 총선 승리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이긴 적은 없다. 심지어 8~15%포인트씩 밀리기도 했다. 선거 막판에 가면 다 뒤집어진다”고 말했다.

진보진영 ‘표 분산’ 총선 판도 바꾸나

더군다나 진보진영의 ‘표 분산’은 이번 선거를 가늠할 주요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홍문종 의원의 출마가 점쳐졌을 때만 해도 각 후보 캠프 측은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 각각 두 명의 후보가 나오니 표 갈리는 건 마찬가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홍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진보진영 표는 결국 오영환 후보와 문석균 후보로 나뉘고, 보수진영 표는 강세창 후보에게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의정부갑 시민들은 투표장에 가는 날까지 후보들의 면면을 더 들여다보겠다고 입을 모은다. 이 지역에서 40여년간 살아온 한 유권자는 “예전에야 뒤도 안 돌아보고 문희상 의장이었다. 근데 지금은 아니다. 발로 뛰며 눈에 비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다. 막판까지 따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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