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7일 인천국제공항에 마련된 개방형 선별진료소(오픈 워킹 스루형)에서 외국인 입국자가 검사를 받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3월 27일 인천국제공항에 마련된 개방형 선별진료소(오픈 워킹 스루형)에서 외국인 입국자가 검사를 받고 있다. ⓒphoto 뉴시스

‘죽의 장막(Bamboo Curtain)’은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이 1949년부터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서방국가들에 대해 추진해온 배타적인 정책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이 용어는 중국이 자국을 상징하는 대나무로 장벽을 세우고 고립정책을 고수해왔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죽의 장막’은 옛 소련의 서방 국가들에 대한 폐쇄정책을 가리키는 ‘철의 장막(Iron Curtain)’과 같은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가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하고 1979년 1월 미국과 수교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죽의 장막이란 용어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았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지난 3월 28일부터 외국인에 대한 전면적인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하면서 죽의 장막이라는 말이 국제사회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또 비자·거류허가증을 가진 외국인도 입국을 금지하고, 자국을 경유해 다른 국가로 가는 외국인 환승객에 대해 24~144시간 무비자 체류를 허용하던 제도까지 중단했다. 이번 조치에서 외교와 공무 및 승무원 비자 소지자들은 제외됐지만 경제무역·과학기술 활동·인도주의적 사유 등으로 중국 방문이 필요한 외국인은 각국의 중국 공관에 별도로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또 3월 29일부터 모든 외국 항공사에 대해 중국 노선을 단 한 개만 운영하고, 일주일에 한 번만 오가도록 했다.

다시 세워진 ‘죽의 장막’

중국 정부가 ‘죽의 장막’을 다시 높게 세운 것은 최근 코로나19의 중국 내 발병보다 해외 역유입 환자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4월 중순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를 열고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할 수 있다.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행사는 이른바 양회(兩會)라고 불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월 초에 열릴 예정이던 양회를 모두 연기했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선 중국 정부의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치를 이중적 행태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2월 코로나19가 자국 내에서 확산하자 미국 등 일부 국가들이 중국인 입국을 막은 것에 대해 ‘과잉 조치’라고 강하게 반발해왔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교역·여행 제한을 반대한다고 권고했다”면서 미국 등의 자국민 입국금지 조치를 강력하게 비판했었다. 게다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월 26일 이번 조치를 발표하기 불과 2시간 전에 열린 G20(주요 20개국)의 화상 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조치의 가장 큰 피해는 한국이 입을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과 유학생이 한국 등 중국 바깥에 머무르는 경우 당분간 중국에 돌아갈 수 없게 됐다. 중국을 오가면서 사업하는 한국 기업인 등도 상당한 피해를 볼 것이 분명하다. 현재 중국 전역에는 100만여명의 한국 교민이 거주하고 있다. 또 한국인 유학생은 5만600명(중국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23.8%, 국가 순위 2위)이나 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며 중국의 최대 수입국은 한국이기 때문에 중국과 거래해온 한국 기업인의 숫자는 상당히 많다. 그런데도 중국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문재인 정부는 중국 정부에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셈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4월 1일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4월 1일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중국에는 통하지 않는 상호주의

외교부는 “중국 정부로부터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항의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에 맞대응을 전혀 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 각 지방에서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여행객을 2주간 강제 격리했을 때도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정부 차원의 조치라는 이유로 맞대응하지 않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월 26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중국 지방정부의 조치에 항의했지만, 왕 부장으로부터 “국경 간 이동 통제 감소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충고를 들어야만 했다. 당시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한국인 입국 제한은) 외교 문제가 아니라 그보다 더 중요한 방역 문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3월 6일 한국인에게 발급된 비자를 정지하고 무비자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을 때 상호주의를 강조하면서 즉각 맞대응했었다. 상호주의(相互主義·reciprocity)란 국가 간에 등가(等價)인 것을 교환하거나 동일한 행동을 취하는 것으로 외교의 기본 원칙 중 하나이다. 외교부의 한 고위 관리는 “중국 정부의 조치는 한국을 향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한 것”이라면서 중국 정부의 대변인처럼 말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을 때부터 중국 정부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느라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월 4일에야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시를 포함해 후베이성 체류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뒤늦게 대응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월 23일 우한시를 비롯해 후베이성의 16개 도시를 외부와의 통행을 완전 차단하는 등 봉쇄 구역으로 지정해 출입을 통제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자 2월 7일 후베이성의 다른 지역을 포함해 12개 성, 76개 도시(2급 행정구역 이상)에 대해 봉쇄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각국이 중국인 입국금지 또는 제한 조치 등을 내리면서 자국의 방역을 강화했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중국인의 전면 입국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의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 목을 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시 주석이 방한할 때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의 완전 해제,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 등 선물 보따리와 함께 개별 관광 등 남북 경협과 대북 제재 완화 등을 적극 지지해 주기를 기대했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시 주석의 방한이 물 건너갔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등 여야 4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중국인 입국금지 요청에 대해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할 경우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의 입국금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반대했다.

147개국이 한국인 입국금지 중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특정 국가의 국민을 대상으로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는 것은 자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최우선 의무 사항이다. 그런데도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한때 한국은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은 국가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다. 반면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한 대만 등은 코로나19 환자가 훨씬 적게 발생했다. 게다가 전 세계에서 초유의 ‘코리아 포비아’가 확산하면서 각국이 앞다투어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그러자 강 장관은 지난 3월 4일 각국의 한국인 입국금지에 대해 “방역 능력이 없는 국가들의 투박한 조치”라면서 입국금지 조치를 내린 국가들을 폄하하기도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3월 28일 현재 한국 출발 여행객에 대해 입국금지 조치를 내리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한 국가는 총 180개국으로 집계됐다. 한국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는 147개국, 격리 조치 14개국, 검역강화 및 권고 사항 등은 19개국이다.

이후 유럽 각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자, 문재인 정부는 이들 국가가 중국인 입국을 차단했는데도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면서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의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럽 각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한 것은 통행과 이동의 자유를 보장한 솅겐조약 때문이다. 유럽에서 ‘수퍼 확산국가’가 된 이탈리아의 경우 중국과의 직항 노선을 중단시키는 조치를 취했지만 육상과 해상을 통해 들어오는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하지 않았다. 결국 이탈리아에선 코로나19가 창궐했고, 이탈리아를 방문했던 유럽 각국의 국민들이 자국으로 돌아가면서 코로나19가 퍼져나갔다. 유럽 각국은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이미 코로나19가 지역사회까지 파고든 상태였다.

미국도 초기에 중국인 입국을 차단했지만 중국을 방문한 자국민들은 무대책으로 방치했고, 유럽 각국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도 뒤늦게 내리는 바람에 세계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됐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중국인을 비롯해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미국과 유럽 각국이 높이 평가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각국이 한국을 칭찬한 것은 민간 기업들이 개발한 코로나19 진단 키트와 의료진의 빠른 검사와 헌신적인 치료 노력 등이다.

마스크 부족 현상도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마스크 수출을 금지한 것은 지난 2월 26일이었다. 국내 마스크 제작업체들은 지난 1월부터 정부의 조치가 있을 때까지 무려 6억900만개의 마스크를 중국으로 수출했다. 마스크가 6억~7억개이면 5000만 국민이 하루에 하나씩 열흘 넘게 쓸 수 있는 분량이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하루 300만장을 만들어낸 마스크 생산대국이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국내의 코로나19 확산 상황 등을 고려해 수출 물량을 적절하게 조절했다면 마스크 대란은 없었을 것이다. 대만 정부가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가장 먼저 한 일은 마스크 수출 금지 조치였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우스꽝스러운 조치 중 하나는 외교부가 지난 3월 23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국민의 전 세계 국가·지역 해외여행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것이다. 특별여행주의보의 기간은 한 달이다. 특별여행주의보는 단기적으로 긴급한 위험에 따라 발령되는데, 여행 취소 및 연기를 권고하는 것에 해당한다. 각국이 이미 한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내린 상황에서 이런 조치는 아무 실효성이 없는 생색 내기에 불과하다. 국민들이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도 각국의 입국금지로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것은 대표적인 ‘뒷북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 3월 27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초치되고 있다. 외교부는 외국인 입국금지 통보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싱하이밍 대사를 초치했다. ⓒphoto 뉴시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 3월 27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초치되고 있다. 외교부는 외국인 입국금지 통보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싱하이밍 대사를 초치했다. ⓒphoto 뉴시스

전문가들의 ‘외국인 입국금지’ 호소 외면

문재인 정부의 또 다른 뒷북 대책은 4월 1일부터 시행된 ‘지역과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입국자에 대한 2주간의 의무적인 격리 조치’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유럽과 미국 등에서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관광 등 중요하지 않은 목적의 입국을 사실상 차단하기 위해 단기체류 외국인에 대해서도 의무적 격리를 확대해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4·15 총선을 앞두고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해 내놓은 것으로, 의료계 등 전문가들이 주장해온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치를 끝내 외면한 대책이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이 “의료진이 지쳐 외국인을 치료할 여력이 없다”며 “이제라도 외국인 입국을 금지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대한의사협회 등도 같은 요청과 건의를 수차례 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번 조치는 입국 전면 금지가 아닌 2주간 의무 격리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조치에 따라 모든 입국자는 국내에 거처가 있을 경우 자신의 거처에서 자가격리하고, 거처가 없을 경우 정부가 제공하는 시설에서 머물러야 한다. 그런데 격리 조치가 효과를 얻으려면 입국자의 협조, 관리인력 확보, 격리시설 마련 등이 갖춰져야 한다. 문제는 자신의 거처가 있는 외국인 등 입국자가 의무 격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들을 관리하기 위한 인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감독이 불가능하다. 홍콩 등은 격리 대상자에게 위치 확인용 스마트 팔찌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 격리됐다가 해제된 외국인이 증상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국민들 중에서 필수적으로 외국에 나가서 일해야 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은데, 이들이 해외에 나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둬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의 발언은 말 그대로 ‘궤변’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유럽 각국 및 중국 등은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필수적인 업무를 봐야 할 외국인들에 대해선 별도의 절차로 입국시키고 있다. 게다가 이들 국가의 국민들은 한국보다 더 많은 외국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이 외국인 입국금지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국가들이 한국인 입국금지를 철회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가 외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는 것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아 감염이 확산한 것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려는 ‘꼼수’라고 볼 수 있다. 정 총리는 “해외 유입 환자의 90%가 우리 국민이라 입국금지 같은 극단적인 조치는 제약이 따른다”고 변명했다. 전 세계 국가들이 대부분 시행하고 있는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치를 문재인 정부만 ‘극단적 조치’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재인 정부는 연일 “한국식 개방 방역이 세계 표준” 운운하며 낯 뜨거울 정도의 자화자찬에 도취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이런 ‘뻘짓’ 때문에 국민 백수십여 명이 희생됐다. 아무튼 나라의 대문을 열어둬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 보호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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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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