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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1호]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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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호의 正眼世論]트럼프와 바이든 사이 한국 보수의 길

신지호  평론가·전 국회의원 jayho63@gmail.com

▲ 지난 8월 12일(현지시각) 미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알렉시스 뒤퐁 고등학교 유세장에서 연설하고 있는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photo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로 당선되었지만, 미국 보수정치의 족보로 파악하기 힘든 이단아다. 정치가인지 사업가인지 분간하기 힘든 그의 기행을 보수와 진보라는 전통적인 잣대로 분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분명한 것은 그의 출현으로 미국 사회의 적대적 분열이 극대화했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출현은 국제관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역사적으로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 정권 교체가 이뤄져도 미국의 외교정책은 급격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동맹과 적은 변함이 없었고, 초당파적인 외교관들은 미국의 이익을 추구했다. 그러나 이런 기본 틀이 트럼프에 의해 무너졌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면서 트럼프는 동맹국들을 의심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반면 김정은과 푸틴 같은 적들에 대해선 파격적 접근을 마다하지 않았다.
   
   홍준표 의원은 2017년 5월 대선후보 토론 과정에서 만약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트럼프는 문 대통령의 중개로 김정은과 만났다. 이념적 잣대로 트럼프를 평가했기에 발생한 오류였다.
   
   한국인 부인을 두고 있는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지난 7월 16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7일 있었던 공화당 주지사들과의 만찬에서 “문 대통령을 상대하는 것이 정말 싫다”며 “한국인들은 끔찍한 사람들”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반면 김정은과의 관계에 대해선 “잘 지내고 있다”며 자랑까지 했다고 한다. 김정은과의 통로가 될 때 문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의미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11월 3일 미국 대선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은 대선 전 미·북 정상회담 개최에 집착하며 트럼프에게 베팅하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최근 “바이든 전 부통령 당선 시 미·북 관계가 풀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에서 드물게 문 정권의 대북정책을 지지해온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센터 한반도연구소장은 지난 7월 22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백악관이 10월 미·북 회담 개최에 희망을 갖고 있다”고 언급하며 “미·북 대화를 보고 싶다면 바이든에게 투표하면 안 된다”는 말까지 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처럼 문 정권은 트럼프 재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시사하며 한·미동맹을 위협하더라도 트럼프가 김정은과 만나주면 문제 될 것 없다는 심산이다. 서훈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라인업도 이를 위한 포석으로 여겨진다.
   
   사실 문재인과 트럼프 두 지도자의 관계는 ‘기묘한 케미’의 산물이다. 성향과 기질로 보면 물과 기름의 관계일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의 접점을 형성하고 있다. 트럼프의 주한미군 감축은 문재인의 전시작전권 반환 및 자주국방과 맞물려 공통의 이해관계를 만들어냈다. 김정은과의 깜짝쇼는 두 지도자를 동업자로 만들었다. 만일 지난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가 당선되었다면, 문재인의 한반도 평화 쇼는 흥행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한국의 좌파민족주의 대통령과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대통령은 기묘한 케미를 자랑하고 있다. 인권변호사 출신 문재인이 인종차별주의자 트럼프의 재선을 희망하는 아이러니야말로 한·미관계의 현주소가 아닐까.
   
   문 정권의 바람대로 11월 대선 전에 미·북 정상회담이 열려도 북핵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없다. 김정은은 이미 지난 7월 27일 노병대회 연설에서 영구 핵 보유 선언을 했다. 북핵 폐기가 빠진 미·북 정상 쇼는 한국의 안보에 역행한다.
   
   그렇다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1월 3일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한반도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AP통신은 8월 1일, 바이든이 승리할 경우 미국의 외교정책은 180도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큰 변화는 동맹국과의 관계 복원이다. 바이든은 당선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주요 정상들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돌아왔다”고 밝히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기존 체계를 파괴하면서 동맹국들에 직접적인 위협과 모욕을 가했던 트럼프와는 완전히 다른 자세를 취할 것이라는 의지 표명이다.
   
   미국 민주당은 8월 17〜20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화상 전당대회를 앞두고 발표한 강령 초안에서 “트럼프 시대 훼손된 한·미동맹의 원상회복 및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북한 비핵화에 대해선 “동맹국들과 조율된 외교 캠페인을 통해 북한의 호전성을 억제하며 장기 목표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바이든 정권이 출범하면 주한미군 감축 압력은 사그라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 미·북 협상도 정상 간 직접 대화보다는 실무협상을 중시하는 형식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시절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AP통신은 바이든이 김정은과 트럼프가 맺은 개인적 관계를 비판해왔다고 덧붙였다.
   
   이상을 종합해 봤을 때, 한국 보수는 미국 대선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이념적 순결성을 중시하여 보수정당 후보인 트럼프의 당선을 희망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바이든 당선이 낫다는 입장을 견지해야 할까. 물론 다른 나라의 선거에 개입하여 영향력을 미치려는 행위는 금물이다. 다만 선거 결과에 따른 한국의 이해득실을 냉정하게 비교·평가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은 2016년 이후 대미 로비에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한 나라다. 미 시민단체인 책임정치센터(CRP)에 따르면, 한국은 2016〜2019년 대미 로비에 1억6567만달러(약 1994억원)를 썼다. 일본(1억2216만달러)보다 많은 액수다. 특히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로비액은 5198만달러(약 625억6050만원)로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보다 8배가량 증가했다. 그렇게 많은 돈을 뿌리고도 주한미군에 대한 트럼프의 삐뚤어진 인식을 바꾸지 못했다. 헛돈을 쓴 셈이다.
   
   외교는 국가이익을 실현하는 행위다.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익실현에 도움이 될지 윤곽은 이미 나와 있다. 최근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트럼프에 두 자릿수 격차로 앞서고 있다. 대선 당락을 판가름하는 위스콘신, 오하이오,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 주에서 트럼프는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4년 전과 같은 막판 뒤집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심지어 공화당 내에서조차 반(反)트럼프 기류가 거세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보수정치를 대표하는 통합당은 미국 대선이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문 정권이 트럼프를, 통합당이 바이든을 선호하는 구도는 기존의 이념지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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