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흥행 부진을 면치 못하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활기를 띠고 있다. ‘어대명(어차피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의 아성이 흔들리면서 결과를 예단하기 힘든 안개국면으로 들어섰다. 대세론은 깨지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국면전환의 계기는 크게 두 가지였는데 모두 이재명이 제공했다. 이른바 ‘바지 발언’은 치명적이었다. 팩트 체크로 끝날 문제가 태도 논란, 자질 시비로까지 비화되었다. 분노조절장애는 대통령 실격 사유로 충분하다. 그간 대표 상품으로 내세웠던 기본소득, 기본주택의 부실함은 이재명의 정책통 이미
자유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의 헌법가치다. 헌법 전문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한다는 표현이 나오고, 제4조에도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기되어 있다.그런데 자유민주주의를 거북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문재인 정권은 2018년 개헌안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민주적 기본질서’로 변경하려 했다.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에서도 자유를 빼고 그냥 민주주의라 표기했다. 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의보다 확장적 개념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36세 0선’ 제1야당 대표가 몰고 올 변화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지만, 태풍급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당선 직후 이준석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년들이 기득권에 불만이 많다며 기존 제도를 갈아엎을 때도 됐다고 강조했다. 토론 배틀로 대변인단을 선출할 것이며,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연줄이 아닌 실력으로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것이다.민주당은 이준석의 실력주의에 대해 실력지상주의라고 비판하는데, 한마디로 번지수를 잘못 찾은 헛발질이다. MZ세대가 왜 공정이란 이슈에 그토록 민
친문 전재수가 쏘아 올린 민주당의 대선 경선 연기론은 잠잠해지는 모양새다. 완전히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지만, 예정대로 9월 8일까지 대선후보를 선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정타는 조국의 책 출간이었다. 책 제목대로 ‘조국의 시간’이 다시 오면서 민주당은 두 동강 났다. 이런 판국에 경선 연기 찬반 논쟁이 불붙으면 이리 찢기고 저리 찢기게 된다. 송영길이 그런 바보 같은 선택을 할 리가 있겠는가.야당보다 먼저 후보를 선출하면 선거전략상 불리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모두 상대 당
대선 시즌이 되면 주요 후보자의 신상을 다룬 문건이 여의도 정가에 은밀히 돌아다닌다. 장점보다는 단점, 강점보다는 약점, 미담보다는 험담이 주로 실린다. 이런 유의 문건은 정치적 관음증을 격하게 자극한다. 반면 유통은 제한적이다. ‘금배지’들도 구하기 힘들다.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후보자의 표정이 밝다면, 경쟁자의 X파일을 입수하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험담의 전파 속도는 미담의 전파 속도보다 열 배는 빠르다. 사람들은 ‘앞담화’보다 ‘뒷담화’를 즐긴다. 앞에서 띄워주고 뒤에서 흉본다. 선거전의 네거티브 캠페인은 바로 인간의 이러한 속
도떼기시장은 상품, 중고품, 고물 등 여러 종류의 물건을 도산매·방매·비밀 거래 하는, 질서가 없고 시끌벅적한 비정상적 시장을 일컫는다. 진중권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도떼기시장에 비유했다. 야권 유력주자인 윤석열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 “국민들에게 충족되지 않은 정치적 욕구가 있다. 그런 욕망을 타고 가야지 국민의힘에 들어가는 순간 끝”이라고 잘라 말했다. 얼마 전 국민의힘을 ‘아사리판’이라고 비난하면서 윤석열이 그런 흙탕물에 들어가면 백조가 오리 되는 것이라고 한 김종인의 화법과 맥을 같이한다.김종인과 진중권은 ‘마크롱 모델’을
정치평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신문과 방송의 기사 검색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상의 이면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사건의 본질을 파헤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예리한 시각으로 합리적 의심을 해야 하고, 그것을 입증해줄 수 있는 팩트를 찾아내야 한다. 때론 별 의미 없이 떠돌아다니는 풍문에서 진주를 캐내기도 해야 한다.최근 여의도 정가에서 떠돌아다니는 풍문 하나가 필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여권 인사들이 사석에서 “윤석열이 야권 대선후보로 나와주면 땡큐(윤나땡)”라고 은밀히 속삭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상식적 판단을 뿌리째
이른바 ‘윤석열 현상’으로 정치권이 요동치면서, 윤석열의 향후 진로와 관련해 ‘제3지대’가 주목받고 있다. 에스티아이의 지난 3월 12~13일 여론조사는 제3지대론에 불을 붙였다. 현 상태에서의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6.8%, 민주당 30.7%, 국민의당 5.9% 순이었는데, 윤석열 신당 창당을 가정한 조사에선 ‘윤석열 신당’ 28.0%, 민주당 21.8%, 국민의힘 18.3% 순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신당의 출현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반토막 나고, 민주당 지지율 역시 3분의 1 가까이 소멸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이에 일부
민주당은 윤석열이 지난 3월 4일 검찰총장직에서 전격적으로 사퇴했을 때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며 대권주자로서의 경쟁력에 의문을 표했다. 괜스레 맞대응해 봤자 몸집만 키워주니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사퇴 나흘 만에 발표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윤석열의 지지율이 수직 상승하며 1위를 차지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정청래는 소셜미디어(SNS)에 “한때 반짝 지지율 1위였던 고건도 갔고, 반기문도 훅 갔다”며 “윤석열의 반짝 지지율 1위는 조만간 가뭇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애써 위안을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얼마 전 작은 실수(?)를 범했다. “김 위원장이 당 대표로 추대됐으면 좋겠다”는 한 정치권 인사의 페이스북 글을 공유한 것이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누차 밝혀왔던 그가 이런 행위를 하자, 은연중에 당 대표로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돌았다. 김종인은 “글을 읽다가 어찌 된 일인지 공유가 됐다”면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해당 글을 삭제했다.김종인의 연령(82세)을 고려하면, 조작 미숙으로 인한 우발적 사고였다고 볼 수도 있다
“동료 시민 여러분(My fellow citizens).”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2009년 1월 20일 취임 연설의 첫머리를 이렇게 장식하였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는 상투적 어구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민주적으로 다가온다. 미국에서는 자국민을 가리켜 ‘미국 시민(American citizen)’이라 부른다. 우리가 한국 시민(Korean citizen)이라는 표현을 거의 쓰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적 획득도 미국 시민권(U.S. citizenship) 취득이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시민이 되려면 도시에
달도 차면 기운다고 그토록 기세등등하던 문재인 정권도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에 대한 부정평가는 긍정평가를 압도하고 있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정권심판을 위해 야권후보를 찍겠다는 흐름은 어느덧 대세가 되었다.큰 선거 4연패의 수렁에 빠져 있던 국민의힘에도 간만에 활기가 돌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자만 12명이나 된다. 모처럼 서광이 비치니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우상호가 나홀로 출마 선언을 한 민주당과 대비된다. 그런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김종인은 무르익어가던 안철수와의 단일화 및 국민의
문재인 시대의 민주당과, 김대중과 노무현이 이끌던 민주당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당내 다양성의 존재 여부다. 문재인 집권 이전의 민주당 내부는 대개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었고, 유력 대권주자와의 친소 관계에 따라 친(親) 누구, 비(非) 누구 등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2015년 문재인 대표 시절에도 민주당 내에는 친문과 비문이 공존했다. 그러나 문재인 집권 이후 비문은 거의 사라졌고, 2020년 총선을 거치면서 민주당은 친문 일색으로 정체성의 완전 통일을 달성하였다. ‘문빠’ ‘대깨문’으로 불리는 열혈 지지층과 그들의 목소리를 받드는 의
자칭 ‘민주정부 3기’인 문재인 정부하에서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거여(巨與)의 입법 폭주는 거침이 없다.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대북삐라금지법’ ‘5·18왜곡처벌법’에 이어 야당의 비토권을 없애는 공수처법 개정까지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고 있다.이에 대해 보수야당은 ‘좌파독재’라고 비난하고 있으며, 진보정치학계의 원로 최장집 교수는 “운동권 엘리트와 ‘빠’ 세력이 결합한 유사전체주의”라고 진단한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는 “현재 일어나는 민주주의 위기는 군사 쿠데타나 민중 봉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폭력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 발표한 글 중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것은 단연 취임사일 것이다. “지금 제 두 어깨는 국민 여러분으로부터 부여받은 막중한 소명감으로 무겁고,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저는 감히 약속드립니다.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비록 지켜지지 않은 구두선(口頭禪)이 되었지만, 많은 국민은 그의 취임사에 큰 공감을 표했다
추미애를 조국 후임 법무부 장관으로 천거한 사람은 이해찬으로 알려진다. 조국 사퇴 후 여권에서는 전해철 민주당 의원을 기용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됐고, 판사 출신 박범계 의원도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결론은 추미애였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거침없는 수사로 조국을 단명 장관으로 만든 윤석열을 다루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로 꼽힌 것이다. 이해찬은 “추미애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추미애를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한 지난해 12월 5일은 조국이 물러난 지 53일째 되는 날이었다. 전날 검찰은 청와대 압수수
문재인 정권이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이 아니라 트럼프의 당선을 내심 희망했다는 것은 특별한 비밀이 아니다. 정권의 ‘전위대’ 역할을 하는 김어준은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에서 내놓고 트럼프가 되어야 한다고 선동했다. 이유는 딱 하나, 트럼프가 되어야 한반도 평화 쇼의 재탕, 삼탕이 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미 대선을 열흘 앞둔 지난 10월 23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바이든이 당선되면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 기조로 돌아가지 않겠느냐”고 물은 것은 걱정과 우려였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오바마 3
누군가 정치는 진흙탕 속에서 연꽃을 피우는 작업이라고 했다. 뒷부분은 동의하기 힘들지만, 앞부분은 쉽게 수긍이 간다. 정권을 거머쥐기 위해서는 더러운 물에 손을 담가야 한다. 그게 냉엄한 현실이다. 누군가 악역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 악역의 부류는 정치인이 직접 할 수 있는 역할과 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나뉜다.5공 시절까지 정치인이 직접 할 수 없는 역할을 대행한 것은 깡패였다. 이승만 정부 시절, 권력과 결탁하여 각종 만행을 저지른 이정재, 임화수부터 1987년 통일민주당 창당대회를 조직폭력배들이 방해한 일명 용팔이 사건에 이르기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건만, 나의 사고 체계는 아직 엉성하다. 내 머릿속에는 보수주의, 자유주의, 공화주의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으면서도 어떨 때는 대립, 충돌하는 이념들이 혼재해 있다.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우둔한 자는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현명한 자는 역사로부터 배운다”고 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 역사로부터 깨달음을 얻는 사람은 현명하다. 역사 학습의 묘미는 바로 선인(先人)들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는 것에 있다.경험이 인간의 인식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압도적이다. 경험으로부터 자유로운 인간은 없다. 한 인간
아무리 정치투쟁이 격화하고 진영논리가 판을 치는 상황이라도 지켜지는 것이 있었다. 최소한의 상식과 염치였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내로남불의 이중잣대로 상대편을 비난하고 우리 편을 옹호하다가도 도를 넘었다 싶으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곤 퇴각했다. 그리고 격렬했던 논란은 침묵하는 다수가 동의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문재인 정권이 출범하기 전 한국 정치는 김대중-노무현과 이명박-박근혜라는 좌우변동을 겪었지만, 대체로 이 같은 메커니즘이 작동해왔다. 상식과 염치가 공론 형성의 균형추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에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