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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2호]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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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또 ‘답정너’? 3자 구도 몰고 오는 ‘철수 정치’의 딜레마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울시 부동산 정책발표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은 또다시 반복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사실상 ‘중립지대에서의 완전국민경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으면서 지난 몇 번의 선거와 같은 3자 구도 속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까지 이 문제를 풀지 못해 지금의 여당에 중앙권력과 지방권력을 모두 내어준 야권 입장에서는 또다시 같은 문제와 마주친 셈이다. 물론 답은 누구나 안다. 야권 후보 단일화다.
   
   
   “단일후보 결정은 서울시민이 하면 된다”
   
   이런 딜레마의 중심에 안철수 대표가 있다. 안 대표도 안다. 야권 후보 단일화 없이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안 대표도 나름의 방식으로 단일화를 얘기하고 있다. 안 대표 측 이태규 의원은 지난 1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의) 단일후보 결정은 이 정권에 분노하는 서울시민들이 하면 된다”라며 “누가 단일후보가 되는지는 이차적인 문제다. 단일화를 이루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보다 소속 정당을, 소속 정당보다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우선하는 것이라면 시대의 요구와 시민의 뜻에 어긋난다”라며 “4월 서울시장 승리뿐만 아니라 내년 정권 교체까지 바라보는 긴 안목과 호흡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안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에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말 한 인터뷰에서 기자와 다음과 같은 문답을 주고받았다.
   
   - 서울시장 절대 안 나온다는 건가. “그렇다.”
   
   - 이유는. “서울시장이 바꿀 수 있는 것과 대통령이 바꿀 수 있는 것은 범위가 다르다. 현 정권의 아마추어적인 정책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고 대한민국의 미래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정권을 바꾸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다.”
   
   - 서울시장을 먼저 하고 나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반대로 물을 수도 있다. 왜 꼭 서울시장을 해야 하냐고.”
   
   이렇게 강경했던 안 대표가 불과 두 달 만에 입장을 바꿔 출마선언을 했다. 안 대표의 최근 행보와 발언 그리고 안 대표 측근인 이태규 의원의 1월 14일 기자회견까지 종합해 보면 ‘서울시장은 안철수, 다음 대선은 국민의힘’이란 구도를 정하고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줄곧 양보만 했다고 생각하는 안 대표 입장에서는 완전국민경선 같은 주장을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할 법하다. 문제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의미) 식으로 규정할 수 있는 안 대표의 독특한 정치 문법이다.
   
   
   기존 정치문법과는 다른 ‘답정너’
   
   정치는 기본적으로 다름을 풀어가는 과정이다. 총론이 같다면 각론을 물밑에서 푼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가 정권교체라는 총론에 동의해 이른바 DJP 연합을 구성해 이회창 후보를 물리친 것은 정치의 승리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막판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한 것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정몽준 후보가 지지를 철회하면서 노 후보는 더 많은 이익을 봤다. 안 대표에게는 이런 기성 정치의 문법을 찾아보기 어렵단 지적이 많다. 안 대표를 잘 알고 있는 인사는 지난 10년간 안 대표의 정치 행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한 것이 국민에게 큰 감동을 줬다. 본인이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2012년 대선에서 본인의 결단으로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했다. 2017년 대선이나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반대로 양보는 없었지만, 역시 본인이 결정한 바를 굽히지 않았다. 즉 본인이 결정하는 대로 양보를 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하지만, 무엇인가를 정하기 전에 백지 상태에서 상대방과 물밑에서 만나 이야기도 하고 의견을 조율하기도 하는 게 없다. 그냥 본인의 답은 언제나 정해져 있을 뿐이다.”
   
   
▲ 지난 1월 14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김종인이 안철수에게 다시 확인한 것
   
   안 대표는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났다. 안 대표를 만날 이유가 없다고 수차례 말했던 김 비대위원장이 안 대표를 만난 것도 ‘과거와 다른 안철수’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김 비대위원장은 안 대표의 캐릭터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그는 몇 년 전 기자와 만나 안 대표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는데 한마디로 “뭘 기대하냐”고 잘라 말했던 바 있다. 당시 김 비대위원장은 “정치를 하려면 남의 얘기를 들을 줄 알아야 하는데 답을 정하고 와서 물어보면 무슨 얘기를 하냐”고 말했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2011년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 법륜 스님과 함께 안 대표를 초대해 신당 창당을 추진하려 했다. 안 대표가 당시 묻는 말마다 제대로 답을 하지 않아 다른 참석자들이 답답해했는데, 하루는 “총선에 나가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자 “국회가 하는 일도 없는데 의원이 돼서 무얼 하냐”고 답했다는 것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당시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어 “나는 이만 가보겠다”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한다.
   
   국민의힘 한 3선 의원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김 비대위원장의 안 대표에 대한 평가가) 그냥 의도적인 ‘액션’이 아닌가 했었는데, 김 비대위원장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실제로 들어보니 진짜 싫어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도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안철수 대표를 진짜 싫어하냐는 물음은 당내에서도 오래된 화두”라며 “두 사람이 아주 가까웠던 건 맞는데, 안철수 대표가 예전에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한 번 물먹인 뒤에 상종을 안 한 걸로 안다”고 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김 비대위원장이 안 대표를 다시 만난 것은 과거와 달라졌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었는데, 예전과 같다는 것만 확인한 듯하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10년 전 안 대표에 대해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것처럼 비슷한 시기 안 대표를 만난 사람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안철수의 멘토’로 알려진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현재의 안 대표 행보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는 반응이다. 윤 전 장관은 지난 1월 13일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안철수의 멘토라는 별명이) 언론에서 그냥 그렇게 이름을 붙인 거지 안철수씨 개인에 대한 어떤 관심도 없고 관찰도 하지 않은 지 한참 됐다”고 말했다.
   
   현재 안 대표를 바라보는 국민의힘 분위기는 두어 주 전과 달라졌다. ‘사실상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분위기다.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1월 13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을 하면서 안 대표를 향해 “현 정권에 도움을 준 사람”이라고 날을 세운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개인의 지지율이 여타 후보보다 약간 높긴 하지만, 3석 정당의 후보가 100석이 넘는 제1야당에 일방적 양보를 요구하는 것은 기존 정치문법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불만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나온다.
   
   
   경선 룰도 바꿨건만…
   
   사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안철수 대표를 끌어들이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당원 의사를 20% 반영하자는 경선관리위원회의 방안을 뒤집고 일반 시민 여론조사 100%로 경선 룰을 잡은 것이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안 대표를 직접 만나 “국민의힘에 입당하라”고 권유한 것도 모두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제안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경선에서 일반 시민 100%라는 건 사실상 안철수 대표한테 ‘후보 자리 줄 테니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나가라’는 건데,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들어올지는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안 대표 입장에서는 100% 국민경선을 한다 해도 조직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감언이설’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으로 하여금 설득해 볼 수 있다는 여지조차 허락하지 않은 것이 현재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이유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난 1월 13일 라디오 방송에서 “(안 대표가) ‘나 아니면 안 돼. 내가 나가면 이기고 네가 나가면 진다’ 이런 얘기를 또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그러고 있다. 이것 외엔 별 얘기가 없다”면서 “(앞으로) 국민의힘 후보들에 대해 ‘당신들이 나가면 진다’ 같은 얘기를 많이 하면서 듣는 사람에 따라선 굉장히 모욕적일 수 있는 언사도 많이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것은 제3지대론을 할 때 언사여야 하는 것이지, 야권 단일후보가 되고 국민의힘 표가 필요하다고 했을 때 할 수 있는 언사가 아니다”라며 “이게 굉장히 불안하다”고 했다. 또 “우리가 흔히 지금까지 대선이라든지 서울시장 출마라든지 큰 출마에서 겪었던 패턴이 그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정치인 안철수의 독특한 캐릭터, 그리고 그에 대한 제1야당 지도부의 비호감 등이 맞물려 이미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 양측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것은 이태규 의원과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의원은 국민의힘과 합치는 문제에 있어서 긍정적 입장이었으나, 이 문제에 대해 안 대표의 반대가 완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에서 안 대표를 도왔던 한 인사는 “2018년과 똑같다. 겉으로는 안 한다고 하고 밑에서는 단일화한다고 하면 밖에서 볼 때는 안철수 개인으로 안 보고 국민의힘 후보로 보면서 표가 갈린다. 그러면 지난번처럼 3등을 하는 거다. 안철수는 그 경험을 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단일화에는 선을 긋고 단호하게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냥 안철수’와 ‘국민의힘 안철수’는 다르다
   
   안 대표 측 사정을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최근 양측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안철수 대표도 자신에 대한 김 비대위원장의 생각을 잘 알고 있다. 알면서도 단일화 얘기를 하는 것은 국민의힘 내부에 안철수로 가야 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를 만들려는 것이다. 이러는 사이 나경원이나 오세훈 등은 안 나오는 쪽으로 정리를 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런 작업들을 이태규 의원과 정진석 위원장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안철수로 단일화해야 한다고) 설득이 안 되고 그 사이에 나경원, 오세훈 등이 고개를 든 것이다. 그러면서 사실 안 대표 측 입장이 난감해졌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지만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들어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안 대표 입장에서는 완전국민경선이든 당대당 통합이든 방법론이 중요한 게 아니다. 결국엔 국민의힘과 합치지 않고 야권 단일후보가 되는 것이 ‘처음부터’ 세운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 정해진 답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안 대표의 현재 태도에 비교적 호의적인 한 정치권 인사의 분석이다. “그냥 안철수와 국민의힘 안철수는 완전히 다르다. 그냥 안철수한테는 표를 줄 수 있어도 국민의힘 안철수한테는 못 준다는 사람이 엄청 많다. 왜냐면 자기를 중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데, 국민의힘이 과거의 적폐로부터 아직 자유롭다고 보지 않고 특히 서울은 더 그렇다. 서울시장 선거의 승패는 생각보다 적은 표차로 갈린다. 국민의힘에 들어가는 것은 안철수에게는 오히려 패착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지금 와서 상황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당내 후보를 정하고 다시 당 밖에서 안 대표와 경선을 하면 당 외부인사만 위한다는 ‘특혜시비’가 붙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3자 구도=필패’라는 공포감이 양측 모두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막판에 극적으로 묘수를 찾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최근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김무성 전 의원이 ‘3자 구도에서 이길 수 있다’는 김 비대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누가 봐도 3자 대결에서 이길 수 없다는 걸 다 아는데 진심이라고 볼 수 없다. 안철수 길들이기 정도로 봐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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