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 가덕도 서쪽의 가덕수도를 통과해 부산신항으로 입항하는 대형 컨테이너선.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부산 강서구 가덕도 서쪽의 가덕수도를 통과해 부산신항으로 입항하는 대형 컨테이너선.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2월 26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확실시되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은 전·현 해양수산부 장관들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우선 2006년 동남권신공항 타당성 검토를 최초 지시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 당시 해수부 장관을 지냈다. 2016년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김해공항 확장안’을 제안한 후 폐기됐던 가덕도신공항을 관(棺) 속에서 되살려낸 사람은 노무현 정부 때 해수부 장관을 지낸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다.

오거돈 전 시장의 사퇴로 치러지는 오는 4월 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제정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문재인 정부 초대 해수부 장관을 지낸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호(號)를 ‘가덕(加德)’으로 정한 김영춘 예비후보는 지난 2월 19일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통과 직후, “가덕 김영춘은 2021년 2월 26일 부산시민 희망고문 역사를 끝내고 부산의 꿈을 반드시 되살려 놓을 것”이라고 했다.

해수부, 부산신항 선박 충돌 우려

하지만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정작 해수부를 비롯 해양수산계에서는 적지 않은 우려가 나온다. 우선 가덕도 서쪽 해상을 매립하는 과정에서 ‘가덕수도(水道)’가 좁혀지는 문제다. 가덕수도는 가덕도와 대죽도 사이에 있는 폭 3.3㎞의 해상수로다.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신항을 비롯 마산항, 진해해군기지, 삼성중공업, STX조선, 성동조선 등으로 입출항하는 모든 선박이 통과하는 길목이다. 가덕도와 거제도를 연결하는 거가대교를 놓을 때도 이 구간은 선박통행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저침매터널로 개설됐고 ‘주의해역’으로 지정돼 선박통행 속도도 제한된다.

하지만 가덕도 서쪽 해상에 토사를 쏟아부어 매립하면 수로 자체가 협소해지고 토사로 인해 수심이 얕아져 대형 선박 통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해수부의 항만개발계획에 따라, 가덕수도 안쪽에서는 부산신항 서컨테이너부두 확장과 남컨테이너부두 항만배후단지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가덕도 북단에는 LNG벙커링 기지와 수리조선단지가 들어서고, 가덕수도 안쪽 제덕만(灣)에는 최대 3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드나들 제2신항(진해신항)도 2040년까지 조성할 예정이다. 이에 따른 가덕수도의 병목현상마저 예상되는데,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빈번한 입출항은 항공 안전에 위협이다.

현존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인 2만4000TEU급 ‘HMM(옛 현대상선) 알헤시라스’는 조타실 등이 있는 브리지 높이가 아파트 15층 정도인 40m에 달한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주도로 결성된 ‘부울경 검증단’이 김해공항 확장안을 무산시킬 때 문제로 삼은 김해공항 ‘V자형 신설 활주로’ 서북쪽 끝단에 있는 오봉산(높이 47m)의 높이와 거의 맞먹는 셈이다. 당시 ‘검증단’이 ADPi 보고서의 문제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것이 고정장애물이었는데, 가덕도신공항은 이동장애물이란 새로운 걸림돌을 맞닥뜨리는 셈이다.

국회 국토교통위 심상정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해수부 역시 가덕도신공항이 부산신항과 인접해 있어 부산신항을 오가는 대형선박과의 충돌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한다. 심상정 의원은 “가덕수도에서의 대형선박 충돌을 피하기 위해 활주로 표고를 높게 설정해야 하는데 이에 따라 지반개량과 성토 높이가 최대 106m가 될 전망”이라며 “인천국제공항이 13m였음을 고려하면 가덕도신공항의 계획은 그 실현가능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선박과 충돌을 피하려면 활주로 표고를 최대한 높여야 하고, 그만큼 많은 토사를 바다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뜻이다.

가덕도신공항의 동남 방향 활주로 끝단과 마주하는 해상에 있는 ‘부산신항 정박지’도 활용이 어려워진다.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강서구 가덕도와 영도구 생도를 직선으로 잇는 ‘부산항 항계선(港界線)’을 기준으로 가덕도 동남쪽 해상은 ‘부산신항 정박지’로 지정돼 있다. 부산신항에 입출항하는 선박들이 외해(外海)에서 임시 대기하는 해상정박지로, 최대 8척의 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가덕도신공항의 동남 방향 활주로가 이곳을 향하면 이착륙 항공기 안전을 위해 부산신항 정박지를 새로 지정해야 한다.

가덕도신공항까지 연결되는 공항철도는 가덕도 북단의 부산신항 남컨테이너부두까지 연결된 화물전용선인 부산신항 배후철도를 연장 활용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여객수송에 밀려 화물수송이 후순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해수부 장관을 지낸 오거돈 전 시장을 비롯 김영춘 부산시장 예비후보 등이 편 논리가 신항만이 있는 가덕도에 신공항까지 조성해 육·해·공 복합물류 시너지 효과를 높이자는 ‘트라이포트’ 논리인데, 정작 선박 입출항과 정박지, 화물수송 등에는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수산계, 황금어장 토사훼손 염려

사실 부산시는 가덕도신공항을 최초 추진할 때 가덕수도를 피해 가덕도 동쪽 해상에 인공섬을 조성해 신공항을 띄우려 했다. 일본 오사카 간사이(關西)공항과 나고야 주부(中部)공항 같은 방식이다. 하지만 오목한 내만(內灣)에 있는 간사이공항이나 주부공항과 달리 가덕도는 외해와 직접 마주한 터라 해상매립 비용 과다와 태풍 시 월파(越波) 문제로 방향을 틀었다. 2016년 ADPi의 사전타당성 검토 때는 가덕도의 잘록한 허리에 동서 방향 활주로(09-27 방향)를 놓고, 동쪽 해안을 매립해 여객터미널과 주기장 등을 조성하려 했으나 역시 매립비용 과다로 탈락했다.

결국 부산시는 2016년 ADPi 평가 때 낙제점을 받은 동서 방향(09-27 방향) 활주로의 축을 동남·서북 방향(11-29 방향)으로 살짝 틀어 해상매립을 최소화하는 수정안을 내놨다. 수심이 깊은 가덕도 동쪽 해상매립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한 방안이라지만, 이 역시 가덕도 서쪽 대항항 일대는 공항부지 조성을 위해 모조리 수용되고, 가덕도 남쪽의 국수봉(해발 264m)도 대규모 절개를 통한 평탄화 작업이 불가피한 것으로 확인된다. 만약 김해공항 국제선과 국내선 동시이전을 위해 활주로 2본이 들어서면 국수봉은 송두리째 바다에 들어간다.

해상매립에 따른 우려는 해운업계보다 수산업계에서 더 크다. 가덕수도 안쪽의 진해만(灣)은 겨울철 대구의 황금어장이다. 해수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이 과거 대구에 전자태그를 부착해 이동경로를 조사한 결과, 겨울철 진해만에서 산란한 대구는 가덕수도를 지나 여름철에는 울릉도·독도 인근에서 살다가 회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덕도 서쪽 진해만은 떡전어, 동쪽은 낙동김의 주산지기도 하다. 가덕수도에 대규모 토사가 투하될 경우 생태계 교란으로 어획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산신항 조성 때 준설토로 인근 해상을 매립했을 때도 해충인 ‘깔따구’가 대거 출몰해 해수부가 배상하기도 했다. 해양수산계의 한 관계자는 “거제도와 가덕도를 연결하는 거가대교를 해상교량 방식으로 놓을 때도 해상교통로 축소에 따른 선박충돌 등 부작용이 지적됐다”며 “해저터널이 통과하는 가덕수도 구간마저도 좁히려고 하니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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