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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3호] 202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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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호의 正眼世論]조국의 골품제 vs 이준석의 과거제

신지호  평론가·전 국회의원 jayho63@gmail.com 2021-06-19 오후 12:51:21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36세 0선’ 제1야당 대표가 몰고 올 변화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지만, 태풍급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당선 직후 이준석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년들이 기득권에 불만이 많다며 기존 제도를 갈아엎을 때도 됐다고 강조했다. 토론 배틀로 대변인단을 선출할 것이며,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연줄이 아닌 실력으로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준석의 실력주의에 대해 실력지상주의라고 비판하는데, 한마디로 번지수를 잘못 찾은 헛발질이다. MZ세대가 왜 공정이란 이슈에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본질을 전혀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고 했는데, 2030이 주목한 부분은 가운데였다. 과정은 곧 경쟁을 의미하니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져야 결과가 정의롭다고 본 것이다. 2030은 어려서부터 경쟁상황에 내몰리는 것에 익숙해 왔고, 불공정 경쟁이 아닌 한 결과에 승복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즉 공정경쟁의 결과인 합리적 불평등을 저항감 없이 수용한다. 이는 2030의 취미생활인 온라인게임에서도 드러난다. 공정한 룰을 바탕으로 한 경쟁과 승패에 따라 서열화되는 점수에 순응한다.
   
   반면 좌파 이념의 세례를 받은 86세대는 결과의 불평등을 문제시한다. 분배의 재조정을 통한 불평등 개선은 이들의 단골 메뉴다. 요컨대 2030이 요구하는 공정성은 입시, 취업, 공천 등 ‘등용의 공정’인 반면, 86세대는 ‘분배의 공정’을 최우선가치로 추구한다.
   
   이 두 가치의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분배의 공정을 논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상태에서 86세대 정치인들이 이준석의 실력주의를 비난하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
   
   2030은 공정경쟁이 전제되면 고교 시절에 받은 성적으로 대학이 나뉘고, 대학 시절에 투자한 노력으로 직장이 갈리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2030이 조국 사태에 분노한 이유는 허위 인턴 활동증명서, 표창장 위조, 대리시험 등 불공정 경쟁 행위였다. 이런 불법과 반칙을 저지르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진보적 정책을 주장하니 어느 누가 신뢰하겠는가. 그래서 2030은 대학 입학에서 수시보다 정시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공정하다고 판단한다. 수시는 조국 부부 등 상류층의 반칙과 장난질이 개입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른바 ‘인국공’ 사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취준생들에게 인천국제공항은 꿈의 직장이다. 그만큼 요구되는 스펙도 높고 경쟁도 치열하지만, 공정경쟁이 이루어진다면 2030은 결과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 경쟁과 전혀 상관없었던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상승 이동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들로 인해 안 그래도 좁은 등용문이 더 축소되는 현상에 2030은 분노를 터뜨렸다. 애초에 경쟁했던 ‘리그’가 달랐기 때문에, 그 보상이 같아지는 것은 불공정이라고 본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절대선으로 간주하는 86세대와는 전혀 다르다. 2030은 등용의 기회를 더 확보하기 위해 고용 안정성보다 노동 유연성을 중시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한 단일팀 사건 역시 같은 맥락이다. 북한 대표팀이 합류하면서 한국 선수 중 일부가 빠져야 하는 상황에 2030은 분노하였다.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4년간 흘려온 땀이 정당하게 보상받지 못한다면 공정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남북화해라는 정치적 명분으로 개인이 흘린 땀의 가치 실현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자유주의적 반항이었다.
   
   이는 독도 표기 때문에 도쿄올림픽을 보이콧하자는 주장에 대한 비판에도 적용된다. 올림픽을 준비해 왔던 노력이 정치적인 이유로 침해당하는 것에 2030은 공정하지 않다고 느낀다. 그들은 86세대들이 자주 입에 올리는 “대의를 위해 사적 이익을 희생하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필자는 얼마 전 2030이 자주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흥미로운 글을 발견하였다. 86세대의 인재 등용 방식을 골품제(骨品制)에 비유하면서 자신들은 과거제(科擧制)를 지향한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성골이냐 진골이냐, 몇 두품이냐를 따지는 신라의 골품제가 출신 성분에 따라 자리가 정해지는 연고주의 인사제도라면, 고려 때부터 시행된 과거제는 비록 적서(嫡庶)의 차별과 천민 배제라는 한계는 있었지만, 연줄과 상관없이 시험성적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실력주의 인사제도라는 것이다.
   
   골품제와 과거제라는 기준에서 보면, 모든 것이 명확해진다. 정시는 공정경쟁이 보장되는 과거제인 반면, 수시에는 조국 부부의 파렴치 행위가 개입될 수 있는 골품제적 요소가 있다. 공무원 시험에 청년들이 구름 떼처럼 몰리는 이유는 반드시 고용 안정성 때문만은 아니다. 연줄이 필요 없는 과거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준석에 대한 2030의 열광은 바로 “과거제를 골품제로 변질시키지 말고 제대로 시행하라”로 요약된다. 이준석은 과거제 시스템에서 정점(하버드대학)의 성취를 거둔 인물이다. 조국이 골품제를 상징한다면, 이준석은 과거제를 상징한다. 이준석의 공천자격 시험 도입은 당연한 귀결이다. 과거제의 훼손과 골품제의 부활을 막자는 것이다. 2030은 보건복지부가 공공의대 학생 선발에 시민사회단체가 관여할 수 있다고 한 것에 대해 과거제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아니라 골품제의 부활이라고 반발한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마이클 샌델의 책 ‘공정하다는 착각’을 인용해 능력주의를 비판했다. 능력주의 윤리는 승자들을 오만으로, 패자들은 굴욕과 분노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이준석을 겨냥한 것이다. 조국에 대해 일언반구의 비판도 하지 못한 고민정이 이준석의 실력주의를 저격하는 것을 2030은 어떻게 볼까. 우수수 표 떨어지는 소리가 진동한다.
   
   86세대는 민주화의 훈장도 달았고, 3저호황이라는 산업화의 꿀도 빨았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축복받은 세대다. 그런데 등용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기는커녕 학연·지연·혈연에 따른 기존의 연고주의에 운동권 연고주의를 추가시켰다. 캠코더 인사, 민주화운동 유공자 자녀 특례입학 주장은 이러한 퇴행의 산물이다.
   
   ‘이준석 현상’은 거대한 역사적 흐름이 바뀌는 도입부에 불과하다. 오세훈과 이준석의 당선으로 정치적 효능감을 맛본 2030은 86세대가 만든 불공정 카르텔을 파괴하려 한다. 대선기획단장을 이준석 또래로 임명해 대응해 보자는 발상은 헛웃음을 자아낸다. 송영길의 청년특임장관 신설 또한 마찬가지다. 86 정치인들의 집단적 퇴장 없이 민주당이 이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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