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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5호] 2021.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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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윤석열과 최재형 사이 TK 민심 엿보기

대구= 이성진  기자 reveal@chosun.com 2021-07-02 오후 4:55:13

▲ (좌)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019년 2월 13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다솜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6월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6월 29일 오후 1시 TK 민심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대구 서문시장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목소리가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흘러나왔다. 가게 내 텔레비전과 라디오, 휴대폰을 통해 중계되는 윤 전 총장 출마의 변이었다. 시장은 여느 점심시간 때와 다름없이 오고 가는 손님들로 가득했지만, 이들의 눈과 귀는 온통 윤 전 총장의 표정과 손짓, 입을 향했다. 시민들이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을 보며 공통적으로 치켜세운 점이 있다면 ‘강직함’ ‘떳떳함’ ‘공정성’ ‘새로움’ 등이었다. 기존 정치인과 달리 흔들림 없는 자세로 현 정권과 대립각을 세운 면모 때문인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시선 어딘가에 복잡한 속내가 깔려 있었다. 한 옷가게 사장 김모씨는 “딱 부러지는 모습에 지지하는 건데, 사실 180석 믿고 전횡하는 민주당 바로잡고 정권교체만 할 수 있다면 그 누가 나와도 상관없다”라고 말했다. 인근의 한 음식점 사장 이모씨는 “100% 확신할 순 없지만 지금으로선 대항마가 없지 않나. 일단 지켜보자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지지율 1위의 야권 유력 대권주자라는 점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당장은 힘을 싣겠지만, 그만 한 다른 대안이 나타나면 언제든 지지를 돌릴 수 있다는 의미였다.
   
   윤 전 총장에 대해 100%의 완전한 지지를 보내지 않는 데에는 윤 전 총장이 TK 출신도 아니거니와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유력 TK 정치인을 수사했다는 일종의 서운함 같은 것이 자리 잡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수사한 인물만 보더라도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물론 김기춘 전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원세훈 전 국정원장, 조윤선·문형표·김종덕 전 장관 등 보수 정권 인사들이 적지 않다. 이 중 대다수는 현재 구속수감 중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런 윤 전 총장을 두고 국민의힘을 ‘적폐정당’으로 몰아넣은 일등공신으로 보기도 한다. TK 출신의 한 정치권 인사는 “당장 자신이 속한 지역 출신 대통령을 구속하는 데 앞장선 사람인데 이에 박수치며 따를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많은 죄목에서 무죄가 났다는 데에 방점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거다. 중앙에서 보는 시각과는 좀 다른 셈”이라고 설명했다.
   
   서문시장에서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은 여전하다. 윤 전 총장의 수사 이력과 그의 대권 출마 지지를 따로 떼서 봐야 한다면서도 ‘사면’ 필요성을 뒤따라 언급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올 4월 재보궐선거 이후 당 안팎에서 박 전 대통령의 사면론이 거론되던 당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적지 않게 요동쳤는데, 그 이유가 이런 민심과 맞물려 있다고 해석되는 이유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따르면 TK에서의 윤 전 총장 지지율은 3월 4주 차 56.8%를 기록했다가 ‘박근혜 사면론’이 불거지던 4월 4주 차 한 달 만에 39.7%로 급락했다.
   
   TK 지역의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정치 현안과 관련한 민원, 건의를 당원과 시민들로부터 숱하게 받지만 윤 전 총장과 관련한 내용은 여태껏 전무했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의힘의 한 대구 지역구 사무실 관계자는 “‘못하면 못했다’ ‘잘하면 잘했다’라며 작은 것 하나에도 연락이 오는데 윤 전 총장과 관련한 연락은 이상하게 없더라”며 “TK 지역이 윤 전 총장을 어떻게 봐야 할지 아직 불명확하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는 윤 전 총장 대선 출마 선언식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 24명 중 TK를 지역구로 둔 의원이 홍석준 의원(초선·대구 달서구갑) 단 한 명인 것도 이런 분위기와 크게 무관치 않은 모습이다.
   
   
   당내 윤석열 비판 자제 권고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선 윤 전 총장에게 TK 표심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역대 대선마다 TK 표의 응집력은 보수 야권 주자의 절대적 기반이 됐다. 정치권에선 이런 TK를 ‘보수당 최대주주’로 평가하기도 하는데, 윤 전 총장이 향후 정치적 세를 키우기 위해선 TK의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평이 나온다. 그가 지난 3월 3일 총장직 퇴임을 하루 앞두고 대구 고검·지검을 방문한 것도 이런 정치적 계산에서였을 거란 분석이 많았다. 최근 영입한 참모 중엔 이른바 ‘태극기’의 후원을 받는 김진태 전 국민의힘 의원 보좌관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역시 보수와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은 결국 당에 입당해 조직의 힘을 빌리려 할 수밖에 없다. 독자 세력화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 대변인 소통과 관련해 캠프 안팎에서 내보인 아마추어적인 면모가 단적인 일례”라고 평가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6월 29일 대선 출마 선언 자리에서 “정치철학 면에서 국민의힘과 제가 생각을 같이한다”고 밝히곤 다음 날 이준석 당대표를 만나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보기로 합의한 상황이다.
   
   하지만 TK 등 보수진영의 지지세를 뜯어 살펴보면, 지금의 윤 전 총장은 ‘최선’보다는 ‘차선’에 가깝다. 윤 전 총장과 같은 날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의 지지율이 10% 안팎에 머물며 윤 전 총장의 존재감을 뛰어넘지 못하는 현재로선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소속 한 전직 의원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작년 이맘때만 해도 국민의힘은 존립 자체도 위태로웠다. 다시 힘을 회복하고 정권교체라는 의제까지 거론할 수 있게 된 데엔 윤 전 총장의 힘이 컸다. 그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려 하기보단 일단 윤 전 총장을 매개로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윤 전 총장에 대한 비판 발언을 자제시키고 있는데, 겉으로 보여지는 것과 달리 당내엔 부정적 시선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현재까지 공개석상에서 윤석열 전 총장을 꼬집은 건 대구를 지역구로 둔 김용판 의원이 유일하다. 그는 지난 4월 “윤 전 총장께서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사과할 일에 대해서는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과물탄개(과실을 범했으면 즉시 고쳐야 함)의 전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3월 윤 전 총장 퇴임 당시 충청권을 지역구로 둔 한 국민의힘 의원은 “현직 검찰총장이 유력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우리나라가 후진국이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진석 의원의 지지는 당의 주류 흐름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을 지역구로 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윤 전 총장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의 연고를 근거로 윤 전 총장의 ‘충청대망론’을 이끌기도 했는데, 이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당 구성원이 적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윤 전 총장의 '처가 리스크'는 대권 불확실성을 높이고도 있다. 그의 장모 최모(74)씨는 지난 7월 2일 사기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최씨 측은 "법정구속 재판부 판단에 유감"이라며 "항소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윤 전 총장이 결혼 후 일어난 일이어서 후폭풍은 시간이 갈수록 거셀 전망이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6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실을 방문하고 있다.

   TK 정서에 더 가까운 ‘최재형’ 변수
   
   이런 상황에서 윤 전 총장과 함께 당 밖 야권 주자로 거론되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대선 행보는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최 전 감사원장은 지난 6월 28일 사임 의사를 밝혔는데 정치권에선 사실상 이를 대선 출마 선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 전 감사원장을 물밑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본래 정치에 뜻이 있던 사람이 아니었다. 감사원장직에서 물러나면 초야에 묻혀 어려운 분들을 위해 헌신할 계획을 세웠었다. 이번에 사퇴를 결심하게 된 데엔 나름의 명분과 이유가 있었을 거로 본다. 조용히 기다려보자”라고 말했다.
   
   지역 정서적으로는 최 전 감사원장이 윤 전 총장보다 TK에 더 가깝게 평가되고 있다. 최 전 감사원장이 재임 당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로 현 정권과 대립각을 세운 점 외에도 그가 보수성향의 기독교 신자라는 점, 부친이 6·25전쟁 참전용사라는 점 등이 이런 해석을 낳고 있다. 현재 그를 돕고 있는 핵심 인물의 면면만 봐도 이념적으로는 보수, 지역적으로는 TK 출신이 주류다. 최 전 원장을 돕는 인물로는 정의화 전 의장 외에도 친박계로 분류되는 일부 중진의원과 조대환 전 민정수석 등이 있다. 조 전 수석은 경북 청송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마지막 민정수석을 지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 감사원장을 두고 “애초 문재인 정부와 결이 많이 달랐다고 한다. ‘요새 이런 이야기가 들려~’ 하면서 최 원장이 먼저 정치 관련 얘기를 꺼내고는 했는데, 전형적인 ‘태극기부대’의 논리였다고 한다”라고 밝혔다. 사실관계가 어찌 됐든 최 전 감사원장의 보수성향이 곳곳에서 전해지고 있는 셈이다.
   
   당에선 이런 최 전 감사원장을 윤 전 총장의 대안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몇 번 뵌 적이 있는데, 여느 감사원장들과는 달랐다. 헌법기관 수장으로서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국회에 끝까지 남아 의원들 발언을 경청하는 등 성실하고 겸손한 모습이 인상 깊게 남는다”라며 “대선 생각이 있다면 결국 국민의힘 입당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했다. 김용판 의원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최 원장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이라며 “지금 윤 전 총장의 지지가 그를 좋아해서가 아닌 정권교체 완수를 위한 측면에서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나타날 대체세력에 기세가 쏠릴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은 일부 여론조사에서도 엿보이는 상황이다. 지난 6월 19일 최 전 원장이 퇴임하기 전 여론조사업체 PNR리서치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그의 지지율은 4.5%로 여야 대권주자 중에선 5위, 야권 주자 중에선 윤 전 총장에 뒤이은 2위에 오르기도 했다.
   
   
▲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6월 28일 감사원에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보수의 ‘표 결집성’ 이번에는 어디로?
   
   정치권에서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대권 가능성을 지난 19대 대선에서 TK가 보인 표심에서 찾기도 한다. 당시 대선 전 다수 여론조사에서 TK는 보수·우파의 홍준표 의원, 중도·보수의 안철수 대표 중 안 대표를 더 많이 지지했다. 안 대표는 많게는 20%포인트, 적게는 5%포인트로 앞섰다.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이 강화되면서 TK가 전략적으로 홍 의원보다는 안 대표를 대안으로 꼽은 셈이다. 지금 상황에 빗대어 보면 정권교체 가능성이 크고 중도 지지층까지 포섭하는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 양상과도 유사하다. 하지만 실제 대선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홍 의원은 안 대표를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30.4%포인트, 33.7%포인트 차로 크게 앞질렀다.
   
   대구 지역의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지지층이 다양화됐는데도 나타났던 결과다. 대구의 경우 전체 유권자의 20~30%는 중보·진보에 머물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이나 민주당에 절반 이상의 자리를 내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표의 결집성은 결국 보수층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지난 대선의 경우 막판에 보수층이 수세에 몰리니 ‘이대론 안 되겠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여론의 지지와 실제 표 행사는 달리 나타난다는 것인데, 윤 전 총장과 최 전 감사원장의 지지세도 이런 관점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최 전 감사원장이 낮은 대중적 인지도를 극복해야만 한다는 과제가 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윤 전 총장의 경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과의 갈등으로 소위 정치적 맷집을 키웠다. 하지만 최 전 원장은 범생이 스타일로 비치는 데다 경선에 들어가 얼마만큼의 정치적 액션을 보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재로선 시간도 충분치 않다”라고 평했다.
   
   관건은 이들이 대중에게 얼마만큼 새로운 모습을 보이느냐이다. 최근 당대표 선거에서 이준석 후보가 선거인단 득표율 2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건 TK의 전폭적 지원 덕이었다. 이준석 대표의 선거인단 득표율은 1위인 나경원 전 의원과 3%포인트 차에 불과했다. 3위 주호영 의원과의 격차는 20%포인트 이상이었다. TK 정치권에선 이준석 대표 개인에 대한 지지보다 기존 정치인에 대한 반감이 그에게 투영된 결과라는 시선이 많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다. 최근 윤 전 총장, 최 전 감사원장 등이 주목을 받는 건 기존 정치인에 대한 반감에서다. 기존 정치인 이미지가 강하고 정형화된 여의도 문법을 따르는 사람보다는 새로운 사람을 열망하는 거다. 남은 대선까지 대중에게 얼마만큼 새로운 면모와 가치, 정책을 전달하느냐에 따라 대권 구도도 달라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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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호랑이의 해 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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