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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6호] 2021.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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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쇼통?소통? MZ 놀이터에 간 차기주자들

조윤정  기자 wastrada0721@chosun.com 2021-07-13 오전 10:54:27

▲ (왼쪽부터) 이낙연 후보, 박용진 후보,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제페토 캐릭터. photo 제페토 캡처
짧고 두꺼운 눈썹, 미세한 눈가 주름, 둥근 코…. 남색 정장에 파란색 스니커즈를 신은 남성 캐릭터는 이낙연 대선 후보의 ‘메타버스’ 속 아바타다. 네이버제트가 만든 메타버스 앱 ‘제페토’에서 이 후보는 자신의 얼굴 특징을 그대로 담은 아바타를 쓰고 있다. 3D 캐릭터지만 한눈에 봐도 이 후보임을 알 수 있다.
   
   제페토 안에는 이 후보의 유세장도 마련돼 있다. 3D 가상세계인 ‘맵’으로 들어가면 실제 유세장과 흡사한 가상공간이 펼쳐진다. 포털을 통해 입장하면 큼지막한 이 후보의 얼굴과 함께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라고 적힌 전광판이 보인다. 그 앞에는 아바타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놓여 있고, 유세장 측면에는 다과도 준비돼 있다. 현실세계를 그대로 옮겨온 가상의 유세장이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조작해 가상세계를 돌아다니다 보면 맵에 들어온 다른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음성 대화 버튼을 누르면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가상공간 뒤편에는 공약을 정리해놓은 커다란 벽이 있어, 잠시 벽 앞에 멈춰 서서 공약을 읽는 아바타들도 볼 수 있다.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엄+Z세대)를 잡기 위한 대선후보들의 노력이 소셜미디어(SNS)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게 메타버스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 같은 가상공간 안에서 아바타들이 실제처럼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가상세계를 제공한다. 김상균 강원대 교수는 이를 ‘아바타로 소통하는 디지털 세상’으로 정의했다. ‘제페토’ 등 메타버스 앱을 쓰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낮은 점을 활용해 대선후보들도 메타버스로 들어온 것이다. 이들의 목적은 ‘2030 표심 잡기’다.
   
   제페토 캐릭터를 만든 대선주자는 이낙연 후보 외에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박용진 의원, 국민의힘 소속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있다. 박 후보 아바타는 짙은 눈썹에 안경을 썼고, 원 지사는 가르마 있는 머리스타일의 아바타로 자신을 표현했다. 팔로어 수는 이낙연 후보가 1500명으로 제일 많다. 유세장 등 맵을 정교하게 꾸몄고, 소셜미디어처럼 게시물을 올리는 빈도수도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원 지사는 지난 5월 24일 첫 게시물을 올려 가장 먼저 ‘제페토 유세’를 시작했지만 가상공간인 맵에는 별다른 홍보물이 없다. 주로 캐릭터의 사진이나 영상을 게시물로 올리고 있는데 7월 8일 기준 122명이 팔로하고 있다. 지난 6월 24일 첫 게시물을 올린 박용진 후보는 아직 가상공간 자체를 만들지 않아 팔로어가 38명에 그쳤다.
   
   이 후보의 ‘제페토 유세’를 기획하고 구성한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지지자들의 반응이 좋아 더 발전시킬 예정”이라며 “팬미팅도 할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게임학회장을 맡은 중앙대 경영학부 위정현 교수는 ‘제페토 유세를 통해 지지층을 확장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안 된다”고 말했다. 위 교수는 “기존 이용자들은 가상공간에서 정치적 행위가 벌어지는 걸 낯설어한다”며 “꾸준히 메타버스 안에서 사람들과 소통해왔으면 모를까, 대선 때 갑자기 캐릭터 꾸미고 하는 의도를 젊은층도 다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이용자 연령대가 낮은 소셜미디어로 MZ세대 유권자와 소통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많다. 주로 제페토를 이용하는 연령대가 청소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제트에 따르면 제페토를 이용하는 2억명 중 80%가 10대이고, 90%는 외국인이다. 만 18세 이상은 유권자라고 해도 실제 이용자들을 보면 호기심과 일시적 흥미에 제페토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접속자 수가 많다고 표시되는 맵에 입장해 무작위로 ‘팔로’를 눌러 팔로어 숫자를 늘리려는 10대 이용자도 있다. 지난 7월 5일 아침 8시쯤 박용진 후보 맵에서 ‘스마일’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이용자를 만나 음성으로 대화를 나눴다. 자신을 학생이라고 소개한 이용자는 ‘박용진 후보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니요” “관심 없어요”라고 응답했다. 공간을 둘러보지도 않고 기자에게 팔로를 신청하며 “팔로 해주세요”라고만 짧게 대답하고 맵을 나갔다.
   
   
   지지층 확장에는 한계
   
   지지자 위주로 소통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비판적 유권자들과의 만남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측면도 있다. 이낙연 후보는 지난 7월 5일 이 후보가 다른 이용자 아바타와 춤추는 영상을 게시했는데, 이때 함께 춤추는 사람들 위에 표시된 닉네임은 ‘이니여니보유국’ ‘여니♡’ ‘준비된 대통령’ 등이었다. 이낙연 후보를 원래부터 지지하고 있었던 사람들로 보인다. 직장인 박모(29)씨는 “제페토가 뭔진 알지만, 직장 다니면서 저런 걸 할 여유는 없다”며 “지지자 정도나 돼야 찾아가서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민주당 대선후보들은 제페토 외에도 유튜브, 틱톡 등 새로운 플랫폼을 이용해 ‘MZ세대 표심 잡기’를 시도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유튜브에서 신인가수 ‘최메기’라는 부캐(부캐릭터의 준말로, 평소와 다른 새로운 정체성이라는 뜻)를 등장시켜 ‘걱정 마’라는 노래를 록가수 콘셉트로 불렀다.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인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정세균 전 총리는 힙합 패션으로 동영상을 찍었고, 박용진 후보는 유행하는 걸그룹 춤을 추기도 했다. 반응은 냉담했다. 영상에는 “청년들을 능욕한다” “젊은 세대를 이해하랬지 누가 젊은 척하랬나” 등의 댓글이 달렸다. 청년층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에서 ‘보여주기식’ ‘쇼통’을 하는 방법으로는 2030 표심을 잡기는커녕 반감만 산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잠재적 대권주자로 통하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대표적이다. 김 전 부총리는 ‘젊은 척’ 없이 기존 방식을 통해 청년들의 얘기를 듣고 지원하는 방법을 택했다. 대선을 염두에 둔 활동인지 아닌지는 명확히 밝히진 않지만, 그가 하는 실험들은 MZ세대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김 전 부총리가 지난해 설립하고 현재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은 싱크탱크 성격의 비영리법인으로, 청년 실무단의 의견을 우선해 농수산업·청년·주거·교육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유쾌한 반란’ 실무진은 20대 한 명, 30대 두 명으로 전원 MZ세대다. 박새아(37) 사무국장, 이도윤(32) 프로젝트 매니저, 고정우(29) 프로젝트 매니저가 법인 사업 전 단계에 참여한다. 법인이 가야 할 큰 방향은 김동연 이사장이 제시하지만, 어떤 사업을 어떻게 실행할지 등은 실무진 3명이 토론하며 구체화한다. 민승규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박계신 디아센스코리아 회장 등이 이사를 맡고 있고, 전문가로 꾸려진 운영위원회도 있다. 하지만 사업 실행에 있어서만큼은 실무진 권한이 가장 크다. 지난 7월 2일 서울 종로구 ‘유쾌한 반란’ 사무실에서 만난 고정우 매니저는 “원래 대기업에서는 부장급 직책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며 “많이 부담스럽다”며 웃었다.
   
   대표적인 사업이 ‘챠챠챠’다. 챠챠챠는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계획을 갖고 지원한 청년에게 활동지원금, 교육 및 컨설팅을 제공하는 청년 지원 프로그램이다. 대상은 19세부터 31세까지다. 챠챠챠의 가장 큰 특징은 ‘하고 싶은 일’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창업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다른 공모전과는 달리 어떤 아이디어든 의지와 실행력만 보이면 된다는 것이 사업 취지다. 처음으로 지원자를 모집한 ‘신생 프로그램’이지만 301팀이 참여했다. 지원 제한을 두지 않았기에 더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가족 간 단절된 대화를 도와줄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 ‘보육원에서 나와야 하는 보호종료 아동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하고 싶다’ 등이다. 19세 고등학생으로 이뤄진 한 팀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보다 쉽게 문화생활을 할 수 있게 음악회를 열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제출했다.
   
   청년들이 호응하는 이유는 단순히 실무진의 물리적 나이가 젊기 때문만은 아니다. 핵심은 ‘소통’이다. 박새아 사무국장은 “운영위원회 등 외부에서 주는 피드백을 잘 듣고 있다”며 “우리 법인의 큰 장점이 피드백을 듣고 ‘아~ 근데 어차피 못 바꿔요’ 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챠챠챠’ 지원서는 운영위원회 피드백에서 탄생했다. 처음에 실무진이 만든 지원서는 여타 공모전 지원서와 비슷했다. 학교, 직장 등 소속을 밝히고 프로젝트 계획서까지 제출해야 했다. 김경일 아주대 교수, 정찬필 미래교실네트워크 총장 등으로 이뤄진 운영위원회는 이 지원서를 보고 “기존에 지원하던, 소위 ‘공모전 헌터’만 지원하겠다”는 지적을 남겼다. 실무진은 이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지원서를 대폭 수정했다. 소속을 적는 난을 삭제하고, 사업 계획 구체성을 낮췄다. 자기소개 질문도 ‘가장 기뻤던 칭찬’ ‘아쉬웠던 일, 지금 바로잡는다면 어떻게?’ 등 쉽지만 자신이 잘 드러날 수 있는 질문으로 수정했다.
   
   MZ세대 표심을 잡기 위한 이런 노력들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최근 젊은층으로부터 열광적 지지를 받았다. 그는 올해 1월 20일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낡은 패딩을 입고 벙어리장갑을 낀 채 참석했다. 정장을 입은 참석자들 사이에서 팔짱을 끼고 뚱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그의 모습은 단연 눈에 띄었다. 그는 자신의 패션이 화제가 되자 “버몬트에서는 따뜻하게 입는다. 우리는 추위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패션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가 취임식장에 앉아 있는 사진은 다양한 ‘짤’(합성사진)로 만들어져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가 됐다.
   
   
▲ 지난 7월 2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유쾌한 반란’ 실무진. 왼쪽부터 이도윤 프로젝트매니저, 고정우 프로젝트매니저, 박새아 사무국장이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흉내 내기는 사절!
   
   버니 샌더스 의원이 젊은층으로부터 화제를 모은 것은 그가 능숙하게 소셜미디어를 다루거나, 젊은층에서 유행하는 춤을 따라 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소신을 지키는 ‘당당한 비주류’ 이미지가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젊은 세대를 사로잡은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 2월 LA타임스는 샌더스 현상의 원인을 “기후변화와 학자금 부채 등에 관심이 많은 젊은 미국인의 정치적 감수성과 잘 들어맞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젊은 유권자가 관심 가질 의제에 공격적으로 나서왔기 때문에 꾸준히 젊은 유권자에게 인기가 있었다”고도 지적했다. 1987년생으로 역시 2030에 해당하는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지난 6월 28일 주간조선 기고에서 “버니 샌더스가 청년층의 강한 지지를 받는 것은 그가 일생에 걸쳐 밀레니얼 세대의 상대적·절대적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왔기 때문”이라며 “정치인이 청년 흉내를 내기보다는 청년이 겪는 문제를 직시하고 부단히 싸워야 한다”고 적었다.
   
   결국 내년 대선의 ‘스윙보터’(특정 정당의 충성도가 낮은 유권자) 역할을 할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앙대 유홍식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교수는 “틱톡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MZ세대와 접촉하는 빈도수는 높일 수 있겠지만, 정치적 메시지를 광고처럼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MZ세대의 핵심 의제인 ‘공정’을 꾸준히 얘기해온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20대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7월 4일 글로벌리서치가 공개한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20대에서 14.3%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인 사람은 여야 각 정당의 차기 주자가 아닌 이준석 대표였다. 그 뒤를 이재명 후보(13.8%)와 윤석열 후보(7.1%)가 따랐다. 유 교수는 “젊은 세대는 일상에서의 공정함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정책 실천 여부가 중요하지, 말로만 공정성을 따지는 메시지에는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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