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오리올스 마이너리그 소속인 윤석민 투수. ⓒphoto 연합
볼티모어 오리올스 마이너리그 소속인 윤석민 투수. ⓒphoto 연합

지난해 가을부터 야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이름들. 김광현, 양현종, 강정호 중에서 결국 이번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확정지은 선수는 강정호 한 명이다. 강정호는 피츠버그 파이리츠 스프링캠프에서 본격적으로 주전을 향한 경쟁에 들어간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 그의 빅리그 잔류 여부를 확신할 순 없지만 만약 개막전 로스터(팀의 멤버들)에 포함이 된다면 기존의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와 LA 다저스 류현진과 함께 코리안 메이저리거는 모두 3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잠시 한국 팬들의 기억에서 멀어진 선수가 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윤석민이다. 지난해 스프링 트레이닝에 들어가는 시점인 2월 14일 볼티모어와 3년간 575만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 물론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계약에 따른 모든 옵션을 수행할 경우 총액은 1300만달러까지 늘어나는 조건이라 했다. 계약도 워낙 늦었고 어느 정도 예상한 대로 윤석민의 시즌은 마이너리그에서 출발을 했다.

출발이 늦었던 만큼 시즌 초반 부진은 감안했지만 윤석민은 시즌 내내 과거의 구위를 보여주지 못하며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 노포크 타이즈에서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4승8패 평균 자책점 5.74의 성적으로는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기는 초라한 성적이었다.

결국 지난 시즌 8월 말 로스터가 40인으로 확장됐음에도, 메이저리그에 올라가기 위해 이름을 올려야 하는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이와 관련 여러 가지 전망이 나왔지만 분명히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지난 1월 14일 볼티모어의 벅 쇼월터 감독은 윤석민이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메이저리그 캠프가 아닌 마이너리그 캠프에서 시작한다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히며 이번 시즌도 가시밭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부분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메이저리그는 개막전에 맞춰 선수들의 몸 상태와 감각을 끌어올리고 시범경기를 통해 경기 감각을 살리는 과정을 갖는다. 결국 개막전 로스터 25인을 추리는 과정을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거치게 되는 것이다. 일단 메이저리그 캠프에 속한 선수들은 이 경쟁을 이겨내야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반면 마이너리그 캠프에 속한 선수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미 마이너리그행이 결정된 상황에서 훈련을 한다. 결국 빅리그 캠프에서 예기치 못한 부상이 발생하거나 코칭스태프의 눈을 확실히 사로잡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개막전 로스터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해 계약 당시 발표에 따르면 윤석민은 올 시즌과 내년 시즌은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이 있다고 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윤석민이 올 시즌과 내년은 무조건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쇼월터 감독의 말은 윤석민의 옵션은 ‘무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실력으로 메이저리그에 일단 입성한 이후에는 이 옵션이 발동될 수 있지만 올라가지 못한다면 옵션을 행사할 기회를 잡을 수 없다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다.

결국 이 계약은 윤석민에게 양날의 검(劍)이 될 수 있다. 실력을 확실히 과시하고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되면 구단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강등을 할 수 없지만 반면 그런 부분 때문에 구단은 이런 옵션을 가진 선수를 올릴 때 한층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윤석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가 당장의 화두가 될 것이다.

여러 가지 다양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고 윤석민이 선택의 기로에 설 가능성 또한 충분하다. 최악의 경우는 이번 스프링 트레이닝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아예 방출의 수순을 걷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윤석민은 소속팀 볼티모어와 계약 조건을 바꾸면서 재계약할 수도 있다. 아니면 메이저리그 내의 다른 팀과 접촉을 하면서 이적할 팀을 찾을 수도 있다. 마지막 경우는 국내 복귀가 될 수 있다. 아무리 지난해 미국에서 부진했다고 해도 윤석민은 윤석민이다. 그를 원하는 팀은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 다음 경우의 수는 예상대로 마이너에서 시즌을 보내다가 방출되는 경우다. 이럴 경우도 앞서 말씀드린 선택의 기로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방출과는 거리가 먼 대신에 시즌 내내 마이너에서 머물게 되는 상황이다. 현재 볼티모어의 예상 로테이션은 지난 2년간 29승을 거둔 에이스 크리스 틸만을 필두로 버드 노리스-천웨이인-미겔 곤살레스-케빈 가우스먼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이들 이외에도 마이너리그 넘버원 유망주 딜런 번디와 일단은 지난해 부진으로 밀려나 있지만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리는 우발도 히메네즈가 호시탐탐 로테이션 한 자리를 노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정상급은 아니지만 중위권 혹은 중하위권은 충분히 될 수 있는 구성으로 보고 있다. 불펜 진입은 더욱 힘들 수 있다.

지난해 새로운 마무리로 떠오른 자크 브리튼과 타미 헌터, 대런 오데이, 브라이언 마투츠로 이어지는 셋업맨은 상당히 두껍다. 웨슬리 라이트, 라이언 웹, 브래드 브락 역시 베테랑 선수들로 만만치 않은 내공의 소유자들이다. 결국 부상과 같은 변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번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불펜 자리는 잘해야 한두 자리를 놓고 많은 선수들이 경쟁 구도를 가져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는 윤석민 본인이나 팬들의 입장이나 가장 기다리는 순간으로 마이너리그에서 출발을 하더라도 구위가 살아나서 우수한 성적을 보이며 메이저리그에 당당히 시즌 중 입성하는 모습이다.

물론 트레이드와 같은 변수도 있겠지만 이 같은 상황 역시 윤석민 본인이 마이너리그에서 최소한 상대팀의 구미를 당기게 할 수 있는 실력 발휘가 우선이 돼야 한다. 하지만 보장된 연봉 계약이 높지 않은 윤석민이라 타 팀에서 욕심을 낼 구위를 회복한다면 볼티모어 입장에서 굳이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을 이유가 떨어진다.

벅 쇼월터 감독은 2010년 시즌 중반 볼티모어 사령탑에 올랐다. 그리고 2년 뒤에 팀을 1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끌어올렸고, 지난해 다시 팀을 리그 챔피언십으로 끌어올렸다. 치밀한 전략가이고 규율을 상당히 중요시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마음을 얻기는 힘들지만 일단 신뢰를 주면 그 믿음의 강도는 상당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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