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통증으로 60일 부상자 명단에 오른 LA 다저스 류현진. 사진은 지난 3월 초 다저스 스프링캠프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 ⓒphoto 연합
어깨 통증으로 60일 부상자 명단에 오른 LA 다저스 류현진. 사진은 지난 3월 초 다저스 스프링캠프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 ⓒphoto 연합

대한민국에 메이저리그를 소개한 선수는 두말 필요 없이 ‘코리안 특급’ 박찬호이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박찬호는 LA 다저스의 에이스로 군림하며 통산 124승으로 지금도 깨어지지 않고 있는 아시안 투수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뒤를 이어 김병현, 김선우, 서재응, 조진호, 최희섭 등이 줄을 지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런 메이저리그 인기는 한때 국내 프로야구를 능가하는 수준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하지만 1세대의 뒤를 잇는 선수들의 명맥이 흐려지며 현재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고 있는 추신수 혼자만이 고군분투하던 시절도 있었다.

국내 프로야구 출신 투수로서 류현진이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으며 다시 메이저리그 인기는 치솟았다. 지난 2년간 류현진은 각각 14승씩을 거두며 현지에서 A급 투수로 인정받았다. 올해는 역시 국내 프로 출신 최초의 타자로 피츠버그와 계약을 맺은 강정호까지 가세하며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활약에 대한 기대치는 한껏 올라갔다.

이런 기대는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시범경기에 단 두 경기만 등판한 류현진이 어깨 뒤쪽 근육 통증을 호소하며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금이 가기 시작했고, 빠른 컴백을 자신했던 본인의 말과는 다르게 5월 중순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60일자 DL로 옮겨지며 최소한 5월 28일까지 메이저리그 복귀가 안 되는 상황이다.

여기서 DL(Disabled List)이라 부르는 메이저리그 부상자 명단을 간단히 설명하자. 메이저리그 각 팀들은 25명의 선수로 시즌을 운용한다. 이들 중 부상이 발생하면 이미 발표되어 있는 40인 로스터(25인 선수 포함) 안에 있는 마이너 선수 중 한 명을 대신 끌어올린다.

보편적으로 부상자 명단은 15일자로, 문자 그대로 15일 이후면 돌아오는 경우이고 부상이 장기화될 상황이라면 60일자 부상자 명단에 오르게 된다. 60일자에 오르면 40인 로스터에 부상자 명단에 오른 선수를 제외하고 다른 선수를 대신 올릴 수 있다. 그리고 뇌진탕 증상의 경우는 7일자 부상자 명단이 별도로 있다.

류현진을 60일자 부상자 명단으로 옮긴 것은 일단 40인 로스터에 류현진을 빼고 다른 선수를 쓰겠다는 의견인 것이다. 그렇다고 류현진을 전력 외로 생각하는 것은 기우다. 그냥 5월 28일까지 복귀는 불가능하니 그가 회복될 때까지 다른 선수를 유용하겠다는 의도 정도인 것이다.

류현진의 결장이 예상보다 길어지며 지난해 10%를 오르내리던 그의 경기 시청률은 실종된 상태이다. 이 시청률은 IPTV, 인터넷, 모바일 등 TV 입장에서는 시청률이 분산되는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의 시청률이다. 전체적인 메이저리그 중계 시청률도 근래 들어 페이스가 올라간 추신수, 강정호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대비 감소세를 피하기 어려웠다. 그나마 이 두 타자의 선전으로 스포츠 채널의 블랙홀로 불리는 평일 오전 시청률을 최대한 방어하고 있다.

류현진의 부상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그동안 여러 가지 설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후반 던지기 시작했던 고속슬라이더, 피로누적설, 어깨관절순 부상에 심지어 최근에는 ‘데드암(Dead Arm)’ 현상까지 지적되고 있다. 일단 구단에서 발표한 공식적인 부위는 공을 던지는 왼쪽 어깨 뒤쪽 근육 부상이다. 그리고 지난해 두 번에 이어 이번까지 3번 연속 같은 부위 부상이라고 릭 허니컷 투수 코치가 밝힌 바 있다.

일단 데드암 현상은 맞지 않는 설이다. 데드암은 투수의 팔에 피로가 누적되어 일시적으로 팔에 강한 힘을 주기 어려운, 평소의 구속과 구위를 보이기 어려운 상태를 의미하므로 일반적으로 부상과는 별도의 현상을 말하기 때문이다. 또한 고속 슬라이더의 경우 지난해 후반기 중반 이후에 처음으로 경기에 선을 보인 구종으로 부상으로 몰고 가기에는 던진 횟수나 기간이 너무 짧아 여기로 몰고 가기에도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어깨관절순 부상은 새롭게 발견된 부위라면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본인이나 구단 모두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부위로 갑자기 언급하기에는 근거가 너무 빈약하다.

결국 남는 것은 피로누적에 의한 근육손상설이다. 이는 현재 상태로는 가장 실제 상황에 가까울 수 있다. 2006년 국내 프로 데뷔 이후 국내에서 7년간 1269이닝을 소화했다. 그리고 미국 진출 이후 2년간 344이닝을 소화했다. 9년간 총 1613이닝을 던졌다. 경기 수가 적은 국내에서도 200이닝 이상을 두 번 소화했는데 메이저리그 진출 후 2년 동안 200이닝을 던진 적이 없다. 하지만 많은 경기 수와 기본적으로 5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등판하는 일정은 그리 쉽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달라진 점은 구속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류현진의 빠른 볼 최고 구속이 95마일, 즉 153㎞였고 평균 구속은 90.9마일, 146㎞에 달했다. 이는 국내에서 던질 때보다 평균 구속에서 3㎞ 정도가 빨라진 것이다. 이 정도 구속 상승이 대수냐고 할 수 있지만 이는 지난 2년간 정규 시즌 등판 56경기에서 나온 스피드이다. 일반적으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경기당 직구 구속이 떨어졌을 때 성적이 좋지 못하고 구속이 높았을 때 성적이 좋았다.

수치로 살펴보자. 지난해 류현진은 정규 시즌에서 26경기에 등판했다. 이 경기 중 빠른 볼의 평균 구속이 90마일(145㎞)을 넘어서지 못한 경우가 모두 8번이 있었다. 이 8경기에서 류현진은 총 36.2이닝을 소화했다. 즉 경기당 평균 4.5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선발투수가 5회를 버티지 못한 것이다. 이 경기에서 허용한 안타는 모두 43개로 던진 이닝보다 피안타가 더 많았다. 그리고 자신이 책임질 자책점은 14점으로 평균 자책점은 4.17에 달했다. 이는 본인의 지난해 시즌 평균 자책점인 3.38보다 0.79점이나 높은 수치이다.

류현진의 입장에서 컨디션상의 문제건 체력 조절상의 문제건 직구 구속이 평소보다 잘 안 나오면 결과가 좋지 못하다는 것이 나타난다. 영리한 류현진이 이를 간과할 리 없고 국내에서 자유자재로 힘조절을 했던 모습과는 다르게 전력 투구로 구속을 빠르게 유지해야 했던 것이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파워 투수가 아니다. 오히려 뛰어난 컨트롤을 최대 강점으로 체인지업 등 자신의 무기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컨트롤 투수 유형으로 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구속이 유지되지 않으면 맞아 나가는 것을 피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국내 프로 기준으로 투수가 최고 구속 153㎞에 평균 구속 146㎞라면 당연히 강속구 투수 범주에 들어간다. 하지만 류현진의 이런 구속은 놀랍게도 메이저리그 평균 구속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3년 기준으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직구 평균 구속은 92마일(148㎞)에 달했다. 투수들의 구속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08년 기준으로 이들의 평균 구속은 류현진과 같은 90.9마일이었다. 결국 최소한 구속상으로 본다면 류현진은 6년 전 투수인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보다 느린 구속으로 힘조절을 하면서도 최정상급 투수로 군림했지만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전력 투구 비중은 더 클 수밖에 없었고 이런 부담이 누적되면서 부상으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휴식을 거쳐 재활을 시작한 류현진은 3번째 불펜 피칭에서 일단 브레이크가 걸렸다. 구속이 82~83마일에 그치며 팀에서 기대했던 구속보다 2~3마일이 적게 나온 것이다. 여기서 류현진이 거쳐야 하는 재활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자.

부상 부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인 부상에서 재활 과정의 출발은 다친 부위 근육 등을 강화하는 웨이트를 시작으로 한다. 평지에서 공을 주고받는 캐치볼을 하게 되는데, 캐치볼도 단계가 있다. 일단 다음 날 통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차차 거리와 투구수를 늘려가는 것이다. 이 단계가 무난하게 넘어가면 불펜 피칭 단계로 넘어간다. 캐치볼과 다른 것은 투수들이 경기에서 던지는 마운드, 즉 평지보다 25㎝가 높은 곳에서 공을 던지는 것이다. 혹시나 마운드에서 공을 던져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평지에서 공을 던지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평지보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의 던지고 싶은 곳으로 던지는 것은 강한 하체 힘과 상하체의 균형이 필요하다.

첫 불펜 피칭은 주로 빠른 볼만 던지며 20개 정도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다음 날 통증이 없으면 다음 불펜 피칭부터 투구수를 늘리고 차차 변화구도 구사하기 시작한다. 서너 번의 불펜 피칭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시뮬레이션 피칭으로 넘어간다. 이는 실제 구장 마운드에서 마치 진짜 경기처럼 타석에 타자가 들어서고 상황을 설정해서 투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무사히 통과하면 상황에 따라 라이브 피칭을 한다. 라이브 피칭이란 경기 전 선수들이 타격 연습을 할 때 직접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며 자신의 컨디션을 최종 점검하고 타자들에게 공을 상대해 본 의견도 들어 볼 수 있다.

길었던 단계의 마지막은 마이너리그에 내려가서 마이너 경기에 등판하며 투구수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미 시즌에 돌입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선발투수 요원이 소화해야 하는 투구수는 최소한 90개 이상이 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오랫동안 경기에 투입이 되지 않았던 투수들의 첫 경기 한계 투구수는 50개를 넘어가지 않는 것이 보편적이다. 보통 한 경기가 넘어갈 때마다 15개 전후의 투구수를 늘리게 된다. 90개 정도를 무리 없이 던지려면 4번 정도의 마이너리그 등판이 필요한 것이다.

지난번 불펜 피칭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 류현진은 조금 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set back’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이 표현은 단계 자체가 후퇴를 하며 다시 전 단계에서 시작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일단 류현진의 상태를 재검검한 후 투구수를 줄인 불펜 피칭을 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다는 것이다.

역시 부상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캐치볼부터 마이너 등판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한 달에서 45일 정도까지 소요된다. 류현진이 다시 불펜 피칭을 하고 위에 말한 단계를 차분하게 밟아 나가면 6월 중순 정도 복귀도 가능하다. 물론 뒷 단계로 후퇴가 없어야 한다. 본인도 조심스럽고 팀에서도 조심스러운 가장 큰 이유는 동일 부위 부상이 지난해부터 세 번 연속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팀은 무리해서 류현진을 스케줄상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있다. 활발히 터져 나오는 타선을 바탕으로 팀이 아직까지 여유 있게 지구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것도 큰 이유이다. 또한 빠른 등판 스케줄로 부상이 재발할 경우 재활 기간이 지금보다 훨씬 오래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야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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